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생생한 서울거리 풍경

라이프 / 왕보현 기자 / 2022-01-20 23:45:49
- 서울역사박물관 , 100년 전 선교사 촬영 사진 180장 공개
- 한양도성과 궁궐, 학교, 병원과 의학교, 일상 생활
- 미국 드류대학교 도서관 소장 연합감리교회 아카이브

[티티씨뉴스=왕보현 기자] 사진=서울역사박물관 제공

▲ 성벽이 훼철되기 전 숭례문(1898.12.-1907.10)
한양도성의 정문격인 숭례문 좌우의 성벽이 철거되기 전 사진부터 1908년 좌우 성벽이 모두 훼철된 1910년대 숭례문, 1921년 경찰초소가 들어선 1920년대 사진, 남산구간으로 이어지는 성벽 사진, 한 겨울 눈이 내린 숭례문 풍경은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느낌을 준다.
▲ 배재학당 운동장의 축구경기(1910-1930년대)

그동안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1900년대 초에 시작된 한국 야구 경기, 전차 안에서 표를 내는 모습, 국수를 말리고 물건을 흥정하는 모습, 간판 제작, 수돗가에서 물 긷는 모습, 한옥을 짓거나 수리하는 광경, 구두 수선공 등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촬영된 사진들은 100여 년 전 서울 사람들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전달해 준다.
▲ 광희문을 지난 운구행렬(1913년 이전)

한양도성 사소문 중 하나인 광희문(光熙門)은 상여가 도성 밖으로 나가는 문으로 시구문(屍口門)이라고도 불렸다. 상여와 장례 행렬이 나가는 광희문 사진에서 시구문이었다는 사실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1913년 철거된 광희문 양쪽 성벽의 존재는 한양도성의 면모를 살피는 데 좋은 자료가 된다.
▲ 건축 중인 경성일보사와 태평로(1914년 경)

서울역사박물관이 1910~1920년대 서울의 일상생활을 담은 학술총서 <100년 전 선교사, 서울을 기록하다>를 20일 발간했다. 이 책에 수록된 당시 사진 은 미국 뉴저지주 드루대 도서관이 소장한 ‘미국 연합감리교회 아카이브’의 서울 사진 3200장 가운데 180장을 선정한 것이다. 서울역사박물관 박현욱 학예연구부장은“조선총독부와 일본인이 촬영한 사진에는 식민주의적 시선과 정치 의도가 담긴 반면, 선교사들의 사진에는 생생한 삶의 현장으로서의 서울 풍경이 많아 서울학 자료로서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 세브란스의학전문학교와 세브란스 병원(1913년 이후)

총서는 ‘서울거리 풍경’ ‘한양도성과 궁궐’ ‘학교’ ‘병원과 의학교’ ‘교회’ ‘일상’으로 분류해 당시 모습을 기록했다. 같은 장소를 시간차를 두고 연속적으로 촬영한 것도 있어 서울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 동아연초회사 공장의 소년공(20세기 전반)

서울역사박물관은 매년 해외에서는 무관심 속에 사라지거나 잊혀지고, 국내에서는 자료 접근의 어려움으로 인해 잘 알려지지 않은 미공개 서울학자료를 발굴하고 조사한 성과를 학술총서로 발간하고 있다. 학술총서 발간 사업은 서울학자료의 중요성을 알리고, 시민과 공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 조선철도호텔 건축 장면(1914년 경)

또한 사진과 함께 조선 말기~일제강점기 신문, 상업사자료, 역사자료, 지적도 등 철저한 문헌 조사와 검증을 통해 자세한 국・영문 해제를 더하였다. 그간 국내에 소개되었던 미국 내 근대 사진자료가 충분한 분석과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아 세부 사항을 파악할 수 없었던 것과 달리 사료적 가치를 높였다.
▲ 이화학당 널뛰기(덕수궁 중명전 배경_1925년 이전)

미국 연합감리교회 아카이브는 미국 감리교 선교사들이 조선으로 건너와 사역을 하면서 찍은 사진들로 국내에 간헐적이고 단편적인 학계 소개나 충남 등 다른 지역의 사진들이 소개된 바 있었지만, 서울 사진이 대대적으로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감리교 선교사들의 사진은 당시 조선총독부와 일본인이 촬영한 사진에 나타나는 식민주의적인 정치 의도와는 달리 생생한 삶의 현장으로서의 서울풍경과 생활상을 기록한 희귀자료가 많아 서울학자료로서 가치가 크다.
▲ 세브란스의학전문학교와 세브란스 병원(1913년 이후)

주제는 ‘서울거리 풍경’, ‘한양도성과 궁궐’, ‘학교’, ‘병원과 의학교’, ‘교회’, ‘일상 생활’ 등 총 6개로 분류되었다. 특히, 같은 장소의 사진이 시간차를 두고 연속적으로 촬영된 것이 있어 시간의 추이에 따른 서울의 변화상을 비교할 수 있는 점이 흥미롭다.
▲ 눈내린 숭례문(1910년대)

제1장 ‘서울거리 풍경’은 종로(鐘路), 남대문통(南大門通), 태평통(太平通), 광화문통(光化門通), 서대문정(西大門町), 의주통(義州通), 본정(本町), 황금정(黃金町), 욱정(旭町), 정동(貞洞) 등 서울 곳곳의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풍경을 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조선총독부가 대한제국기 고종(高宗)이 하늘에 제를 올리는 제단이었던 환구단(圜丘壇)을 철거하고 세운 조선철도호텔(1914년 준공)의 건축 장면과 현재 서울도서관 자리인 경성일보사(京城日報社) 사진은 1914년부터 1915년 이후까지 건축에서부터 준공, 화재 발생으로 이어지는 서사적 구성을 가지고 있다.
▲ 창의문 근처 조림지(1907년 경)

