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하게 걷고, 쉬고, 생각하며 힐링하기 좋은 섬
- '섬 속의 섬' 바다 건너 산방산과 한라산이 한눈에
- 바람도 쉬어가고 시간도 멈춘 고요한 평화의 섬
[티티씨뉴스 제주 = 글·사진 왕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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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 건너 투구모양의 산방산과 본섬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
"낮은 하늘엔
움직이지 않는 구름.
하얀 길이 보리밭을 부둥켜안고 떼를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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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장이지 시인은 가파도를 이렇게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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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대정읍 운진항에서 가파도까지 하루 6~7회 정기여객선이 취항한다. 가파도 여객선에 설치된 포토존 |
국내 최고로 손꼽히는 여행지이자 국내 최대의 섬 제주에는 부속섬도 많다. 바다 한 번 건너면 이국의 풍경이 펼쳐지는 그곳에서 한 번 더 배를 탄다면 그 매력은 더 짙고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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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가파도는 때묻지않는 고향 같은 섬이면서 인정이 넘치는 섬이다. |
회색 도시의 빌딩 숲을 탈출해 온 제주도에서 다시 배를 타고 발 디딘 가파도의 시야는 막힘이 없다. 2층 건물은 물론 그 흔한 전봇대조차 보이지 않는다. 푸른 바다 건너 산방산 뒤로 한라산이 손에 잡힐 듯 한눈에 들어온다. 사람들을 피해 코로나 19의 주홍글씨처럼 따라붙는 마스크를 내리자 막힌 가슴이 뻥 뚫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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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에서 본 가파도 전경. 마치 가오리 형상을 닮았다. 가파도 이름은 가오리(가파리)를 닮아 가파도가 되었다는 설과, 덮개 모양을 닮아 '개도(蓋島)'로 부르던 것이 가파도라 굳어졌다는 설 등이 있다. 섬 전체가 산과 언덕없이 평탄한 평상 모양이다. |
배낚시나 자전거 트레킹도 좋고, 느린 시간을 걷거나 해변에 앉아 국토 최남단 마라도를 바라보며 맛보는 청보리 핫도그도 기막히다. 어딜 가든, 뭘 하든 매력 터지는 섬 속의 섬. 가파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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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너 시간 사진만 찍고 가도 힐링이 되는 섬이지만 하루 정도 시간을 내어 가파도 사람이 되어보는 것도 좋다. 바다낚시, 해녀체험, 별빛 쏟아지는 야간 올레길 산책도 새로운 경험이다. |
‘섬 속의 섬’ 가파도(加波島)는 해발 20.5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키가 작은 섬이다. 덕분에 평상같이 평평한 섬 안으로 조금만 들어서면 어디에서든 탁 트인 전망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다 건너에는 가장 키가 큰 한라산(1,950m)이 우뚝 솟아 있다.
제주도 부속섬 중 4번째로 큰 섬 가파도는 위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바다를 헤엄쳐 가는 넓적한 가오리 모양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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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록달록한 가파도 하동마을 지붕이 동화 속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 운진항에서 남쪽으로 5.5㎞ 떨어져 있는 가파도는 제주 본섬과 국토 최남단 마라도의 중간 지점에 있다. 면적은 0.84㎢(약 30만 평)로 마라도보다 약 2.5배 크지만, 해안선 길이는 총 4.2㎞에 불과하다. 상동포구 근처에 자전거를 대여하는 곳도 있지만 여유롭게 걸어도 2시간이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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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파초등학교 담벼락의 벽화/ 가파초등학교 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리에 있는, 대한민국 최남단에 위치한 공립 초등학교이다. |
가파도 상동 선착장에 내리면 해안을 따라가는 길과 섬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가는 길이 있다. 지형이 낮은 가파도는 바다와 거의 수평선을 이룬다. 섬 전체가 수면과 엇비슷해 파도가 심하게 치면 섬이 물에 잠길 것만 같다. 하지만 가파도를 둘러싸고 있는 암초는 낮은 가파도를 큰 비와 태풍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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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중심에 있는 교회 옆에서는 육지와 다른 독특한 모양의 고인돌을 볼 수 있으며, 근처에는 봉분 주위에 돌담을 둘러놓은 제주도 전통 무덤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
가파도는 탄소 없는 깨끗한 섬으로 만들면서 전봇대를 모두 지중화했다. 원희룡 제주 지사는 지난 10월 2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최된 ‘2020 그린뉴딜 엑스포’에 참석해 “탄소 제로섬 시범모델 가파도에서는 섬 내에 필요한 전력을 풍력과 태양광으로 대체 중”이라고 밝혔다.
