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전통 공예 배우며 만난 특별한 스승님”

기획·특집 / 왕보현 기자 / 2021-05-14 23:40:22
- 전통을 가르치고 문화를 배우는 사제지간의 정(情)
-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 스승에게 제자들 ‘감사의 마음’ 전해
- 다시 찾은 배움 열기 가득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

[티티씨뉴스=왕보현 기자]

▲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강남구 대치동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 나전칠기 기초반 학생들이 국가무형문화재 제10호 나전장 이형만(75) 보유자에게 카네이션꽃을 달아드리고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오늘은 스승의 날! 선생님 감사합니다. 

옻 냄새 가득한 작업실에서 웃음소리가 넘쳐난다.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강남구 대치동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 나전칠기 기초반 교실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0호 나전장 이형만(75) 보유자가 소반 위에 옻칠을 입히는 학생들에게 붓놀림과 덧칠하는 방법을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다. 30대에서 60대까지 10여 명 남짓한 수강생들이 앞치마를 두른 채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강남구 대치동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 나전칠기 기초반 학생들이 국가무형문화재 제10호 나전장 이형만(75) 보유자에게 감사의 마음과 함께 카네이션꽃을 달아드리고 있다.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일 때 수강생 총무가 선생님 곁에 다가가더니 박수 소리가 넘쳐난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스승의 날을 맞아 준비한 카네이션 꽃을 가슴에 달아드리고 꽃 바구니와 감사 편지를 전한다. 나전칠기는 나무로 짠 가구나 기물 위에 무늬가 아름다운 전복이나 조개껍질을 갈고 문양을 오려서 옻칠로 붙이는 기술이다. 그중에서 이형만 보유자는 자개를 문질러 얇게 만들어 국화, 대나무, 거북이 등 각종 도안 문양을 만드는 줄음질 기법에 대한 전문성으로 1996년 보유자로 인정되었다.


이형만 선생은 "원주에서 일주일에 두 번 학교에 온다. 나이에 상관없이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온 제자들이어서 배움에 대한 열기가 아주 뜨겁다. 질문도 많이 하지만 나도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려고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학생들과 내가 하나가 되는 것을 느낀다. 보람이 아주 크다" 고 말했다.


▲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국가무형문화재 제10호 나전장 이형만(75) 보유자(가운데)가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 나전칠기 기초반 학생들에게 옻칠 기법을 지도하고 있다.


“아이들의 엄마가 아닌 ‘나’자신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배우기로 결심하고 듣게 된 수업에서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매주 금요일은 그래서 하루 전날부터 설레고 하고 싶은 것이 생겨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요”나전칠기반 수강생 총무를 하고 있는 김지혜(42) 씨의 감사편지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러면서 “스승의 날에 ‘스승님’이라고 부를 수 있는 어른이 생겨서 스승의 날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라며 손편지와 함께 작은 선물을 드렸다.


▲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강남구 대치동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 소목반 학생들이 국가무형문화재 제55호 소목장 보유자 박명배(71, 가운데) 선생에게 카네이션꽃을 달아드리고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교육장 4층의 사랑방 가구를 만드는 소목반 교실을 찾자 전기톱 소리와 함께 가구의 수평을 맞추는 손길이 섬세하다. 인테리어 기획업무를 한다는 류주형(49)씨는“소목반에 들어와서 전통가구 제작을 2년 째 배우고 있다”면서 “훌륭한 선생님 밑에서 열심히 배워서 나만의 전통가구를 만들어 인테리어에 활용도 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소목반은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 초기인 1993년 개설되어 오랜 역사를 지닌 인기 강좌이다. 소목은 창호, 목기, 목가구 등을 제작하는 목수를 말한다. 무늬가 있는 나무를 사용하여 자연스러운 미를 최대한 살려내는 것이 특징이다. 소목반의 강사 박명배 보유자는 나뭇결을 살리는 낙송기법에 능하여 2010년 보유자로 인정되었다.

 

 

▲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국가무형문화재 제55호 소목장 보유자 박명배(71, 왼쪽) 선생이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 소목반 학생들에게 정확한 치수와 목재 재단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박명배 보유자는 “스승의 날이라고 수강생들이 카네이션 꽃도 달아주고 오늘은 특별히 보람된 것 같다”며 “전통공예 수강생들이 많아 저변확대 뿐 아니라 소목 분야의 미래가 밝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은이 한국문화재재단 문화교육팀 부팀장은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는 코로나 이전에는 한반에 20명이 정원인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14명만 모집한다. 지난 3월에 개강해 정규강좌가 운영 중이다. 국가무형문화재 등 최고의 강사진으로 구성되어 있어 교육의 질이 높다.”면서, “수강생은 절반 이상이 50, 60대 직장인과 은퇴자들로, 자영업자 회사원 교수 언론인 등 직종도 다양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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