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 '인재'논란

수자원 / 왕보현 기자 / 2023-07-16 22:32:21
- 제방이 무너지고 지하차도가 잠겼다
- 도로는 충북, 제방은 세종
- 홍수경보 내려도 지자체·경찰 아무도 없었다.
- 침수버스는 폭우로 노선 벗어나 우회중

[티티씨뉴스 청주=글·사진 왕보현 기자]

작년 8월에는 집중호우로 강남 한복판에서 사람이 맨홀에 빠져 숨지고 반지하 빌라에서 대피하지 못해 숨지는 사고가 나는 등 피해가 컸다. 그러나 올해는 관계 당국이 집중호우에 대비한 피해 예방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다시 제방이 무너지고 지하차도가 잠겼다. 

 

▲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께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를 지나던 차량 15대가 인근 미호강에서 유입된 물에 잠겼다. 이 사고 관련 확인된 사상자는 16일 오후 8시 현재 사망 9명, 부상 9명이다.


16일 충북도에 따르면 15일 오전 8시 45분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국토교통부 소속)이 추진 중인 미호강 교량 공사 현장 제방이 유실되면서 인근 오송 궁평2 지하차도가 순식간 물에 잠겼다.
45m 길이 제방이 불어난 강물에 쓸려 나간 이후 초래된 지하차도의 침수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됐다.


▲ 15일 오전 8시45분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국토교통부 소속)이 추진 중인 미호강 교량 공사 현장 제방이 유실되면서 인근 오송 궁평2 지하차도가 순식간 물에 잠겼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교량 건설 작업을 추진하고 있던 행복청에서 공사를 위해 기존 제방을 헐고 '임시 제방'을 설치했던 것이 불어난 강물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며 강물이 세종시 쪽 지하차도로 유입됐다.


▲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청주시 오송읍 궁평2 지하차도에서 버스 등 침수차량에 대한 인명 수색이 진행되고 있다.

서정일 청주서부소방서장은 이날 현장브리핑에서 "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사망자 9명과 부상자 9명의 인명피해가 났다"라며 "오늘 안에 배수 및 수색작업을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고로 시내버스 등 차량 15대가 물에 잠겼다. 이 사고로 현재까지 사망 9명, 부상 9명 등 사상자는 총 18명으로 파악됐다.

▲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시신으로 발견된 실종자를 수습하고 있다.


16일 청주시 흥덕구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와 관련해 이를 막을 기회가 있었는데도 충북도와 청주시 그리고 흥덕구청 등 당국이 안일하게 대처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참사발생 4시간 30분 전 홍수경보
금강홍수통제소는 15일 오전 4시 10분 미호천교 인근에 발령했던 홍수주의보를 홍수경보로 상향한다. 미호강의 수위가 계속 올라가자 금강홍수통제소는 오전 6시 34분 흥덕구청에 “저지대와 취약구간 주민대피 등 필요한 조치”를 당부했다.

흥덕구청은 10여 분 후인 6시 45분 경 청주시청에 관련 내용을 전파했다. 그러나 궁평2 지하차도를 관리하는 충북도청의 도로 통제 조치는 이후로도 두 시간 가량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도청 측은 “시청 등에서 어떤 연락도 받지 못해, CCTV 확인 뒤 현장 출동 조치만 했다”고 말했다.  

▲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시신으로 발견된 실종자를 수습하고 있다.

사고 현장 인근의 한 주민은 "물에 잠긴 버스도 폭우로 정규 노선을 벗어나 우회 중에 사고를 당했다"면서, “관계기관의 유기적 역할 분담이 되지 않아 현장은 재난에 방치되고 인재는 참사로 이어졌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인명 수색을 위한 배수작업 및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담당자가 사안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한 것은 전문성의 부족이라는 지적과 함께 관할 지자체들이 조금만 신경을 썼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인재’라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다.


▲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청주시 오송읍 궁평2 지하차도에서 버스 등 침수차량에 대한 인명 수색이 진행되고 있다.


한 수자원 전문가는 “홍수관리는 물이 막히거나 고이는 지역은 물길을 만들어 흐르게 해주고, 물이 너무 급하게 흐르거나 넘치는 지역은 물을 지체시켜 흐름을 늦춰 주는 일”이라면서, “제방 등 구조물 관리와 함께 전문성을 지닌 당국자의 적극적인 행정이 없으면 한순간에 이번과 같은 참사를 당한다. 물은 평상시에는 우리의 생명줄이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고마운 자원이지만, 홍수 때는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라는 것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6일 실종자 수색을 위한 배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한편, 궁평2 지하차도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2019년 준공했다. 685m 길이 지하차도는 지방도 508호선의 한 구간이어서 충북도가 관리한다. 이 지하차도는 충북과 세종의 경계 지점에 있다.

 

▲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제2지하차도에서 소방대원과 군장병들이 구조보트를 이용해 수색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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