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껏 숨 쉴 수 있는 신록의 내린천에서 하룻밤

기획·특집 / 왕보현 기자 / 2020-05-04 19:05:55
-‘은둔의 유토피아’ 미산계곡과 살둔계곡
-코로나 청정지역 인제 내린천에서 댕댕이와 함께하는 친환경 캠핑
-어름치, 열목어, 별빛과 함께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코리아 투어 프레스 인제·홍천=왕보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과의 밀접 접촉이 없는 ‘언택트(untact)’ 바람이 불고 있다. 오토캠핑을 비롯 다양한 레저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내린천 일대가 비대면 힐링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본의 아니게 집콕족 생활에 젖었던 이들의 대탈출이 시작됐다.
석가탄신일(4월 30일)부터 어린이날까지 이어지는 6일간의 긴 연휴다. 이 기간에 20만 명이 제주도를 찾는다고 지자체장이 직접 방문 자제를 호소한다. 강릉과 속초 등 동해안 관광지의 숙박시설은 98% 예약이 완료되었다고 한다. “여행을 자제하자, 여행을 떠나더라도 2m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칙을 지켜달라”는 것이 방역당국의 부탁이다.
▲ 계방천은 강원도 홍천군 내면 명개리에서 발원해 광원리에서 내린천으로 합류한다.

코로나 100일을 지내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몸에 익었지만 눈부시게 화창한 황금연휴는 자연의 부름을 이겨내지 못했다. 일상을 잠시 떠나는 여행의 방법 가운데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비대면(untact) 여행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오토캠핑이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때에도 전국의 각 캠핑장에는 많은 사람이 찾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수칙을 소홀하게 할 수 없어서 나들이가 망설여 졌지만 다른 사람들과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캠핑을 통해 그동안 누적된 피로를 날려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 ‘코로나 피로 이곳에서 푼다’ 지난 30일 강원도 인제에 위치한 미산분교 캠핑장을 찾은 부부 캠퍼가 자신들만의 해피하우스를 특색있게 꾸민 후 와인을 나누며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의 피로를 씻어내고 있다. 미산분교 캠핑장은 애견전용캠핑장으로 운영 중이다.

“우리 ‘덤보’와 함께 2달여 만에 외출입니다. 코로나19로 사람도 힘들지만 반려견들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견디며 살고 있습니다.” 미산분교 캠핑장에서 만난 정나혜(경기 의왕)씨가 말한다. “낮에는 나무 그늘에서 책을 읽고, 어두워지면 강바람과 함께 모닥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도시의 복잡한 삶에 활력소가 되죠. 여행을 떠날 때마다 우리 ‘덤보’와 동행할 수 없어서 늘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애견캠핑장에 오니 ‘덤보’도 맘껏 뛰놀고 우리도 오랜만에 아주 편한 쉼과 충전의 시간이 되었다.”
▲ 미산분교 애견전용캠핑장을 찾은 캠퍼가 자신의 애견과 함께 캠핑장 아래 강가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미산분교 캠핑장 강원도 인제군의 미산분교를 개조해 만든 애견 전용 캠핑장이다. 애견과 동반해야만 캠핑이 가능한 곳이다. 미산분교는 16개의 데크 사이트와 마사토 사이트로 구성되어있다.
▲ 미산분교 캠핑장은 폐교된 강원도 인제군의 미산분교를 개조해 만들었다. 사계절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인제 내린천 지류인 계방천이 바로 옆이라 애견과 함께 언제든 물놀이가 가능하다. 다른 캠핑장과 달리 애견보호를 위해 텐트 주변으로 울타리가 쳐져 있다
미산분교 캠프장을 운영하는 이원석(49)대표는 캠핑용품점을 14~5년 경영하던 노하우를 캠핌장 운영에 접목했다. 이 대표는 6년 전부터 미산분교 캠핑장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애견동반캠프장으로 운영했다. 본인이 진도견을 기르는 애견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캠퍼들의 애견동반을 관대하게 생각했다. 그러던 중 계곡에서 애견이 수영하는 것을 보고 일반캠퍼가 항의하고 큰 싸움이 났다. 그 후에 “개가 싫으면 오지마세요”라며 3년 전에 애견전용캠프장으로 전환했다. 전국에 약 1,000개의 캠핑장이 있다면 애견동반캠핑장이 5%이내이고 애견전용캠프장은 그만큼 부족하다. 이원석 대표는 아내와 함께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시설확충과 보완에 봄날의 하루가 짧다. 완공된 드라이룸을 셋팅하고, 애견샤워장도 준비 중이다. 먼지 나는 흙 마당에 잔디를 심고 풀을 심는 일, 애견보호를 위한 울타리를 점검하고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도 손보고... 봄볕에 얼굴이 까맣게 그을렸다. “미산분교캠프장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합니다. 인근의 마트는 매 주말이면 캠퍼들로 붐비고, 여름 성수기엔 마을 아주머니들이 푸성귀와 함께, 감자, 고구마, 옥수수를 삶아서 팔기도 합니다. 지역과 상생하면서 지역주민도 캠퍼들을 환영한다.”고 말한다.
▲ 미산분교 애견전용캠핑장 전경

미산분교에서 446번 지방도로 따라 10분을 달리면 살둔마을 생둔분교를 만나게 된다. 생둔분교는 1948년 1월10일 개교한 이래 515명의 학생을 배출하였지만 농촌 인구의 감소에 따라 1993년 3월1일 폐교된 산골 초등학교이다. 캠핑족들에게 최고의 장소로 불리는 특별한 캠프장으로 꼽힌다. 학교 벽면에 붙어 있는 반공방첩 구호가 이채롭고, 요즘은 보기 어려운 나무벽과 나무바닥이 아련한 향수를 더 한다. 마루바닥 교실에서 풍금 페달을 밟으며 고향의 봄을 연주해 본다. 학교 앞 나란히 서 있는 미루나무가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강가 쪽 산벚꽃 나무가 바람결에 꽃잎을 떨어뜨리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다.

