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의 눈높이에서 본 겨울 갯벌

자연 / 왕보현 기자 / 2021-02-22 07:30:41
- 자연이 그린 겨울 갯벌그림
- 드론을 통해 본 갯벌
- 천연기념물 두루미의 먹이활동
- 갯벌, 인간의 간섭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티티씨뉴스 강화 = 글 ‧ 사진 왕보현 기자]

사흘 전 내린 눈이 강추위에 갯골을 따라 얼어붙으며 멋진 그림을 그렸다. 그동안 우리가 볼 수 없었던 자연의 그림이다. 사람이 지나친 풍경을 겨울 진객 두루미들만이 그 모양을 즐기며 먹이활동을 한 듯 생경한 디자인이 탄성을 자아낸다.

▲ 사흘 전 내린 눈이 강추위에 갯골을 따라 얼어붙으며 멋진 그림을 그렸다. 그동안 우리가 볼 수 없었던 생경한 디자인으로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자연의 그림이다.

18일 이른 아침 초지대교를 건너 강화도에 도착한 취재진은 아침 해를 바라보며 안전한 곳에 차를 세우고 드론을 올렸다. 바다건너 멀리 청라지구와 영종대교가 한 눈에 들어온다. 바닷물이 완전히 차오르는 만조시간이지만 우리말로는 ‘조금’, 한자어로는 소조기(小潮期)여서 바닷물이 갯벌 중간까지만 들어와 있었다.
드론에서 내려다보니 넓은 갯벌 사이로 다양한 형태의 갯골 따라 얼음이 얼어있었다. 벌거벗은 겨울나무 같기도 하고, 하늘로 오르는 용처럼 보이기도 하더니 웅장한 산맥처럼도 보인다.
▲ 갯벌위에 그려진 겨울 그림은 어찌 보면 벌거벗은 겨울나무 같기도 하다가 승천하는 용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갯벌생태계가 잘 살아있어 강화도 남단 동검도 인근에는 매년 겨울이면 40여 마리의 두루미가 찾아와 월동한다. 우리나라를 찾는 대부분의 두루미들은 주로 철원, 연천, 파주, 그리고 강화에서 관찰할 수 있다. 1968년 천연기념물 제202호로 지정된 두루미는 전 세계에 30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 종으로 분류돼 있다. 2012년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전 세계 두루미 가운데 절반이 넘는 1,600마리 이상이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 두루미는 몸길이 150cm, 날개 편 길이 약 240cm, 몸무게 약 10kg에 이르는 대형 조류로 천연기념물 제202호로 지정되었다. 온몸이 흰색이다. 머리꼭대기는 피부가 드러나 붉고, 이마에서 멱·목에 걸친 부위는 검다. 날개의 안쪽 둘째날개깃과 셋째날개깃은 검정색이고, 나머지 날개깃은 흰색이다. 꽁지를 덮고 있는 둘째날개깃이 검정색이므로 앉아 있거나 걸을 때는 마치 꽁지가 검은 것처럼 보인다. 한 살 된 어린새는 검정색 부분이 연한 갈색이며, 만 3년이 되어야 완전히 검정색이 된다. 시베리아의 우수리지방과 중국 북동부, 일본 홋카이도 동부 등지에서 번식하며, 겨울에는 중국 남동부와 한국의 비무장지대에서 겨울을 난다

강화를 찾는 두루미들은 철원을 비롯해 내륙에서 월동하는 두루미들이 곡물을 섭취하는 것과 달리 갯벌에서 칠게 등을 먹이로 활동을 하고 뭍으로는 나오지 않는다. 취재에 동행한 ‘두루미, 천년학을 꿈꾸다’의 저자인 이종렬 자연 다큐멘터리 사진가는 “강화도 남쪽 갯벌을 찾는 두루미는 40여 마리가 매년 관측된다. 이들은 썰물에 드러나는 갯벌을 따라다니며 먹이활동을 하고, 밀물을 따라 섬 주변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라며, “강화 갯벌은 칠게 등 먹잇감이 풍부해 굳이 들판에서 먹이를 찾지 않아도 되지만 해안가의 무분별한 개발과 관광객을 비롯한 인간의 간섭이 심해지면서 자꾸 뭍에서 멀어지고, 오염된 물과 스트레스로 건강도 걱정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 강화도의 부속섬인 동검도 갯벌에서 먹이활동을 하던 두루미 가족이 날개를 펴고 날라 이동하고 있다.
바다에서 활동하는 두루미들은 찬바람이 불면 갯골로 내려가 바람을 피한다. 갯골은 크기가 150cm 넘는 대형조류인 두루미가 내려가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다. 그래서인지 이들이 갯골에서 활동을 하다가 다시 갯골 밖으로 올라올 때는 신중하게 행동을 취한다. 먼저 한 마리가 갯골 위쪽으로 올라와 머리를 길게 쳐들고 주변 수평선을 살핀 후 안전하다 싶으면 모두 갯골 밖으로 올라온다. 이처럼 영리한 두루미는 갯가에서 집을 짓고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 경계를 하지 않다가도 외지인들이 갯가에 나타나면 먹이활동을 중단하고 멀리 이동을 한다.
갯골에서 먹이활동하는 두루미 전 세계에 30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두루미는 2012년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전 세계 두루미 가운데 절반이 넘는 1,600마리 이상이 우리나라 철원, 연천, 파주, 그리고 강화에서 월동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두루미는 온종일 갯벌에서 활동한다. 바다에서 활동하는 두루미도 산간지역 들판이나 강가에서 활동하는 두루미처럼 가족 단위로 활동을 하고, 해가 지면 섬 주변으로 모여든다.

