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잘 노는 학생이 배움도 즐긴다.”
- 라이프 / 왕보현 기자 / 2023-05-13 23:30:32
- 꿈을 찾아가는 학생, 가르침이 보람되는 교사
- 지방 소도시 인구 급감 속, 군남중 학생 수 소폭 늘어
- 전교생 33명, 교사 9명과 순회 교사와 행정요원 까지 합하면 일대일
- 친구 같은 선생님, 막내 같은 제자 ‘소통과 공감’
[티티씨뉴스 전남 영광=글·사진 왕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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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 급감시대, 스승의 날을 앞두고 작은 학교에서 큰 꿈을 키우고 있는 전남 영광 군남중학교 학생들이(오른쪽) 선생님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있다.이다. |
“광범위한 디지털화의 진행, 급격한 학령인구의 감소로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 균형발전 등의 요구가 크다”는 말로 한국교육연구원이 최근 발행한 교육통계연보는 시작한다.
이 자료에 따르면, 무섭게 다가온 인구절벽 학령인구가 줄어들며 전국의 초등학교 5곳 중 1곳은 학생 60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이다.
초등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규모 학교가 늘어나며 중 고등학교도 줄어들고 있다.
특히 농산어촌의 학교들은 이웃 학교들을 통합해 나가고 있지만 학생 수는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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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고맙습니다. 영광 군남중하교 학생(오른쪽)들이 스승의 가슴에 카네이션 한 송이를 달아드리고 있다. |
인구절벽시대 스승의 날을 앞두고 작은 학교에서 큰 꿈을 키우고 있는 전남 영광군남중학교를 찾았다. 전교생 33명의 학생들은 저마다 꿈을 키우고 있다. 9명의 선생님들이 의기투합해 제자들의 꿈을 구체화하고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사랑과 정성으로 보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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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 때 시작해 올해로 3년 째 지속되는 사제동행 걷기는 건강증진 뿐 아니라 선생님들이 학생들과 호흡하며 자연스럽게 상담도 진행된다. |
경기도 양주 신도시에서 살다가 부모님이 귀농하면서 영광군에서 살게 된 2학년 김상우(15) 군은 “우리 학교 아이들은 모두 순수해요. 도시 아이들처럼 사고를 치거나 몰려다니지도 않고요...” 라고 말한다. 김 군은 “도시 친구들처럼 밤늦게까지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되구요, 저희도 부족한 과목은 방과 후에 선생님들이 매일 보충해 줘요, 그리고 그 이후는 자유시간”이라며 “도시에서는 애들이 선생님 보면 피하는 데 여기서는 선생님과 부모자식처럼 지내요”라며 만족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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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남중학교 학생들이 빅발리볼 게임을 즐기고 있다. |
인구소멸시대에 영광군은 영광스럽게도 전국에서 출생률 4년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스승의 날을 나흘 앞둔 11일 영광교육지청의 소개를 받아 학생 수가 조금씩 늘고 있는 영광군 군남면에 소재한 군남중학교를 찾았다.
전교생 33명에 선생님은 9명 군남중학교는 여는 중학교와 달랐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중2라는 말도 있지만 남녀공학인 군남중학교는 학생들끼리는 형제자매처럼, 선생님과는 부모자식처럼 지내고 있다. 사제간 격이 없이 지내는 모습이 큰 누나와 막내 동생과 같은 장면도 연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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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 식사를 마친 학생과 선생님들은 삼삼오오 넓은 운동장 트랙을 돌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 |
점심 식사를 마친 학생과 선생님들은 삼삼오오 넓은 운동장 트랙을 돌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 선생님과 손잡고 걷는 친구도 있고, 서로 장난치며 걷는 친구도 있다.
