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지나자 시작된 ‘쓰레기와 전쟁’

환경 / 왕보현 기자 / 2023-01-26 22:42:49
- 최강한파와 폭설 속 자원순환센터를 가다
- 적치장은 그야말로 쓰레기 산
- 산더미처럼 쌓인 스티로폼과 프라스틱 처리 골머리
- 분류와 처리는 시간과의 싸움, 관계공무원과 업체 직원들 사투
- 선물 포장 쓰레기, ‘친환경 선물 포장으로’ 바꿔야

[티티씨뉴스 부천=글·사진 왕보현 기자]

▲ 설 명절이 지나고 각 지자체 자원순환센터는 쓰레기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26일 부천시자원순환센터에서 한 직원이 계속 쌓여가는 쓰레기들을 바라보고 있다. 

 

명절 연휴가 끝나고 최강한파다 폭설이다 하며 일상이 분주한 가운데 가장 분주하고 힘든 곳이 있다. 각 지자체의 재활용 쓰레기가 모이는 자원순환센터와 위탁 처리 업체들이다.

특히 이번 설은 4일 연휴에다 코로나 거리두기 완화 후 맞는 첫 설이어서 대면 접촉과 이동이 많아지면서 쓰레기 배출량도 크게 늘었다. 먹다 남아 버린 음식물들이 쓰레기통에 가득하고 아파트나 골목마다 가득 쌓인 스치로폼 등 각종 선물용 포장재와 일반 쓰레기가 넘쳐난다.
이를 제때 치우느라 관련 공무원들과 업체 직원들은 초과 근무를 해도 일손이 딸리고 힘이 부친다.

▲ 설명절 연휴가 지나고 26일 부천시 자원순환센터에서 형상별로 분류된 재활용 쓰레기를 이송하고 있다.

쓰레기와 전쟁 중인 부천시자원순환센터
수도권과 중부지방에 제법 많은 눈이 내린 26일, 경기도 부천시 벌말로(대장동) 소재 부천시자원순환센터에는 지난 설 명절 연휴기간 수거 되지 않은 재활용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등이 산더미를 이루고 있다. 연신 재활용 수거 차량들이 부천시내 곳곳에서 수거해 온 재활용 품목들을 쏟아 내고 있다. 부천시 환경사업단 채범석 주무관은 “명절을 맞아 수거가 중단되었다가 어제부터 재활용품이 반입되고 있다”면서 “일단 노상에 적치되어 있는 물량들이 2~3일은 증가될 것이고 이후 다음 주에 이르면 다시 정상 수준으로 처리가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 26일 부천시 자원순환센터 야적장에 선별된 알루미늄캔이 적치되어 있다

부천시자원순환센터의 하루 처리량은 평균 80톤에 이른다. 매일 반입되는 재활용품들이 이번 설 명절처럼 휴일이 이어지면 한꺼번에 많은 양이 반입된다. 기자가 방문한 26일 오전 100톤 이상의 재고가 쌓여 하루 10시간가량의 선별작업을 지속해도 물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 명절 선물세트의 보온 및 완충재로 쓰이는 스치로폼은 처치 곤란이다. 음식물 찌꺼기 등 오염물질을 제거하여 자원의 재순환이 필요하다.
명절 선물 포장이 워낙 많은데다 분류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아 작업자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적치장 안과 밖은 그야말로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바다를 이루고 있다.