제2장 ‘한양도성과 궁궐’은 지금은 멸실되어 보기 힘든 한양도성과 사대문(四大門), 사소문(四小門)의 변화와 특징, 경복궁(景福宮), 경희궁, 덕수궁(德壽宮), 운현궁(雲峴宮) 등이 피사체로 등장한다.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조선철도호텔(현재 웨스틴조선호텔) 사진은 외부 공사를 위한 목재들이 층층이 세워져 있고, 그 앞으로 환구단의 돌담과 정문(正門)으로 추정되는 문의 일부가 담겨 있다. 조선철도호텔은 일제가 시정5년기념조선물산공진회(1915) 개최를 위해 건립한 조선총독부 철도국 직영 호텔이다.(사진 2)
▲ 이화학당 화학 수업(1911-1931)
공진회를 기점으로 조선과 만주 등 철도 여행이 발달하면서 조선철도호텔 사진은 조선풍경, 경성백경(京城百景) 사진엽서나 관광안내서에 준공 이후의 사진은 많이 알려져 있으나, 공사 중 사진은 처음으로 공개되는 것이다. 또한 원 위치가 소공동 방향이었던 정문과 돌담이 보여 향후 환구단 고증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조선철도호텔 건축 장면(1914년 경)

현재 서울도서관이 된 경성부청(京城府廳)이 1923년 12월 신축 이전되기 전 그 자리에 있었던 경성일보사는 1914년 10월에 준공된 후, 다음해인 1915년 11월에 발생한 화재로 중앙의 첨탑이 소실되었다. 그러므로 ‘건축 중 → 준공 후 → 화재 발생 후’로 연결되는 경성일보사에 대한 일련의 사진은 경성일보사의 시간 배열을 가능하게 해준다.(사진 3,4,5)
▲ 1축된 경성일보사(1914-1915)

이밖에 우리에게 익숙한 종로, 남대문통, 태평통, 광화문통, 서대문정, 의주통, 본정, 황금정, 욱정, 정동의 새로운 거리 풍경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제3장은 ‘학교’로 제4장 ‘병원과 의학교’, 제5장 ‘교회’와 함께 근대 선교사들이 조선에서 펼쳤던 교육, 의료, 선교사업의 활동영역을 살펴 볼 수 있다. 조선에 도착한 선교사들은 발전된 서양의 의료사업과 교육사업을 펼치면서 효과적인 선교활동을 하였다.
▲ 보구여관 내부(20세기 전반)

소개된 학교로는 선교사들에 의해 설립된 배재학당(培材學堂), 이화학당(梨花學堂), 배화학당(培花學堂), 경성외국인학교, 경신학교(敬信學校)를 비롯하여 조선기독교대학교(朝鮮基督敎大學校, 연세대학교 전신), 협성신학교(協成神學校, 감리교신학대학교 전신), 피어선기념성경학원(평택대학교 전신) 등의 신학교도 포함되어 있다.
▲ 세브란스병원 외과병동(1904년 9월 이후)

제4장 ‘병원과 의학교’는 한국 최초 근대적 여성전문병원인 보구여관(普救女館), 보구여관 분원인 볼드윈진료소(Baldwin Dispensery), 릴리안해리스기념병원(Lillian Harris Memorial Hospital), 제중원(濟衆院), 한국 최초의 현대식 종합병원이었던 세브란스병원과 세브란스의학교(전문학교) 등의 외부와 내부 진료실, 강의실, 실험실 사진들로 구성되었다. 이 사진들은 근대 의료선교의 일면과 한국에서 근대병원이 어떻게 변천되었는지를 보여 준다.
▲ 상동교회와 남대문통(20세기 전반)

제5장은 ‘교회’로 상동교회(尙洞敎會), 종로교회(중앙교회 전신), 동대문교회, 광희문교회 등 서울 각처에 있었던 교회들을 비롯하여 옛 순화궁(順和宮) 터에 여성과 아동보건사업을 펼쳤던 복지재단인 태화여자관(泰和女子館) 사진 등이 있다.
▲ 훈련원에서의 야구경기(1905)

제6장은 서울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일상생활’이다. 그동안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1900년대 초에 시작된 한국 야구 경기, 전차 안에서 표를 내는 모습, 국수를 말리고 물건을 흥정하는 모습, 간판 제작, 수돗가에서 물 긷는 모습, 한옥을 짓거나 수리하는 광경, 구두 수선공 등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촬영된 사진들은 100여 년 전 서울 사람들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전달해 준다.
▲ 박영효(왼쪽에서 두번째 흰 옷에 안경)의 별장 상춘원(현재 종로구 숭인동)에서 배재학당 신흥우 학당장(왼쪽) 등이 참석한 미국 감리회 허버트 웰치 감독(오른쪽에서 두번째) 환영회(1916년) 

또한 열렬한 감리교 신자로 알려진 박영효(朴泳孝)가 1916년 조선에 온 허버트 웰치(Herbert Welch) 감독을 위해 연 환영회 사진도 매우 흥미롭다. 사진 속의 장소는 그의 집과 별장이 있었던 ‘상춘원(常春園, 현재 종로구 숭인동 72번지 일대)’으로 추정되며, 웰치 감독과 박영효, 당시 배재학당 학당장이었던 신흥우(申興雨)를 비롯한 참석자들을 알려주는 희귀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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