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보전본부 유치전, ‘서남해갯벌을 찾아’

기획·특집 / 왕보현 기자 / 2022-10-22 13:17:41
- 갯벌은 ‘자연의 콩팥(腎臟)’, 사람과 자연의 공존 공간
- 한때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 사람만 이용하는 개발로 황폐화
- 세계자연유산 등재로 주목받는 ‘한국의 갯벌’
- 신안·고창·서천 ‘세계자연유산보전본부’ 유치 총력
- 10월 말 발표 앞두고 전남, 충남, 전북 3파전
- 서남해안 갯벌, 세계적 멸종 위기종 철새들 보금자리

[티티씨뉴스 신안·고창·서천=글·사진 왕보현 기자, 취재지원 용환국 생태사진가]

▲ 수천 년 동안 육상의 강으로부터 공급된 토사가 서해에 차곡차곡 쌓이면서 갯벌 퇴적층이 만들어진 것이다. 서해는 조차가 크고, 수심이 얕으며, 경사가 완만해서 갯벌이 잘 발달할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가지게 됐다. 지난해 7월 서남해안의 신안,서천,고창 보성·순천 갯벌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되었다.

 

서남해안 갯벌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계기로 정부가 갯벌의 보전과 관리를 위한 세계자연유산보전본부 설립에 나섰다. 10월 말 입지 발표를 앞두고 신안과 고창 그리고 서천 등 전남북과 충남이 유치를 위해 3파전에 나선 가운데 서남해안 갯벌의 중요성과 아름다운 경관, 대륙간 이동하는 새들의 생태를 현장 취재해 지역의 소리를 소개한다.

▲ 갯벌은 자연유산이면서 삶의 터전이다. 고창갯벌에서 바지락 채취가 한창이다.

사라진 바다의 숲 ‘서해갯벌’
▲ 물빠진 신안갯벌의 패턴과 물고랑 떠 있는 한척의 낚시배가 한가롭다.

 

“쓸모없는 야산과 갯벌을 매립해 대단위의 공업단지를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지도가 새롭게 그려지는 역사적인 순간입니다.”라며 1980년 후반 서해안의 한 대규모 간척지 준공식을 보도한 대한뉴스의 해설이 떠오른다.
1970년대에서 2000년도 초반까지만 해도 갯벌을 막고 산을 깎아 매립해 좁은 국토의 면적의 늘리는 간척사업은 국책 사업이었다. 농지와 산업부지가 부족했던 시절 서해 연안은 간척의 대상이었다. 1980년대까지 남북한 서해 갯벌의 총면적은 약 1만 500km²로 드넓게 발달했지만, 2010년대 후반 약 6,700km²로 크게 감소했다.

▲ 고창갯벌에 물이 빠지자 갯골 사이로 각종 염생식물들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추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한다

이같이 지속된 간척과 매립으로 서해안 갯벌의 절반 이상이 사라지고 해양생태계는 모두 파괴되었다. 갯벌생태계가 파괴되면서 갯벌이 삶의 터전이었던 어민들은 물론 갯벌의 주인공인 수많은 저서동물은 모두 사라졌고 해마다 찾아들던 수십만 마리의 철새들도 중간기착지로서 먹이터와 쉼터를 잃고 말았다.
지난 40년간 갯벌 감소로 사라진 해양생태계서비스 가치의 손실이 연간 약 8조 원에 이른다. 가장 대표적 간척사업은 죽음의 호수로 변한 시화호와 현재도 계속 논란의 중심에 있는 새만금사업이다. 특히 새만금은 만경강과 동진강이란 서해 중심부의 젖줄이 흘러 들어가는 바다에 약 233km²란 드넓은 자연 갯벌이 개발의 논리에 자취를 감추고 인근의 해변들도 황폐화 되었다.
▲ 서천군 장항스카이웨이를 찾은 관광객들이 전망테크에서 서천의 갯벌과 멀리 유부도 등을 관찰하고 있다.

보존하고 지켜야할 보고(寶庫) 서남해 갯벌
그렇게 서울시 면적의 4배, 제주도 전체보다도 넓었던 갯벌이 지난 반세기 동안 여기 저기 사라졌다. 늦게나마 갯벌의 가치를 매립보다는 복원과 보전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천만 다행이다. 그러나 수도권 지역의 갯벌은 보존보다는 개발 논리에 따라 그 원형 유지가 쉽지않다.
▲ 고창갯벌의 옛 염전터 전경, ‘세계자연유산보전본부’ 예정부지이다. 정부는 해양생태계의 중요성과 갯녹음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2013년부터 매년 5월 10일을 ‘바다식목일’로 기념하며 바다에 해조류를 심고 있다.

