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 해남산 바나나’... 내달 첫 수확

지자체 / 왕보현 기자 / 2020-06-08 22:44:58
- 내륙 바나나 재배 성공 가능성 기대...7월 첫수확
- 해남군, 기후변화 대응 아열대 작목 적극 육성

[티티씨뉴스=왕보현 기자]

8일 전남 해남군 북평면 1,983㎡(600평) 비닐하우스에 키가 5~6m씩 자란 나무 줄기마다 바나나 열매가 달려 있었다. 신용균(74)·홍홍금(70)씨 부부는 지난해 바나나 나무 470여 그루를 심었고, 내달 첫 수확에 나선다.

▲ 해남군 북평면 용수리 신용균·홍홍금 부부가 8일 ‘땅끝농부 바나나 농장’에서 7월 수확을 앞둔 바나나를 살피고 있다.(사진=해남군 제공)

해남에서는 신씨를 포함한 2 농가가 0.4ha면적에서 바나나를 재배한다. 올해 예상 수확량은 약 12톤에 6,000만원의 수익을 기대한다. 국내산 바나나는 나무에서 충분히 성숙한 뒤 따기 때문에 수입산 바나나에 비해 맛과 향이 뛰어나다.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돼 검역과정에서 고온이나 농약으로 살균처리하는 수입산에 비해 소비자 선호도가 높다.

바나나는 정식 후 1년 생부터 수확이 가능하며, 생육이 좋으면 2년에 3회 정도 수확한다.

전체 수입과일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바나나의 국내산 소비 비중은 0.3%에 불과며 수입 바나나에 비해 두 배 정도 높은 소매가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국내 생산량의 대부분이 기온이 높은 제주도에서만 재배가 되고 있다. 이번 해남에서의 대규모 바나나 재배는 기후변화에 따른 아열대 작목의 급속한 확산을 보여주는 계기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내륙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바나나 농사의 성공을 눈앞에 두고 전국의 농업 관련 기관·단체는 물론이고, 아열대 작목에 관심 있는 농업인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 해남군 북평면 용수리 신용균씨가 8일 ‘땅끝농부 바나나 농장’에서 7월 수확을 앞둔 바나나를 살피고 있다.(사진=해남군 제공)

신용균씨는“13세때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래 지난 60년간 우리나라의 기후가 너무나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며“자연스럽게 아열대 작목에 관심을 갖게 됐고, 따뜻한 해남의 기후가 다른 지역보다 시설비나 난방비가 크게 들지 않아 바나나 농사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해남군은 기후변화에 대응한 아열대 작목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 환경에 맞는 아열대작목 개발을 위해 농업기술센터 안에 ICT첨단하우스 2개 동 1,000㎡를 설치했다. 바나나와 커피, 파인애플, 아떼모야, 파파야, 올리브, 용과, 만감류 등 다양한 아열대 작목에 대한 실증재배를 실시하고 있다.

실증재배를 통해 해남 지역 적응성 검증과 함께 토양 및 유기물 등에 따른 생육상황을 비교해 적정 재배 기술이 정립되면 단계적으로 관내 농가에 보급해 재배와 생산이 이뤄지게 된다.

해남군 아열대 작목 시범사업을 통해 여주 등 채소를 비롯해 패션프루트, 체리, 애플망고, 블랙커런트 등 다양한 아열대 과수가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정착해 나가고 있다.
해남군은 무화과 23ha를 비롯해 참다래와 부지화, 여주 등 아열대 작물의 재배 면적이 125ha로 전남 최대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한반도 기후변화의 관문인 해남은 아열대 작목 재배에 대한 노하우가 풍부하고, 농가의 기반이 탄탄한 만큼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연구에 체계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다.
▲ 해남군 북평면 용수리 신용균씨가 8일 ‘땅끝농부 바나나 농장’에서 7월 수확을 앞둔 바나나를 살피고 있다.(사진=해남군 제공)

해남군은 연구단지의 후보지로 두륜산 자락에 위치해 태풍 등 자연재해 피해가 거의 없는 삼산면 나범리 일대 부지를 확보한 상태로, 실증센터 유치시 빠르게 시설을 조성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농업연구의 메카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양태곤 해남군 농정과장은“기후 변화와 소비 성향의 변화로 아열대 작목이 경쟁력 있는 작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다양한 작목을 개발해 농가의 소득작목으로 육성해 나가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 연구를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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