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단 몇 주, 황금빛으로 물드는 스위스 알프스… 그라우뷘덴 ‘골든 어텀
- 여행 / 강인원 기자 / 2026-09-22 22:42:11

엥가딘의 골든 어텀을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하는 방법은 황금빛으로 물든 숲 사이를 직접 걷는 것이다. 대표적인 코스인 비아 엥가디나(Via Engiadina)는 말로야(Maloja)에서 체르네츠(Zernez)까지 다섯 구간에 걸쳐 이어지는 장거리 하이킹 트레일로, 스위스 소나무와 라치 숲, 알프스 초원과 엥가딘의 마을을 지나간다.
그중 말로야에서 실바플라나(Silvaplana)까지 이어지는 첫 번째 구간은 엥가딘 관광청이 대표적인 가을 하이킹 코스로 소개하는 길이다. 약 12.7km, 4시간가량 이어지는 코스를 따라 걸으면 황금빛 라치 숲 아래로 실스 호수(Lake Sils)와 실바플라나 호수(Lake Silvaplana)가 펼쳐진다. 가을이면 황금빛으로 물든 라치가 호수에 비치며 어퍼 엥가딘 특유의 풍경을 완성한다.
코스 중간에는 전통적인 엥가딘 가옥이 모여 있는 작은 산악 마을 그레바살바스(Grevasalvas)도 자리한다. 1978년 영화 <하이디(Heidi)>의 촬영지로 알려진 곳으로, 오래된 마을과 호수, 라치 숲을 차례로 지나며 엥가딘의 가을을 천천히 경험할 수 있다.
엥가딘의 골든 어텀은 열차 안에서도 만날 수 있다. 그라우뷘덴의 산과 계곡을 연결하는 래티셰 철도(Rhaetian Railway)는 엥가딘 곳곳을 지나며, 차창 밖으로 황금빛 라치 숲과 알프스의 가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제안한다.

열차는 사메단(Samedan), 폰트레지나(Pontresina), 생모리츠(St. Moritz)를 잇는 삼각 노선을 따라 달린다. 래티셰 철도는 이 가을 여정의 매력으로 황금빛 라치 숲과 맑은 알프스의 빛, 선선한 가을 공기를 꼽는다. 빠르게 목적지로 향하기보다 역사적인 증기열차에 몸을 싣고 천천히 이동하며 엥가딘의 가을 풍경과 그라우뷘덴의 철도 문화를 함께 경험하는 여행이다.
보다 특별한 열차 여행을 원한다면 1903년에 제작된 벨 에포크(Belle Époque) 1등석 객차를 이용할 수도 있다. 네 개의 컴파트먼트는 각각 6개의 좌석으로 구성되며, 예약 좌석에서 음료와 카나페를 즐기며 차창 밖으로 이어지는 가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열차 중앙에는 비스트로도 마련돼 있어 증기열차 특유의 여유로운 여행 분위기를 더한다.
엥가딘의 골든 어텀은 오래 머무는 계절이 아니다. 라치가 황금빛으로 물드는 시기와 절정은 매년 기온과 첫 서리에 따라 달라지며, 이후 곧 침엽을 떨어뜨리고 긴 알프스의 겨울을 준비한다. 푸른 호수를 내려다보며 황금빛 라치 숲을 걷거나, 오래된 증기열차에 올라 차창 밖 가을 풍경을 감상하는 여행. 여름의 초록이 사라지고 겨울이 시작되기 전, 엥가딘에서는 일 년 중 단 몇 주 동안만 이어지는 황금빛 알프스를 만날 수 있다.
[ⓒ 티티씨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