철새도래지이자 중간기착지인 서남해 갯벌은 수많은 해양생물이 산란장소와 생육장소로 이용하고, 태풍과 해일의 피해를 완화시켜주는 완충지대로서 생태적 기능을 한다. 또한 연안생태계에 영양염류를 공급하고 양식장 및 염전 등 수산물의 생산지로서 역할과 자연생태 체험학습장 지역 주민 경제 활동의 주 소득원이 된다.

생물 다양성의 보고인 갯벌이 특히 주목 받고 있는 점은 우리나라 갯벌에 서식하는 생물종은 약 650종이다. 이는 바덴해(2009년 세계자연유산 지정)의 400여 종에 비해 월등히 높다. 특히 유네스코는 우리나라의 갯벌이 전 세계적으로 400마리밖에 남지 않은 넓적부리도요를 비롯해 저어새, 알락꼬리마도요 등 세계적 멸종 위기종 철새가 이동 중간에 먹이 활동과 휴식을 취하는 장소라는 점에 집중했다.
또한 소라, 굴, 조개류와 새우, 게 등 갑각류 낙지와 주꾸미를 비롯해 숭어, 짱뚱어 등 우리 식탁에 오르내리는 해산물의 절반 이상이 갯벌에서 생산된다.
▲ 간조시 신안갯벌 전경, 다양한 나목의 형태가 마치 자연이 그려낸 한폭의 그림이다.

갯벌은 중요성은 또 있다. ‘자연의 콩팥(腎臟)’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갯벌에 사는 규조강(硅藻綱),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을 포함하여 고동류, 조개류, 갯지렁이류 등과 같은 저생(低生)동물들의 정화능력은 뛰어나다. 이같이 갯벌에 서식하는 많은 생물들은 칠면초 등 염생(鹽生)식물들과 함께 하천에서 유입되는 오염물질을 분해 시켜주는 자연의 정화조 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다. 탁월한 갯벌의 오염정화 능력 덕분에 갯벌이 발달한 서해안 지역에서는 적조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갯벌에 살고 있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하여 뿜어내는 산소량은 지구에서 만들어지는 산소량 전체의 약70%에 달한다고 한다. 숲을 ‘지구의 허파’에 갯벌을 ‘지구의 신장’에 비유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서천 유부도 갯벌 위로 국제보호종인 저어새 무리를 비롯해 도요새들이 날고 있다. 저어새는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번식하는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이다. 

세계적인 과학잡지 네이처(Nature, 1997)에 의하면 갯벌이 전 지구 생태계 면적의 0.3%에 불과하나 단위 면적당(1ha) 생태적 가치는 9,900달러로 농경지 가치(92달러)의 100배, 숲의 그것보다 10배 이상이라고 한다. 숲과 같이 우리에게 먹거리를 제공하고, 오염물질을 정화하며,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등의 정화기능을 하는 것이 갯벌이다. 그 가치가 얼마나 크고 소중한지 잘 알 수 있다.
▲ 도요목 도요과의 철새인 넓적부리도요는 우리나라에는 이동시기인 봄과 가을에 드물게 도래하는 국제보호종이다.

2000년대 들어 순천만·벌교갯벌, 무안갯벌이 람사협약에 등록되고 고창, 강화, 시흥 등의 갯벌이 지속적으로 천연기념물 및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는 등 갯벌의 생태적 가치가 새롭게 주목 받으면서 개발보다는 보존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 순천만 갯벌 칠면초 뒤로 멸종위기종 흑두루미 무리가 먹이활동 중이다. 순천만은 흑두루미 도래지이자 보존지역이다.
2019년 제정된 ‘갯벌 및 그 주변 지역의 지속가능한 관리와 복원에 관한 법률’(약칭 갯벌법)에 따르면 최소한 대규모 간척은 더 이상 걱정하지 않게 됐다. 이 법에 따르면 향후 5년마다 갯벌을 관리하고 복원하는 기본계획을 세우고 매년 일정 면적 이상의 갯벌을 복원해야 한다. 갯벌 복원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갯벌 세계자연유산보전본부’ 발표 앞두고 총력전
▲ 갯벌 뒤로 지는 해는 한 폭의 그림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천년고도 역사문화도시 경주에 위치한 석굴암과 불국사다. 1995년 12월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는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복합유산이 있다. 한국은 2007년 7월 제주도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이어서 지난해 7월 26일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s)’이 두 번째 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것이다. 세계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갯벌’은 전남 신안, 전북 고창, 충남 서천, 전남 보성·순천 등 모두 네 곳이다. 세계유산에 오른 네 개 갯벌 중 보성·순천 갯벌만 남해안 갯벌이고 나머지 세 개 갯벌은 서해안 갯벌이다.