중장비로 쏟아지는 플라스틱과 비닐 등 재활용품을 콘베어 벨트에 옮기던 한 직원은 “이 많은 양의 생활 폐기물들이 다 우리의 편리를 위해 한 번 쓰고 버려지는 것들”이라며 “이 가운데 2/3정도만 재활용되는데 우리가 가정에서 분리배출만 정확히 해도 폐기물의 양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라고 말한다.
▲ 부천시 벌말로에 위치한 부천자원순환센터에 연 평균 3만 톤에 이르는 재활용품이 반입된다. 이 가운데 2/3 정도의 양이 재활용품으로 선별되어 처리되고 나머지 1/3에 이르는 복합재질이거나 오염되어 재활요이 어려운 것들은 매립되거나 외부 반출 처리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보통 설 연휴 전후  일 주일 간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은 23.4%, 추석 연휴 기간 배출량은 19.4%가 늘어난다고 한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지난해 명절 연휴 기간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쓰레기 종류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장 많이 배출되는 쓰레기 종류는 ‘과다 포장된 명절 선물 포장재가 40.4%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서 음식물 쓰레기(26.9%), 재활용 쓰레기(15.4%), 일회용품(11.5%) 순이다.

설 명절을 앞두고 한국환경공단은 불필요한 포장으로 인한 폐기물 발생과 자원 낭비를 줄이기 위해 지자체와 합동으로 제과류, 주로, 화장품류, 완구류 등 선물세트를 대상으로 포장공간비율(제품별 10~35%), 포장횟수(2회) 준수 여부를 점검했다. 점검을 통해 과대포장이 의심될 경우 제조자 등에 검사명령을 하고 검사결과 포장방법을 위반했을 시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이 같은 조치에도 과대포장은 좀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일정 포장공간비율을 넘기지만 않으면 되기 때문이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제품 종류별 포장 기준은 포장공간비율과 포장 횟수로 나뉜다. 그러나 명절 기간 가장 많이 판매되는 음식·료품류의 경우 포장공간비율은 가공식품 15%, 음료 및 주류 10%, 건강기능식품 15%로 따로인데 포장 횟수는 2회 이내로 동일하다. 과일, 육류, 공산품 등 각 품목별 명확한 포장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음식쓰레기 양도 최소화 해야



환경부는 환경공단과 한국도로공사 및 국립공원공단 등은 지자체들과 지난 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간 ‘설 명절 생활폐기물 관리대책’에 나섰지만 얼마나 실효를 걷었는지는 의문이다.

생활쓰레기 못지않게 과다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도 문제다. 환경공단의 전자태그(RFID) 기반 음식쓰레기 배출통계를 분석하면 명절을 포함한 일주일 동안 발생하는 음식쓰레기는 1만5000∼2만 톤으로 추산된다. 평상시 1만2000톤보다 최소 수천 톤 이상 발생하는 셈이다.


‘2022년 유엔 세계 식량안보 및 영양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 세계 기아 인구는 8억 2800여만 명으로 전년 대비 4600여만 명 증가했다. 아프리카 인구 5명 중 1명인 20.2%는 굶주림 상태에 놓여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동시대에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하루에도 수 천톤의 음식이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 음식쓰레기의 경우 소각하면 온실가스가 발생하고 그대로 방치하면 메탄이 발생해 기후위기와 직결된다. 환경공단 조사 결과 2017년 기준 국내 총 생활 쓰레기 5만4390톤 중 음식물은 1만5903톤으로 전체의 약 30%를 차지했다. 이를 소각 처리하는 과정에서 약 8억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고 한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부패하면서 메탄이 발생하는데 이산화탄소보다 무려 20배 강한 온실효과를 낸다.

부로 버린 쓰레기는 결국 우리 식탁 위에 오른다.


설명절을 앞두고 한 시민이 쇼핑몰의 명절선물세트 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선물세트의 경우 과대포장과 개별포장 이종복합물 구성되어 있어 분류와 재활용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티티씨뉴스 자료사진)

 

쓰레기 발생은 최소화가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사용 후 올바른 분리배출도 중요하다. 생활의 편리를 좇아 한 번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이 아니고 몇 번이고 다시 사용하는 쓰레기 제로가 필요하다. 제대로 분리되지 않은 폐플라스틱과 해양 생태계를 해치는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된 해산물이 식탁에 오르는 것처럼 결국 잘못 버린 쓰레기는 우리에게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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