땅거미가 내려오고 운동장 한 켠 에서는 모닥불이 피어오른다. 서울에서 직장동료들이 가족과 함께 캠핑온 일행이 바비큐로 맛난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식사를 마친 아이들은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뛰어놀고, 어른들은 오랜만에 잔을 부딪치며 마음속 이야기들을 나눈다. 밤은 깊어가고 달빛은 더욱 밝아온다.
▲ 홍천군 내면에 위치한 살둔마을 생둔분교 캠핑장 전경

생둔분교 캠프장 아래 홍천9경 중 제8경인 살둔계곡이 있다. 살둔계곡은 기암괴석의 배경과 함께 천연기념물인 어름치와 열목어가 서식하는 1급수 맑은 물이다.
살둔계곡에서 만난 이미영(32, 가명) 씨는 “어젯밤 하늘을 올려 보았는데 별들이 보석같이 빛났다”며 “사진에 담지는 못했지만 내 마음속 깊은 곳에 가득 담아 놓았다”고 했다.
코로나19가 주는 답답함을 잠시 잊고 싶어 떠난 캠핑은 한적해서 좋았고, 흐르는 계곡소리가 반겨주었다. 맑은 공기를 몸속 깊숙이 마시며, 따사로운 햇살이 즐길 수 있고, 구름이 벗겨진 하늘에 반짝이는 별빛은 더욱 특별했다.
▲ 살둔마을 생둔분교 캠핑장에도 밤이 찾아왔다. 직장 내 캠핑동호회 회원들과과 모처럼 캠핑장을 찾은 동호인들이 늦은 밤까지 정담을 나누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여행과 단체활동이 어려워지자 많은 사람이 몸과 마음이 지쳐있다. 코로나블루라고 한다. 내리천 지류 계방천 계곡 굽이굽이 돌아가며 연초록으로 물든 완연한 봄의 기운을 맛보며 쉼과 충전의 자리를 찾아 나선다.
▲ 살둔계곡은 내린천 상류와 계방천 하류가 만나는 곳으로 개인산(1,341m)과 문암산(1,146m) 사이를 20㎞에 걸쳐 흐른다. 맑고 깨끗한 계곡에는 기암괴석이 즐비하고 어름치(천연기념물 259)와 열목어가 서식하고 있으며 계곡이 넓어 물놀이와 캠핑을 즐기기에 알맞다.

강원도 홍천군 내면 명개리에서 발원하여 북서방향으로 흐르다 사행을 이루며 내린천으로 유입되는 계방천에는 온갖 기암괴석 사이를 흐르는 시원한 계류와 햇살에 반짝이는 신록이 장관을 이룬다. 계방천을 따라 철쭉, 홍매화, 산수유, 산벚꽃, 조팝나무, 돌배나무... 산들꽃들의 연초록이 눈부시게 빛난다.


별꽃둥지, 강가나들이, 풀벌레소리, 어루와다래, 키다리아저씨...등 이름도 친근한 민박과 캠핑장이 계곡을 따라 줄지어 있다. 솔밭은 소나무가 있어 운치가 있고, 개활지는 전망이 좋아 멋지고, 폐교는 시설이 갖춰져 편리하다. 깊은 골 맑은 물 모래둔덕에는 부지런한 낚시꾼과 설악그란폰도 207km를 완주하기 위해 아침 일찍 길 떠난 평택철인클럽 철인들의 사이클 페달링에 힘이 솟는다.
▲ 강원도 인제군 상남면 소재지에서 구룡령, 조침령, 한계령을 넘어 돌아오는 207km 설악그란폰도를 완주하기 위해 아침 일찍 길 떠난 ‘평택철인클럽’ 동호인들이 힘차게 페달을 밟으며 언덕을 넘고 있다.

캠핑은 코로나 19를 이겨낼 수 있는 예방법이다. 사이트와 사이트 간의 거리를 유지하고 가족끼리 오순도순 직접 음식을 조리해서 먹고, 자연의 바람과 계곡의 물, 하늘의 별과 달이 친구가 된다. 텐트를 치고 음식을 만들고 먹고 정리하는 일 자체가 놀이이다. 깨끗한 공기 신선한 바람은 도시의 세파를 씻어주기에 충분하다.
▲ 충분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타인과 분리된 공간에서 가족과 낭만적인 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것이 캠핑의 묘미다. 더욱이 가족의 일원이 된 반려견과 함께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더 없이 행복한 일이다.

코로나19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서 그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아직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방역당국에서 지역사회 감염 차단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홍보하고 있다. 이번 연휴를 지내고 생활방역 체계로 전환하게 되면 국민들의 삶과 여가에도 일정한 변화가 예상된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은 각자의 방역 의식 수준에 따라 사회적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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