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남대천 찾아 온 겨울철새

자연 / 왕보현 기자 / 2023-12-03 21:26:51
- 경포호, 남대천 찾은 겨울 철새
- 10월부터 50여 종 겨울새 찾아와

[티티씨뉴스 = 글 왕보현 기자, 사진 이종원 사진가(강릉) ]

3일 오전 남대천 하구 나뭇가지 위에 앉아 주변의 먹잇감을 찾던 말똥가리에게 지역 철새인 까치 무리가 덤벼들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싸움이 한창이다.  

▲ 흰꼬리수리(왼쪽)와 이 지역의 텃새인 까마귀가 영역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하늘 위의 하이에나라는 별명을 가진 말똥가리는 매목 수리과의 겨울철새이다. 다른 새들 보다 더 날카롭고 매서운 눈빛과 갈고리 같은 부리와 발톱으로 무장한 싸움꾼이다. 그러나 텃새인 까치들이 떼로 공격하면 당해내지 못한다. 1:1싸움에서는 경쟁이 안 되지만 단독 생활을 하는 말똥가리에게 떼로 몰려다니는 까치가 영역 확보를 위해 다투는 모습은 쉽게 관찰된다. 굴욕적이지만 맹금류 말똥가리는 까치와의 싸움을 피해 자리를 내주고 쫓겨나고 있었다. 제 아무리 하늘의 하이에나여도 영역에서 쫓겨나기까지 한다.
▲ 겨울철 많이 목격되는 맹금류중 하나인 말똥가리는 텃새인 까치 무리에게 당해내질 못한다. 1:1싸움에서는 경쟁이 안 되지만 단독 생활을 하는 말똥가리에게 떼로 몰려다니는 까치가 영역 확보를 위해 다투는 모습은 쉽게 관찰된다. 


나무아래 넓은 습지에는 백조의 호수가 연출되었다. 온통 하얀색 큰 몸집에 긴 목을 가진 한 무리가 잔잔한 물결을 가르며 유영한다. 또 한 무리는 무엇에 놀랐는지 달음질치듯 수면을 박찬 뒤 몸집 보다 훨씬 큰 날개를 펴고 상공으로 날아오른다. 어디선가 연신 카메라 셔터 누르는 소리도 들린다. 탐조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녀석들은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 ‘큰고니(천연기념물 제 201-2호)’이다.


▲ 온통 하얀색 큰 몸집에 긴 목을 가진  ‘큰고니(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 천연기념물 제 201-2호)’ 가족이잔잔한 물결을 가르며 유영하고 있다.

경포호와 경포호 주변의 농경지를 습지를 되돌린 ‘가시연 습지’에서는 초겨울을 맞아 큰고니 가족 외에도 청둥오리, 흰비오리 등 오리류, 물닭, 흰꼬리수리, 말똥가리 등 대형 맹금류 등 다양한 겨울철새들이 깃들고 있다. 경포호 외에도 강릉의 남대천 하구 역시 겨울철새들의 보금자리이다.
▲ 비오리

매년 겨울을 나기 위해 강릉을 찾는 겨울철새는 50여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해안 갯벌이나 철원평야처럼 대규모 무리가 찾아와 군무를 펼치지는 않아도 종의 다양성에서는 이들 지역 못지않다. 황량한 시베리아 벌판이 동토(凍土)가 되기 전 서둘러 수많은 철새들이 따뜻한 강릉으로 거처를 옮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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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종 위기등급 관심대상인 털발말똥가리

하지만 강릉 지역도 여느 곳처럼 해가 갈수록 개발 지역이 넓어지면서 새들의 먹거리와 쉼터가 줄어들자 이 지역을 찾는 수가 줄어들고 있다

▲ 홍여새
멸종 위기등급 관심대상인 털발말똥가리는 매목 수리과의 조류로 몸길이 51∼61cm이다. 겉모습은 말똥가리와 비슷하나 꽁지가 흰색이고 꽁지 끝의 넓은 띠가 뚜렷하다. 날개는 길고 가늘다. 얼굴과 목·가슴은 흰색이며 얼룩무늬와 배는 어두운 갈색이다.

▲ 민물가마우지

 

20여 년 째 강릉 지역에서 생태 사진을 전문적으로 촬영해온 이종원(강릉·74) 씨는 “사업에서 은퇴하고 지금은 매일 남대천과 경포호로 출근한다. 새들과 교감하고 그들의 일상을 기록하는 것이 두 번째 직업이 되었다”면서 “그 동안 희귀한 새도 많이 촬영하고 우리 지역을 찾는 새들은 거의 빠짐없이 기록했다”고 말한다.

경포호 상류 경포가시연습지 경포석호와 습지의 복원을 위해 지역의 전문가, NGO, 지역주민 및 공무원이 참여하는 협의체인 ‘경포습지복원자문위원회’를 구성해 대상지에 대한 다양한 토론과 협의를 해 복원의 방향을 설정했으며 복원대상지공간구성은 ‘UNESCO-MAB(Man And the Biosphere) 인간과 생물권 프로그램’ 개념을 도입해 핵심구역, 완충구역, 전이구역으로 나누어 습지를 조성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해마다 강릉 지역을 찾는 새들의 숫자와 종류가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다. 강릉시와 지역 주민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멧종다리

 

▲ 흰꼬리수리와 까마귀 무리가 영역싸움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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