‘모객한다’던 관광공사 해외지사…실적 요구엔 숫자 대신 역할론
- 관광 / 강인원 기자 / 2026-08-26 04:52:34
실적 대신 역할 설명…질문 핵심은 비껴가
사례는 제시했지만 지사별 성과 통계 없어
해외지사 본질적인 존재 목적 벗어난 역할론
성과 중심 MOU 강조했지만 이행 실적은 비공개

◆ 대통령의 ‘모객’ 질문, 해외지사 성과 검증으로 이어져
지난 8월 5일 열린 정부 부처 업무보고 현장에서는 한국관광공사 해외지사의 존재 이유와 성과를 둘러싼 질문이 제기됐다.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해외지사의 역할을 묻는 이재명 대통령의 질문에 “외래관광객 모객과 현지 마케팅, 관광 생태계 연결을 맡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해외에서 관광객을 모집하는 것은 여행사가 하는 일 아니냐”며 “관광공사가 모객을 하는 건 이해가 안 된다”고 꼬집었다.
관광업계에서 통용되는 ‘모객(募客)’은 관광객을 모집해 여행상품 등의 형태로 실제 여행 수요를 만들어내는 직접적인 영업활동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민간 여행사의 핵심 영업 영역으로 인식되는 업무라는 점에서 공공기관의 역할과 관련한 논란의 소지가 있다.
박 사장은 마이스(MICE)와 인센티브 단체 유치를 모객의 사례로 들며 설명에 나섰지만, 결국 이 대통령은 30개 공사 해외지사의 구체적인 업무와 성과를 철저히 점검할 것을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지시하며 상황은 일단락됐다.

관광전문기자협회는 당시 박 사장의 모객 발언을 둘러싼 논란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8월 5일 한국관광공사 홍보실에 5개 항목의 공개 질의서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질문 내용은 코로나19 이후인 지난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전 세계 30개 해외지사의 구체적인 모객 실적과 목표 달성률, MICE 유치 건수, 모객 수치가 명시된 MOU 협약 내용, 해외지사 투입 예산 대비 성과(ROI), 모객 활동에 대한 공사의 공식 입장 등이었다.
하지만 공사는 약 2주가 지난 8월 20일 관광전문기자협회 질문의 핵심과는 거리가 있는 답변을 보내왔다. 공사는 “업무협약 등은 외부 공개가 어려운 부분이 있어 기재하지 못했다”며 구체적인 실적 데이터는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한국관광공사 해외지사 주요 역할 및 성과’라는 제목의 문건을 통해 해외지사의 역할을 ‘시장 창출’, ‘대형 수요 유치’, ‘지역관광’, ‘정책 연계’ 등으로 세분화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여행업체는 2만1,000여 개 업체에 약 6만 명이 종사하는 영세·분산형 구조(업체당 2.9명)로 자체 해외 영업망 구축에 한계가 있는 반면, 일본 JTB는 36개 국가 및 지역에 152개 해외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며 여행업계의 열악한 해외 영업 환경을 설명했다.
이는 해외지사가 직접 관광객을 모집한다기보다 민간 여행사가 해외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시장 창출과 판로 개척을 지원한다는 간접적인 설명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회신만 놓고 보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언급된 ‘모객’의 의미가 민간 여행사의 여행상품화와 판로 개척을 지원하는 활동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사용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참고로, 현재 국내 여행업 등록업체는 2만2,124개이며, 이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할 수 있는 종합여행업 등록업체는 8,786개에 달한다. 다만 종합여행업 전체가 인바운드 영업을 하는 것은 아니어서, 실제 외래객 유치에 종사하는 순수 인바운드 여행업체 수는 별도의 통계가 필요하다.

