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포호, 남대천 찾은 겨울 철새
- 10월부터 50여 종 겨울새 찾아와
[티티씨뉴스 = 글 왕보현 기자, 사진 이종원 사진가(강릉) ]
3일 오전 남대천 하구 나뭇가지 위에 앉아 주변의 먹잇감을 찾던 말똥가리에게 지역 철새인 까치 무리가 덤벼들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싸움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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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꼬리수리(왼쪽)와 이 지역의 텃새인 까마귀가 영역 싸움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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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위의 하이에나라는 별명을 가진 말똥가리는 매목 수리과의 겨울철새이다. 다른 새들 보다 더 날카롭고 매서운 눈빛과 갈고리 같은 부리와 발톱으로 무장한 싸움꾼이다. 그러나 텃새인 까치들이 떼로 공격하면 당해내지 못한다. 1:1싸움에서는 경쟁이 안 되지만 단독 생활을 하는 말똥가리에게 떼로 몰려다니는 까치가 영역 확보를 위해 다투는 모습은 쉽게 관찰된다. 굴욕적이지만 맹금류 말똥가리는 까치와의 싸움을 피해 자리를 내주고 쫓겨나고 있었다. 제 아무리 하늘의 하이에나여도 영역에서 쫓겨나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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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철 많이 목격되는 맹금류중 하나인 말똥가리는 텃새인 까치 무리에게 당해내질 못한다. 1:1싸움에서는 경쟁이 안 되지만 단독 생활을 하는 말똥가리에게 떼로 몰려다니는 까치가 영역 확보를 위해 다투는 모습은 쉽게 관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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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아래 넓은 습지에는 백조의 호수가 연출되었다. 온통 하얀색 큰 몸집에 긴 목을 가진 한 무리가 잔잔한 물결을 가르며 유영한다. 또 한 무리는 무엇에 놀랐는지 달음질치듯 수면을 박찬 뒤 몸집 보다 훨씬 큰 날개를 펴고 상공으로 날아오른다. 어디선가 연신 카메라 셔터 누르는 소리도 들린다. 탐조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녀석들은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 ‘큰고니(천연기념물 제 201-2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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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통 하얀색 큰 몸집에 긴 목을 가진 ‘큰고니(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 천연기념물 제 201-2호)’ 가족이잔잔한 물결을 가르며 유영하고 있다. |
경포호와 경포호 주변의 농경지를 습지를 되돌린 ‘가시연 습지’에서는 초겨울을 맞아 큰고니 가족 외에도 청둥오리, 흰비오리 등 오리류, 물닭, 흰꼬리수리, 말똥가리 등 대형 맹금류 등 다양한 겨울철새들이 깃들고 있다. 경포호 외에도 강릉의 남대천 하구 역시 겨울철새들의 보금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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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오리 |
매년 겨울을 나기 위해 강릉을 찾는 겨울철새는 50여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해안 갯벌이나 철원평야처럼 대규모 무리가 찾아와 군무를 펼치지는 않아도 종의 다양성에서는 이들 지역 못지않다. 황량한 시베리아 벌판이 동토(凍土)가 되기 전 서둘러 수많은 철새들이 따뜻한 강릉으로 거처를 옮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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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종 위기등급 관심대상인 털발말똥가리 |
하지만 강릉 지역도 여느 곳처럼 해가 갈수록 개발 지역이 넓어지면서 새들의 먹거리와 쉼터가 줄어들자 이 지역을 찾는 수가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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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여새 |
멸종 위기등급 관심대상인 털발말똥가리는 매목 수리과의 조류로 몸길이 51∼61cm이다. 겉모습은 말똥가리와 비슷하나 꽁지가 흰색이고 꽁지 끝의 넓은 띠가 뚜렷하다. 날개는 길고 가늘다. 얼굴과 목·가슴은 흰색이며 얼룩무늬와 배는 어두운 갈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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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물가마우지 |
20여 년 째 강릉 지역에서 생태 사진을 전문적으로 촬영해온 이종원(강릉·74) 씨는 “사업에서 은퇴하고 지금은 매일 남대천과 경포호로 출근한다. 새들과 교감하고 그들의 일상을 기록하는 것이 두 번째 직업이 되었다”면서 “그 동안 희귀한 새도 많이 촬영하고 우리 지역을 찾는 새들은 거의 빠짐없이 기록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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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포호 상류 경포가시연습지 경포석호와 습지의 복원을 위해 지역의 전문가, NGO, 지역주민 및 공무원이 참여하는 협의체인 ‘경포습지복원자문위원회’를 구성해 대상지에 대한 다양한 토론과 협의를 해 복원의 방향을 설정했으며 복원대상지공간구성은 ‘UNESCO-MAB(Man And the Biosphere) 인간과 생물권 프로그램’ 개념을 도입해 핵심구역, 완충구역, 전이구역으로 나누어 습지를 조성했다. |
그러면서 “하지만 해마다 강릉 지역을 찾는 새들의 숫자와 종류가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다. 강릉시와 지역 주민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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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멧종다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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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꼬리수리와 까마귀 무리가 영역싸움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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