강화도 앞바다에는 밀물과 썰물의 속도가 빠르지 않고 만조가 되어도 새들이 갯벌에 발을 담그고 활동할 수 있는 수심이 얕은 곳이 많다. 그래서 수영을 못하는 두루미는 물론이고 저어새·도요새·검은머리물떼새 같은 천연기념물의 보고이다.
▲ 동검도 선착장 갯벌이 하얀 얼음으로 덮여있다.

우리나라 갯벌은 캐나다의 동부 해안, 미국의 동부 해안과 북해 연안, 아마존 강과 더불어 세계 5대 갯벌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강화도 갯벌은 남단 길상면·화도면 연안에 인접해서 발달한 갯벌로 347.4㎢에 이르는 광대한 면적을 자랑한다. 갯벌 규모는 우리나라 서남해안 간석지의 11.4%, 경기도 간석지의 41.1%를 차지하고 있다.

갯벌은 환경·생태학적 측면에서도 매우 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갯벌은 육상생태계와 해양생태계를 연결하면서 두 생태계의 완충기능을 가지고 있다. 갯벌의 기능 중 중요한 것은 자연정화 활동으로 흔히 갯벌을 '자연의 콩팥'이라고 불린다. 갯벌에 서식하는 많은 생물들은 염생식물과 함께 하천에서 바다로 유입된 육상의 오염 물질을 분해하는 하수종말처리장 같은 역할을 한다.
▲ 동검도 연육교에서 드론을 띄워서 본 일몰광경

취재진이 찾은 동검도를 비롯한 강화도 일대에는 경치가 좋은 곳이면 어김없이 사람들의 차지이다. 해안이 보이는 곳이면 어김없이 펜션과 위락시설이 들어섰고, 골프장 공사도 진행 중이다. 사람의 간섭이 많아지면서 갯벌로 쏟아지는 오염물질과 관광객의 발자국을 강화의 갯벌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이다. 기후위기의 시대 개발의 편익보다는 자연보존이 더 큰 실익을 가져온다는 것은 생태주의자들 만의 주장이 아니다. 갯벌이 보존되어 자연 정화를 하고, 해안의 경관을 모든 이들이 공유할 수 있을 때 지역 경제의 활성화는 더 쉽게 이루어진다.
▲ 동검도 논에서 겨울 철새인 쇠기러기가 활발하게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쇠기러기는 기러기목 오리과 조류로 아시아,유럽,북미 등지의 습지에서 번식하고 11월무렵에는 북위 30도 이남으로 내려와 겨울을 난다. 강 하구, 간척지, 농경지, 습지 등 탁 트인 곳에서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강화도 남단에 위치한 동검도는 1985년 제방도로가 생기면서 육지와 이어졌다.
2018년 1월에는 길상면 선두리와 동검도를 연결하고 있는 기존 제방을 연륙교 형태의 교량으로 개량해 해수유통을 원활하게 만들어 강화남부 갯벌생태계를 복원 중이다.
▲ 두루미 가족이 갯벌에서 먹이활동을 하며 성큼성큼 산책하고 있다.

물이 빠지기 시작하는 오후 들어서 동검도 일대를 다시 돌아보았다.
바람이 부는 대로 일렁이는 갈대숲 뒤로 갯골이 육지 쪽에서 부터 서서히 그 형태를 드러낸다. 오후 들어 기온이 오르자 번식지인 시베리아 쪽으로 모두 떠났을지도 모른다며 걱정했던 두루미 가족이 갯벌에서 먹이활동을 하며 성큼성큼 산책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거리는 제법 멀어도 검정색 갯벌 위 흰 두루미는 흑백이 대비가 되어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두루미의 먹이활동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취재차량 안에서 600mm 초망원렌즈를 장착한 카메라의 셔터를 계속 눌렀다. 두루미 가족의 주간 활동을 취재한 후 두루미들이 놀라지 않게 1km이상 떨어진 곳에서 고도를 유지하며 드론을 날려 전경사진을 담고 나니 겨울 해는 벌써 서쪽 바다로 기울고 있다.
▲ 동검도 연육교에서 바라 본 일몰

서해안의 섬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육지를 바라보면 일출, 바다를 바라보면 일몰 포인트가 된다. 동검도 선착장은 영종대교 여명이나 청라국제지구의 빌딩숲 사이로 떠오르는 아침 해를 담기위해 사진가들이 즐겨 찾는 촬영명소이다.
일몰 역시 동검도 인근 동막해변도 좋은 포인트이지만 동검도 연륙교에서 맞는 일몰도 한 폭의 그림이다.
동검도 연육교에서 일몰 풍경을 촬영하는 취재진 옆에서 스마트폰으로 낙조를 촬영하던 관광객 박명선(38, 서울 강동)씨는 “바닷바람 쐬러 나왔는데 세상을 붉게 물들이며 바다 속으로 쑥 들어가는 태양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면서 코로나로 지친 일상이 회복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 취재를 마치고 장비를 정리하고 있을 때 어두워지는 겨울 하늘에 쇠기러기 무리가 이동하고 있다.

한편, 동검도(東檢島)는 한강을 통해 한양으로 진입하는 선박을 검문하던 곳이라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강화 석모도 서쪽에는 중국의 배를 검문하던 서검도(西檢島)가 있다. 동·서검도는 한양으로 가는 배들의 해상검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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