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야 물렀거라! 모험과 스릴 낭만 가득 빙벽 등반
- 라이프 / 왕보현 기자 / 2024-01-21 11:44:14
- 나이야가라! 빙벽에 청춘을 꽂다
- ‘액티브 시니어’들의 얼음 절벽 도전기
- 평균 나이 71세 “시니어 알파인 클럽”
- 강인한 체력과 담력 요구, 성취감 커
[티티씨뉴스 양구=글·사진 왕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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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빙벽 등반에 적당한 날씨는 얼음의 경도가 너무 무르지도 단단하지 않은 날씨가 최적이다. 날씨가 너무 추우면 얼음이 단단해 스크류 박기가 힘들고 피켈에 얼음이 잘 깨져 낙빙의 위험이 크다. 반대로 영상의 기온일수록 얼음이 연해져 등반은 수월하나 얼음 밀도가 약해져 붕괴의 위험이 있다. 청빙의 경도가 적당하면서 ‘0도’ 전후의 날씨를 클라이머들은 가장 선호한다. |
서울양양고속도로타고 춘천을 지나 46번 국도로 갈아타고 백두대간 한계령, 진부령, 미시령을 향해 가다보면 양구군 국토정중앙면에서 원통 방향 31번 국도변에 하얀 인공 얼음산을 만난다. 용소빙벽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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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온난화로 빙벽등반 시즌은 해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올해도 역시 날씨가 푹하고 눈과 비가 섞여 내리는 날이 이어지면서 대부분의 빙벽장이 문을 열지 못하면서 아이스클라이머들의 선택지가 줄어들었다. |
빙벽은 기온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영하의 기온이 이어지고 한파주위보가 계속되면 단단해진 빙벽은 아이스클라이머들을 불러 모은다. 얼음이 물러지기 전 한 번이라도 더 아이스피켈로 얼음벽을 치며 오르고 싶어 한다. 부지런히 이 곳 저 곳 빙장을 찾아다니느라 클라이머들은 겨울에 더 바쁘다.
지구 온난화 탓인가 전국의 여러 빙벽장이 문을 열지 못하자 추위를 기다리던 아이스클라이머들의 선택지가 줄어들었다.
이틀 동안 이어지던 한파가 잠시 주춤해진 17일 아침 용소빙벽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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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6년 평균 나이 64세 창단한 ‘시니어 알파인 클럽’ 회원들의 평균 나이가 71세를 넘어섰다. 이들은 100세까지 함께 돈독한 우정을 이어가며 함께 산에 오르길 희망한다. |
빙벽장 입구에 들어서자 소란스럽다. 용소빙장의 토지 소유주인 김종우(72세, 광치령주유소 대표)씨가 “빙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나오라”며 소리친다. 김종우 씨는 “빙벽등반은 한 겨울 추위에 맞서는 스포츠의 꽃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라며 “안전 수칙을 벗어난 행위가 보이면 즉각 조치를 취한다”고 말한다. 이날 소란은 등반자가 초반에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확보물 4개를 기본으로 설치해야 하는데 이걸 안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인솔자가 바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면 이날 빙장은 폐쇄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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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등반의 꽃인 아이스클라이밍은 극한의 체력과 숙련된 기술, 담력이 필요한 스포츠이다. |
자신 소유의 토지와 연접한 국도를 따라 설악산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사비로 얼음을 얼리기 시작했는데 작년부터 클라이머에게 개방하여 겨울철 아이스클라이머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이날 빙장을 찾은 클라이머들은 특별했다. 노익장으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젊고 힘이 넘쳐난다.
얼굴을 직접 바라보기 전까지는 ‘시니어알파인클럽’이라는 단체 이름이 어색했었다. 안전핼멧과 고글로 얼굴을 가리고 허리에 찬 자일과 장비들 꼿꼿한 자세에 원색의 방한복은 청년들의 모임을 방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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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니어알파인클럽 회원들이 포즈를 취했다. 사진 왼쪽부터 권경자, 이내응, 오성호, 유동진, 조대행, 이능란, 이충호, 이용대, 이완석, 김상일, 윤재학, 정성호, 유승현, 이동빈 회원이 밝은 표정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2006년 창립한 '시니어 알파인 클럽'은 현재 회원 수 35명, 평균나이 만 71.1세로 회원들의 나이를 모두 합하면 2,489세에 이른다.
