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생물다양성 보존과 기후변화 막는 보루”

자연 / 왕보현 기자 / 2021-12-06 11:23:53
- 산림생태복원 전문가 최영태 국립수목원장을 만나다.
- 광릉숲 주변도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
- “지속가능한 미래 숲에서 시작해야”

[티티씨뉴스 포천=글·사진 왕보현 기자]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가 내린 지난 11월 말 광릉숲에 위치한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광릉숲은 겨울채비를 마친 듯 고요한 광릉숲을 가로질러 흐르는 봉선사천 물소리와 큰 나무들만 눈에 들어왔다.  

▲ 국립수목원은 1920년대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산림생물종 연구의 전통을 잇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 산림생물 주권을 확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조선 시대 세조대왕 능림으로 지정된 1468년 이래로 550여 년 이상 자연 그대로 보전되어 오고 있는 광릉숲을 보호·관리하고 있는 산림청 소속의 국립연구기관이다.

 

국내 최대의 생물다양성 보고인 경기도 포천과 남양주에 걸쳐진 광릉숲 소리봉(537m) 자락에는 국내외 식물을 보전·관리하는 국립수목원이 자리 잡고 있다. 산림생태복원 전문가인 최영태(48) 국립수목원장을 만나 사람과 함께하는 생명의 숲과 국립수목원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숲이 곧 복지고, 나무는 생명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지속가능한 미래를 물려 주어야하며 그 미래는 숲에서 시작할 것입니다.”

국립수목원이 있는 광릉숲은 1468년 조선 세조 때 지정된 왕실 능림으로 550년이 넘도록 온전히 보전된 생물다양성의 보고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질곡의 역사 속에서도 광릉숲은 용케 살아남았다. 단위면적당 생물다양성이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국립수목원은 생물에 대한 자료와 정보를 가장 풍부하게 보관하고 제공하고 있다

▲ 최영태 원장은 “숲이 곧 복지고, 나무는 생명이다. 우리 후손들에게 지속가능한 미래를 물려 주어야하며 인류의 미래는 숲에서 시작한다”고 강조한다.

최 원장은 지난 1월 광릉숲 보전과 산림식물의 보전·관리를 총괄하는 제11대 국립수목원장으로 임명됐다. 고려대학교 산림자원학과를 졸업하고, 산림청 산림휴양정책과, 산림정책과, 산림생태계복원팀장, 국제협력담당관 등을 역임하였으며, 국제열대목재기구(ITTO) 산림생태복원 전문가로도 활동했다.
도시화와 산업화로 숲이 파괴되고 있는 현실에서 산림생태복원 전문가의 원장 취임은 개발과 보전의 양극에서 균형을 유지하고 숲을 보호하고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바람일 수 있다.

“생명의 근원인 물과 땅이 유지되는 것은 숲에 나무가 있기 때문이다. 숲은 생물다양성과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더욱이 숲에서 치유하고, 위로받고, 영감을 얻는 등 무형의 가치까지 생각하면 그 혜택은 헤아릴 수 없다”

 

“이미 광릉숲 주변은 최근 10여 년 동안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었습니다. 광릉숲을 둘러싸며 광릉숲의 기능을 보조해주고 있던 논과 밭의 농업생태계가 사라지고 모두 아파트, 공장, 창고, 그리고 숙박시설이 들어섰습니다. 광릉숲이 서울의 남산 같이 도시화 지역으로 둘러싸인 고립된 섬이 되었다는 것을 광릉숲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인식하고 물려받은 소중한 숲을 후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다양한 고민들이 함께 해야 합니다. 수목원과 경기도, 인근 지자체의 광릉숲 보전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점입니다.”

나무가 안고 있는 유무형의 가치는 실로 무궁무진하다고 최 원장은 강조한다. 우리가 산소로 숨 쉬고 의식주를 해결하는 근본 바탕이 바로 나무이기 때문이다. 나무를 보고 있으면 서로 경쟁하는 듯 보이지만 크게는 서로 조화를 이루고 공존·상생의 길을 가고 있다. 나무를 바라보는 것 숲 안에 들어가 있다는 것 자체로 인간은 정서적 안정을 찾는다. 코로나가 창궐하고 각종 질병들을 이겨 낼 수 있는 것도 숲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류의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기후변화문제도 결국 산소가 탄소를 어떻게 축적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국립수목원은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어린이, 청소년 뿐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평생교육을 제공하는 산림생물 관련 교육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 사진은 산새교실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탐조활동을 하고 있다(자료사진=국립수목원 제공)

 

“우리가 마시고 사는 물과 집을 짓고 살아가는 땅이 기반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숲의 나무 덕분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질병 퇴치를 위한 신약은 결국 숲의 생물자원에서 대부분 기원하지요. 산림은 생물다양성과 기후변화 사이에 존재하는 연결고리의 완벽한 예를 제공하고 있으며, 산림 보존을 통해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고 기후 변화를 완화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입니다. 산림은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위협을 받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탄소 격리를 통해 기후변화를 완화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숲에서 치유하고, 위로받고, 영감을 얻는 등등의 무형 가치까지 생각하면 그 혜택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온대중부 활엽수림 보존지역인 광릉숲은 한반도 생명의 진귀한 보고다. 이곳에 자생하는 식물은 무려 900여 종. 우리나라 전체 식물의 20%가량이 바로 이 작은 공간에서 산다. 이곳에 수집ㆍ관리되는 외래종은 모두 6천여 종. 온실과 야외에서 각각 3천 여 종씩 자란다. 광릉숲의 전체 면적은 서울 여의도의 여덟 배인 2천240ha. 이 중 10% 정도만 일반에 개방된다.
 