“궁전마마 납시오”
뒤늦게 이수정 교무부장이 식사를 마치고 운동장에 나서자 학생들이 일제히 달려가 넙죽 절을 하며 트랙으로 선생님을 안내한다. 이 후 선생님과 학생들은 격의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함박웃음을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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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동행 시간이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 때 시작해 올해로 3년 째 지속되는 사제동행 걷기는 건강증진 뿐 아니라 선생님들이 학생들과 호흡하며 자연스럽게 상담도 진행된다. 학생들은 친구같이 대해주는 선생님에게 편안하게 자신의 속내까지 이야기 한다. 선생님도 학생들도 즐겁게 참여하며 만족도도 높다. 교권침해가 심각하고 일부 문제 학생들로 인해 선생님의 자존감이 바닥난 요즘시대 보기 드문 모습이다. 학생들은 자신에게 진심으로 대해주는 선생님에게 어리광도 부려보고 철없는 행동도 하지만 스승에 대한 존경의 눈빛 역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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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식사 후 사제동행 걷기는 건강증진 뿐 아니라 선생님들이 학생들과 호흡하며 자연스럽게 상담도 진행된다. |
박철규(60) 교장 선생님은 “우리 학교는 즐거운 배움으로 행복한 삶의 개척자인 꿈을 찾아가는 학생들과, 열정과 전문성으로 꿈을 심는 조력자로 가르침이 보람되는 교사가 함께 존중과 배려로 소통하여 모두가 행복한 학교”라면서 “그래서 학교의 슬로건도 “잘 노는 학생 배움도 즐기는 학생이고, 꿈과 지혜를 가꾸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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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남중학교 학생들이 영광찰보리축제에서 우도농악 길놀이 공연을 앞두고 마지막 연습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과학과 수학을 좋아한다는 학생회장 김대혁(15 · 3학년)군은 “해가 진후 끝을 알 수 없는 하늘을 바라보며 별자리 찾기를 즐긴다”면서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더 열심히 공부해서 장래 희망인 천문학자의 꿈을 이루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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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학년 학생들이 국가 민속문화재 234호 매간당 고택으로 현장 학습 나와 툇마루에 걸터 앉아 교장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있다. |
90년대 초 까지만 해도 학생 수가 500여명이 넘을 정도의 큰 학교 교정을 교장선생님과 함께 둘러본 후 1학년 학생들과 조선 건축의 백미로 꼽히는 ‘매간당 고택’으로 현장 학습을 나왔다. 조선 후기에 지어진 연안 김씨 집성촌의 종가로 조선 후기 지방 상류 양반집의 규모와 배치를 알 수 있는 국가민속문화재 234호이다. 학생들은 교장선생님과 함께 정원을 비롯해 민속문화재 곳곳을 둘러보았다. 삼대에 걸친 큰 효자를 기리기 위한 삼효문을 비롯해 옛날식 변소와 아궁이에 불을 떼 물을 데워 쓰는 목욕통, 일제 강점기 공출에 대비해 곡식을 숨겨둔 비밀 창고 등 교장선생님의 상세하고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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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건축의 백미로 꼽히는 ‘매간당 고택’은 조선 후기에 지어진 연안김씨 집성촌의 종가로 조선 후기 지방 상류 양반집의 규모와 배치를 알 수 있는 국가민속문화재 234호이다. 선생님들과 비석치기 놀이를 즐기는 군남중학교 학생들 |
선생님들과 비석치기 등 현장학습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온 후에는 학교 체육관에서 조촐한 스승의 날 기념식이 이어졌다.
군남중학교는 사이좋게 1,2,3학년이 모두 11명씩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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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군남중학교 학생들이 스승의 은혜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학생들은 준비한 카네이션을 선생님에게 달아드리며 사제의 정을 나눴다.
카네이션을 가슴에 단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꼬옥 안아주며 등을 두드려 준다.
몇몇 학생들과 선생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스승의 은혜를 노래하며 “선생님,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이 저희 선생님이어서 정말 행복해요!”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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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도농악 연습중인 군남중학교 학생들 |
학교 수업을 마친 군남중학교 전교생은 우도농악 전수자로부터 우도농악을 사사한다. 주말부터 군남면에서 열리는 찰보리축제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연습하는 시간이다. 운동장에 모여 징, 북, 꽹과리, 나발, 깃대 등 채비를 챙겨 선생님들의 지도에 따라 사물 소리와 함께 행진하고 원을 그리며 연습에 열중한다. 농악공연을 통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하나가 된다. 크고 작은 역할을 맡았지만 누구하나 빠지지 않는다. 모두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다보니 어느덧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이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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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무주임 이수정 선생님은 “영광군남중학교 학생 모두는 저마다의 색깔과 품성을 가진 각각의 별이 되도록 교육받고 스스로를 채워나간다.”면서 “한 학생도 소외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고, 할 수 있고,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찾아 함께 혹은 스스로 몰입한다. 그것을 돕는 것이 선생님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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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광군남중학교 학생 모두는 저마다의 색깔과 품성을 가진 각각의 별이 되도록 교육받고 스스로를 채워나간다.” |
인구감소로 지방소멸의 위기를 겪고 있는 농촌의 학교는 더 어렵다. 학생들이 없고 투자가 힘들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적은 학생수는 1;1교육이 가능하다. 군남중하교 역시 학생과 교사의 비율이 3:1이고, 행정실과 급식실 등 교육가족 전체로 보면 2:1이다. 한명의 선생님이 2~3명의 학생을 전적으로 잘 교육할 수 있다. 넓은 운동장과 다양한 특활교실 등으로 질 높은 교육과 현장 중심의 교육으로 꿈을 이룰 수 있는 실력을 배양할 수 있다. 사회의 구성원으로 서로 돕고 이해하는 건강한 시민 교육이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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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남중학교 전교생과 선생님들이 스승의 날 기념촬영하고 있다. |
박철규 교장은 “우리 학생들이 모든 교육활동의 중심에 있어야 하고,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으며 항상 자신이 정말 소중한 사람이라는 자존감을 가질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면서 “‘잘 노는 학생...배움도 즐기는 학생’을 모토로 ‘찾아오고... 머무르고 싶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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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산·어촌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에듀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이 차창을 열고 인사하고 있다. |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에게 내일은 더 큰 꿈을 가지고 힘찬 발걸음으로 등교하길 선생님들은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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