왼쪽발목 복합골절 사고 후 재활에 성공한 이내용(69)씨는 빙벽등반의 묘미와 한국시니어알파인클럽 회원들을 소개하며 자랑으로 입이 귀에 걸린다. 회원의 첫 번째 조건은 인성입니다. 아무리 기술이 좋고 체력이 좋다 해도 팀워크를 위해 인성위주로 회원이 구성되었다고 소개한다. 산을 오르며 자연을 배우고 암벽을 오르며 한계에 도전해 온 산악인들이 나이 들어서도 계속 만날 수 있는 것은 서로가 믿고 의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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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음은 다양한 형태의 외관과 빙질을 지니고 있다. 날씨에 따라 단단하거나 푸석한 얼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빙벽등반의 난이도는 빙벽의 외관이나 빙질에 따라 달라진다. |
왕년의 여자 암벽등반 선수 권경자(64)씨는 자신이 희귀난치병인 재생불량성빈혈 확진 7년차라는 말을 담담하게 말한다. “이 병이 완치라는게 없지만 한 겨울 찬바람 맞으며 빙벽을 오를 수 있을 정도로 체력도 회복되었다”면서 “겨울에 집에만 있는데 밖에 나와 맑은 공기 쐬며 운동하니 잡 생각도 없고 젊은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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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시절 암벽등반 선수였던 권경자(65) 씨는 자신이 희귀난치병인 재생불량성빈혈 확진 7년차라 담담하게 말하면서 “이 병이 완치라는게 없지만 한 겨울 찬바람 맞으며 빙벽을 오를 수 있을 정도로 체력도 회복되었다”며 “모처럼 밖에 나와 맑은 공기를 마음껏 호흡하며 선배 회원들과 운동하니 젊은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
등반경력 65년, 문무를 겸비한 산악인으로 한국 현대 암벽등반사의 클래식으로 불리는 이용대(87) 전 코오롱등산학교장은 등산관련 서적 6권을 집필한 등산역사와 이론의 최고전문가이다. 산악인의 키다리아저씨로 알려진 조대행(79, 등산의학 전문가)의사는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1977년 한국 첫 에베레스트 원정대에 의료담당 대원으로 참가해 대원들의 건강을 돌보고 당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던 현지인들을 진료하기도 했다. 조대행 선생은 ‘팀 닥터’로서의 역할만이 아니라 스스로 짐을 지고 7천8백 미터까지 등반했던 알피니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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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등산 의학 분야의 개척자인 조대행(비뇨기과) 회원이 빙벽을 오르고 있다. |
예순여덟(68세)에 1000m 거벽 오른 암벽 등반가 이충호(81)씨는 익스트림라이더 등산학교를 수료하고 에베레스트 실버원정대에 선발돼 히말라야에도 다녀왔다.
암반 빙벽 등반 경력 65년의 이완석(79)씨는 중동고등학교 산악부에서 등반에 입문한 70년대 전문 등반 1세대로 활동했다. 빙벽등반의 묘미와 한국시니어알파인클럽 회원들을 소개하며 자랑으로 입이 귀에 걸린다. 회원의 제1 조건은 인성입니다. 아무리 기술이 좋고 체력이 좋다 해도 팀웍을 위해 인성위주로 회원이 구성되었다고 소개한다. 산을 오르며 자연을 배우고 암벽을 오르며 한계에 도전해 온 산악인들이 나이 들어서도 계속 만날 수 있는 것은 서로가 믿고 의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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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회장은 “아이스클라이밍이 매력만점의 겨울스포츠이긴 하지만 체력과 기술력, 정신력, 검증된 빙벽등반 장비 등 철저히 준비를 잘 해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면서 “특히 기기를 사용해야하는 빙벽 등반은 맨손으로 오르는 암벽 등반보다 훨씬 위험하다. 무리해서 욕심을 내면 안 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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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유명 암벽루트를 개척하하고 빙벽등반대회에서 다수 입상경력을 갖고 있는 이내용 씨가 빙벽을 조심스럽게 오르고 있다. |
이용대 전코오롱등산학교 교장은 두툼한 빙벽화에 열두 발 크램폰을 신고 아이스바일을 힘차게 찍으며 빙벽을 가뿐히 올랐다. 호리호리한 몸엔 군살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정상에 올라 “하강”하며 내려오는 모습은 여든 일곱의 나이를 무색케 하는 20대 젊은이의 몸놀림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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