공사는 30개 해외지사의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아시아 주요 경쟁국의 해외지사 운영 현황도 제시했다.
일본 27개, 태국 29개, 말레이시아 36개 등 경쟁국 역시 현장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정작 핵심 경쟁국인 중국의 해외 관광조직 현황은 비교 자료에 포함되지 않아 비교의 완결성에는 한계가 있다.
도표에서 보듯 한국관광공사는 2026년 기준 중화권 7개, 일본 3개, 아시아·중동 10개, 구미·대양주 10개 등 모두 30개의 해외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공사는 이들 해외지사를 국내 관광업계와 해외 바이어, 여행사, 항공사 등을 연결하는 공공 플랫폼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30개 조직의 역할은 확인할 수 있어도 각 지사가 연도별로 몇 명의 외래객 유치에 기여했는지는 이번 회신만으로는 알 수 없다.
두 번째 도표는 한국과 일본, 태국, 말레이시아, 중국의 해외 관광조직 운영 현황을 비교한 것이다. 각국이 해외 현장 조직을 통해 관광시장 개척과 마케팅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지만, 조직 숫자만으로 실제 성과나 운영 효율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결국 비교해야 할 것은 해외조직의 숫자뿐 아니라 얼마의 예산을 투입해 얼마나 많은 관광객을 유치했으며, 목표 대비 어느 정도의 성과를 냈는가라는 지표다. 실적을 증명하기 위해 공사가 제시한 대표 사례들도 이 같은 질문에는 직접적인 답이 되지 못한다.
공사는 도쿄지사가 경남 함안군 및 지역 업계와 현지 34개 여행사를 연결해 함안 낙화놀이 방한 여행상품을 개발했으며, 그 결과 함안 방문 외래객이 12.9% 증가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를 대만, 중국 등 다른 여행시장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현지 여행사의 방한 여행상품화를 지원한 사례로, 공사가 직접 모객한 관광객 숫자는 제시되지 않았다.
대형 수요 유치 성과로 강조한 MICE 부문 역시 마찬가지다. 공사는 상하이지사가 경쟁국으로 향하던 중국 암웨이 인센티브 단체 1만4,000명을 한국으로 전환 유치해 오는 2027년 770억 원의 경제효과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하노이지사 또한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 WSB 소속 3,152명의 방한을 확정해 124억 원의 경제효과를 냈다고 덧붙였다.
이 수치들은 향후 예상 성과이거나 특정 사업의 개별 사례라는 점에서 공사 30개 지사가 지난 수년간 투입한 예산과 인력을 통해 거둔 종합적인 유치 성과를 대변하기는 어렵다.
지역관광 활성화 측면에서도 타이베이 지사가 대만인 입국객을 157.1% 증가시키고 7만716명의 모객을 지원했다고 밝혔으나, 이 역시 ‘모객 지원’이라는 표현일 뿐 실제 공사가 직접 유치한 방한객 수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성과 중심 MOU 강조했지만 이행 실적은 비공개
올해 초 취임한 박성혁 사장은 다수의 언론을 통해 과거의 의례적인 업무협약(MOU)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모객 숫자와 목표치를 계약서에 명시하고 있다며 숫자 중심의 경영 성과를 강조해 왔다.
하지만 정작 관광전문기자협회가 그 수치화된 협약의 실제 이행 실적을 묻자, 공사는 외부 공개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공사는 지난 4월 에어로케이항공과 업무협약을 하면서 청주공항의 외래객 비중을 현재 약 11%에서 오는 2028년까지 최대 35% 수준으로 확대한다고 밝힌바 있다.
지난 4월 27일 공사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국관광공사-에어로케이항공, 청주공항 중심 외래객 유치 확대 나선다’라는 제목과 함께 “양 기관은 외래객 공동 유치를 통해 오는 2028년까지 에어로케이항공의 청주공항 외래객 비중을 현재 약 11%에서 최대 35% 수준까지 확대할 방침”이라며 “이번 협약을 계기로 ▲항공 노선 연계 지역 특화 여행상품 개발 ▲전세기 유치 및 청주공항 연계 여행상품 기획·모객 지원 ▲해외 여행업계 팸투어 ▲항공권 할인 프로모션 등 공동 마케팅을 추진한다”라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업계에서는 공공기관 업무협약에 제시된 숫자만으로 성과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사가 마케팅비와 홍보비 등을 투입하고, 그 지원에 힘입어 민간 여행사나 항공사가 올린 사후 실적 가운데 어느 부분까지를 관광공사 해외지사의 성과로 볼 것인지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협약서에 숫자를 적어 넣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공공기관의 성과를 입증하기 어렵다. 목표를 설정했다면 실제 달성률과 함께 그 과정에서 해외지사가 수행한 역할, 민간업계가 수행한 역할을 구분해 공개해야 한다.
결국 이번 회신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사용된 ‘모객’이라는 표현을 명확히 설명하기보다 ‘시장 창출’과 ‘지원’이라는 해외지사의 기능을 부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 데이터 경영을 말한다면, 해외지사 성과도 데이터로 공개해야
박성혁 사장이 취임 이후 강조해 온 것은 결국 데이터에 기반한 성과 관리다. 각종 관광사업의 성과를 숫자로 측정하고, 목표를 설정하며, 실제 달성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방향이다. 최근 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요즘 대세’와 같은 데이터·트렌드 중심의 행보 역시 관광시장의 변화를 숫자와 소비자 데이터로 읽어내겠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더욱 묻지 않을 수 없다. 데이터를 중시한다는 한국관광공사가 왜 해외지사 성과를 묻는 질문에는 데이터로 답하지 않는가?
30개 해외지사가 있다면 지사별로 얼마를 투입했고, 몇 명을 유치했으며, 목표 대비 몇 퍼센트를 달성했는지 공개하는 것이 오히려 데이터 경영의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다.
함안 낙화놀이의 외래객 증가율, 특정 인센티브 단체의 유치 규모, 경제효과 예상액 등 성공사례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전체 조직의 성과를 검증하기 어렵다.
이제 한국관광공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해외지사가 무엇을 하고 있다’는 설명을 넘어 ‘30개 해외지사가 실제로 무엇을 만들어냈는가’를 데이터로 공개하는 것이다.
직접 모객과 모객 지원을 명확히 구분하고, 지사별 목표·실적·예산·달성률을 정기적으로 공개한다면 해외지사 존치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도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데이터 경영은 숫자를 만드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숫자를 국민과 업계가 검증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까지 포함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외국관광객 모객은 여행사 역할이라는 제대로 된 지적에 대해 공사가 외래관광객을 직접 모객한다는 설명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의 명확한 진상 파악과 함께 공사 30개 해외지사의 통계로 입증될 수 있는 목표 지향의 운영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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