▲ 국립수목원 최영태 원장이 지난 8월 현재 광릉숲에서만 서식이 확인되고 있는 천연기념물 제218호이자 멸종위기야생생물 I급인 장수하늘소의 이동범위를 포함한 생태학적 정보를 파악하고, 광릉숲 내 안정적 보전을 위하여 추적장치를 부착한 장수하늘소 10개체(암컷 5, 수컷 5)를 광릉숲에 방사하고 있다.(사진=국립수목원 제공)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식물도 많다. 광릉요강꽃, 광릉골무꽃 등 여기서 처음 발견된 식물만도 12종에 달한다. 천연기념물인 장수하늘소의 유일한 서식지로 밝혀지고 일본에서 사라진 방아벌레가 지난 3월 처음 발견되는 등 곤충과 동물들에게도 광릉숲은 천혜의 낙원으로 보전 가치가 그만큼 높다.


“도시화 및 산업화 진행에 따른 고립화된 광릉숲의 미래가 우려됩니다. 우리 수목원에서 광릉숲에 인접한 사유지를 매입하여 개발 진행을 최대한 완화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자자체 수준에서 많은 보전 노력이 필요한 상황인 것은 분명합니다. 광릉숲 주변 지역의 산림감소 속도는 우리나라 전체 수준보다 두 배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의 산림면적 감소 비율은 1.6%이며, 광릉숲 인접 지역은 3.0% 수준입니다.”
 

▲ 국립수목원 최영태 원장은 신남방 정책 지원을 위한 산림분야 교류협력’을 위해 지난 3월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 리카르도 칼데론 사무총장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국립수목원은 메콩지역의 산림생물자원의 보전과 확보, 이를 활용한 신 가치 창출을 시작으로 아시아 각 회원국들과 산림분야 전반에 걸쳐 협력을 넓혀가고 있다.(사진=국립수목원 제공)

 

헌법 제35조 1항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하여 환경보존의 의무가 국민의 6대의무 중 하나이다. 환경교육 의무화는 기후위기 당사자인 미래세대에게 기후와 환경에 대해 마땅한 지식을 제공하겠다는 목적에서 추진되었다. 모든 국민이 지속가능한 지구와 생태계를 위해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할 시기이다.

 

▲ 국립수목원은 총 18개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국립수목원 식물교실은 평생교육의 일환으로 일반인들에게 국립수목원과 산림생물을 친근하게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운영강좌는‘현장에서 배우는 식물분류’, ‘식물세밀화(색연필, 연필)’, ‘실내 미니가드닝(Ⅰ, Ⅱ)’, ‘조경스케치’, ‘자생식물 사진교실’, 광릉숲 산새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전문가의 이론 강의와 현장실습으로 진행된다. 사진은 식물학자와 함께 자생식물을 탐사하는 어린이들(사진=국립수목원 제공)

“학생들이 생태계 지속가능성 증진을 위한 의사결정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습니다. 국립수목원은 기후위기 당사자인 우리 아이들에게 ‘지속가능발전교육(ESD)’을 제공합니다. 지난 5월 개원한 「숲이오래」 키즈아카데미는 국립수목원에 방문하는 모든 유아, 어린이 친구들이 다양한 산림생물에 대해 배우고 숲과 더불어 지내는 행복함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벌나비정원, 먹거리정원, 빗물정원 등 지속가능발전 개념을 바탕으로 건축되었고, 아이들이 ‘숲생태계와 생물의 보전’을 이끌 수 있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광릉숲은 서울 도심에서 40여km 1시간이면 도착한다. 포천시, 남양주시 그리고 의정부시에 걸쳐 있기 때문에 수목원만이 아니라 지자체의 보전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광릉숲을 찾는 시민과 함께 환경을 지키고 보전하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하겠다. 급격한 도시화와 난개발로 생물다양성이 위협받고 2030년까지는 도시면적이 지금보다 세 배 가량 늘어난다는 보고도 있다. 자연과 더불어 살며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우려야겠다.
▲ 최원장은 “국립수목원 직원들과 함께 광릉숲을 잘 보전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과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산림생물종을 조사하고 수집·증식하여 보전하고 연구 결과를 활용한 주제별 전시원을 조성하고 보완하여 산림문화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다.

“산림은 아무런 대가 없이 지친 국민들에게 휴식공간이자 정서적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공간입니다. 특히, 국립수목원은 산림생물자원의 수집, 연구, 전시, 보존 등 본래 기능 외에도 국내 수목원의 구심점이자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대국민 자연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도시의 삶에서 잠시 벗어나 푸른 초목과 함께 여가를 즐기며 코로나 블루를 극복할 수 있는 힐링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묵묵히 해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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