아시아 유인도 중 가장 낮은 섬인 가파도는 제주의 옛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어 행정안전부 선정 10대 명품 섬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봄에는 청보리와 유채, 여름엔 푸른 하늘에 수놓은 뭉게구름과 파란 바다가 어울리는 천혜의 관광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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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 주변에는 조그만 섬이 많이 있다. 무려 62개의 섬이 마치 본섬인 제주도를 호위하는 병사들처럼 사방에 흩어져 있다. 그중에 8개 유인도와 54개 무인도가 있다. 어미 섬인 제주 본섬과 아주 가까운 유인도는 가파도, 마라도, 비양도, 우도 등이 있다. |
여객선에서 관광객이 내리면 상동의 선착장이 잠시 분주하다 어느 순간 섬 곳곳으로 흩어지면서 가파도는 다시 조용한 섬이 돌아간다. 가파도 해안선과 섬 중앙을 가로지르는 올레 10-1코스를 발길 가는 대로 무심히 걷다 보면 어느새 자연과 하나가 된다. 상동마을과 하동마을을 이어주는 벽화마을 길에는 제주도와 가파도의 삶을 노래한 시와 그림들로 벽마다 사람들의 발길을 멈춘다. 섬사람들의 애환을 느끼며 걷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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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의 가파도는 이웃 섬인 마라도를 가면서 그냥 지나가거나 잠깐 들르는 섬이었다. 하지만 올레길이 생기고 청보리가 알려지면서 마라도와 우도처럼 사철 수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겨울철에도 해양성 기후로 인하여 들녁은 푸릇푸릇하고 4월이면 다른 지역보다 앞서 온통 초록빛으로 물든다. |
올해는 코로나 19로 취소되었지만 매년 4~5월 초 다른 지역보다 한발 앞서 청보리 축제를 개최한다. 가파도의 보리는 '향맥'이라는 제주 재래종으로 키가 1m를 훌쩍 넘는다. 바닷일에 바빠서 주민들은 씨만 뿌려 놓으면 잘 자라는 보리농사를 지었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보리 물결이 넘실대며 푸른 바다와 돌담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가파도에는 이외에도 소망전망대, 까마귀 돌(동산), 고인돌 군락지, 가파성결교회, 벽화마을 길, 친환경 보리 도정공장 등의 아기자기한 명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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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손이 없어 심어놨던 가파도의 보리는, 돌담과 바다가 어우러지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매년 4월 초-5월 초에 가파도 청보리 축제가 열리는데, 청보리 밭 걷기, 올레길 보물찾기, 야외 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행사는 취소되었다 |
이날 처음 가파도를 찾았다는 김예나(23·서울) 씨는 “인스타를 통해 푸른 보리밭을 연상하고 가파도에 들어왔는데. 청보리 물결은 볼 수 없지만, 바다 건너 산방산과 한라산을 바라보면서 호젓하게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걸으니 충분히 쉬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힐링 섬 가파도에 들어서면 세상의 시계가 잠시 멈추는 듯하다. 이 섬에서는 바쁜 일도 바쁠 일도 없다. 그저 흐르는 바람과 따사로운 가을 햇살에 가슴을 활짝 펴고 모처럼 여유를 만끽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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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파도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리에 위치한 섬이다. 모슬포항에서 남쪽으로 5.5km 지점인 최남단 마라도와 제주도 본섬의 사이에 있는 섬이다. 면적은 약 0.84 제곱킬로미터로 마라도보다 약 2.5배 더 크다. 모슬포구 운진항에서 아름다운 섬나라 여객선이 운항한다. |
서너 시간 사진만 찍고 가도 힐링이 되는 섬이지만 하루 정도 시간을 내어 가파도 사람이 되어보는 것도 좋다. 바다낚시, 해녀체험, 별빛 쏟아지는 야간 올레길 산책도 새로운 경험이다. 작은 섬이지만 저렴하고 정갈한 음식도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가파도에서는 보말칼국수, 소라구이, 청보리 핫도그 등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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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만 평이나 되는 보리밭으로 유명한 섬 가파도는 우리나라 섬 중에서 가장 낮은 해발 20.5m이다. 제주도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과 가장 낮은 가파도 섬이 자리잡고 있다. 가파도를 찾는 여행객들은 대부분 올레길을 걷기 위하여 온다. |
가파도에서는 눈길이 닿는 곳이면 어디든 포토존이다. 벽화마을 벽에 기대어 한 컷, 제주 본섬을 뒤로하고 한 컷, 소망전망대에 올라, 한 컷. 스마트폰과 여행객만 있으면 그 어디나 인생샷 스팟이 된다.
바람도 쉬어가고 시간도 멈춘 듯한 평화와 고요의 섬 가파도, 선사시대의 유물 고인돌과 한반도 유일의 수중생태를 간직한 섬, ‘가파도’에는 푸른 빛의 하늘과 바다, 땅이 열리는 새봄의 정취와 아름답고 소박한 섬마을 이야기를 함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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