▲ 전남 신안군, 전북 고창군, 충남 서천군이 각 갯벌의 우수성과 지역의 특성을 내세워 세계유산 보전본부의 유치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고창군이  지난 9월 27일 고창문화의전당에서 고창갯벌 세계자연유산 등재 1주년 기념해 ‘고창갯벌 생태계 보존과활용’을 주제로 포럼을 열고 세계자연유산보전본부의 고창군 유치를 위한 군민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세계유산에 오른 갯벌 면적은 총 1284.11km²이다. 우리나라 갯벌의 절반 이상(51.58%)이 세계유산이라는 뜻이자, 남한 영토의 1.2% 이상이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자연유산이란 뜻이다. 갯벌 덕분에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자연환경 국가 지위에 올랐다.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갯벌」이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22종을 포함해 2150종의 동식물군 등 높은 생물다양성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118종의 철새도 서식한다. 한국의 갯벌은 지구 생물다양성의 보존을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서식지 중 하나이다. 특히, 멸종위기 철새의 기착지로서 가치가 크므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가 인정된다.”라고 평가했다.


▲ 신안갯벌의 물고랑 사이로 한척의 배가 포말을 그리며 이동하고 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갯벌을 세계유산에 등재하면서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강화하기 위해 2025년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까지 유산 구역을 확대하라”고 권고하면서 잘하면 전국 갯벌의 70%가, 남한 영토의 2%가 세계유산이 될 수 있게 되었다.
▲ 지난 달 27일, 신안갯벌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지 1년이 된 날을 기념해 신안 국제 철새심포지엄 열렸다. 참석자들이 서해안을 찾는 철새들 관련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한국 갯벌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이후 이를 보전·관리·조정하는 역할을 할 ‘갯벌 세계자연유산 보전본부’를 건립키로 했다.
해당 부처인 해양수산부의 발표에 따르면 국비 320억 원으로 2026년 완공 목표로 하고 있는데 10월 말 건립지 선정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 간 유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 갯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짱뚱어는 이름만큼이나 생김새 또한 흥미롭다.

유치에 나선 지자체는 전남 신안군과 충남 서천군, 전북 고창군 3곳으로 공모 마감 시점인 30일이 다가오면서 3곳 지자체들은 각각 갯벌 완전성과 지리적 이점, 국토균형발전 등을 내세우며 유치 당위성을 내세우고 있다. 또한 각 지자체마다 자체 선정한 세계유산본부 건립 예정부지까지 발표하며 경쟁하고 있다. 대리전에 나선 전남도와 전북도, 충남도 역시 유치 열기를 모으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갯벌 세계자연유산보전본부’가 자신의 지자체에 지정되어야 하는지 실무 책임자의 주장을 들어본다.
신안군 세계유산과 고경남 과장은 “신안갯벌은 한국의 갯벌 중 가장 넓은 면적을 보유하고 있으며(85%) 세계유산에 등재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2007년 신안갯벌 단독으로 세계유산에 도전하여 세계유산잠정목록과 우선추진대상에 선정되는 성과도 이루었다”면서, “이렇듯 한국의 갯벌이 세계유산 등재에 큰 기여를 한 신안군에 건립지가 설립 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한다.
▲ 고창갯벌

서천군 관광기획과 김영상 팀장은 “서천 갯벌은 전 세계 9대 철새 이동경로 및 핵심 3대 경로이자 주요 중간 기착지이다. 또한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철새와 물새 22종이 찾는 대체 불가능한 서식지”라며, “국내 최고 생태계 전문기관인 국립생태원과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자리하고 있다. 서해안 갯벌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고 천혜의 자연환경과 입지 조건을 갖춘 생태도시 서천이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보전.관리와 유산관광 활성화를 총괄할 보전본부의 최적지”라고 밝혔다.
▲ 간조시 신안갯벌 전경, 다양한 나목의 형태가 마치 자연이 그려낸 한 폭의 그림이다.

 

고창군 문화관광과 김영화 팀장은 “고창갯벌은 육상-연안-해양생태계가 연결되어 있는 안정적인 복합생태계로 다양한 형태의 서식지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고창갯벌은 동아시아 몬순기후의 영향에 의한 뚜렷한 계절변화가 관찰되며 이러한 과정에서 형성된 다양한 퇴적물에 의해 많은 생물들에게 다양한 서식지를 제공하고 있다.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로의 핵심 중간기착지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고창이 선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 서천갯벌과 송림 그리고 자연유산 보전본부 건립예상 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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