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니야 큰고니야, 든든히 먹고 건강하게 다녀와라

자연 / 왕보현 기자 / 2023-02-25 21:24:46
- 귀향(歸鄕) 앞둔 진객 고니 위해 넉넉한 먹이 제공
- 푸른교육공동체와 기후위기하남비상행동 공동진행
- 하남시민 50여명 참석해 고니와 작별 인사
- 고구마 1900kg, 밀 1500kg 고니들에게 공급
- 당정섬에서 큰고니 최대 1560마리 확인
- 참수리, 흰꼬리수리, 큰기러기, 호사비오리, 흰죽지, 흰뺨오리, 물닭 등...
- 고니들 3월 중순까지는 대부분 떠나

[티티씨뉴스 하남=글·사진 왕보현 기자]

▲  매년 겨울이면하남시 당정섬 일원에 천연기념물인 큰고니와 원앙, 멸종위기종인 참수리, 흰꼬리수리, 호사비오리 외 흰죽지, 흰빰오리, 비오리, 청둥오리와 큰기러기 등 50여 종의 겨울철새 5천여마리가 찾아들어 장관을 이룬다

 

“와~ 세상에 모든 백조가 한 자리에 모인 것 같아요.”
가족과 함께 고니가 먹을 고구마를 썰어서 당정섬으로 향해 가던 푸른교육공동체의 한 회원이 말한다.


팔당댐 하류 당정섬 일원에 곤곤곡곡 고니의 울음소리가 넘쳐난다.
한 겨울 추위가 물러나며 봄기운이 돌고 있는 경기도 하남시 당정동. 금강산 단발령에서 발원한 북한강과 태백 검용소에서 1,000리를 흘러 내려 온 남한강이 팔당댐에서 만나 잠시 숨고르다 한강이 되어 서울로 흘러내리는 곳 당점섬 일원은 고니의 낙원이다.

▲당정섬 건너편에 위치한 고니전망대를 방문하면 파란 강위로 무리지어 이동하는 고니가족을 손쉽게 관찰할 수 있다.

 

서울올림픽 이후 지속된 한강종합개발 사업으로 1990년대 중반까지 지속된 골재 채취 사업으로 완전히 사라졌던 당정섬이 개발을 멈추자 2000년대에 들어서 퇴적 작용이 일어나 섬의 일부가 다시 복원되어 큰고니들의 월동지가 되었다.
이후 해마다 당정섬 월동지를 찾아오는 고니의 개체수가 증가하고 있다

 


팔당댐을 지나 한강을 따라 편대비행하던 큰고니 가족이 하남 당정섬 앞 먹이터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얼핏 보아도 300여 마리에 이르는 고니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먹이를 기다리고 있다.

 

▲ 시민들이 큰고니들의 먹이터인 당정섬 앞 산책로를 걷고 있다.


2월 강추위가 다소 풀린 25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산곡천 하류 당정섬 인근에 어린이와 시민 50여 명이 모여 있다. 어린이들은 저마다 쌍안경을 목에 걸고, 다리에는 부직포로 만든 임시 부츠를 신고 고구마 박스를 나른다. 시민들은 새들이 먹기 좋게 고구마를 채를 썰어 박스에 가득 담고 밀을 부대자루에 담아 고니환송회를 준비했다. 매년 겨울 하남을 찾아오는 겨울 진객에게 고마운 마음과 올 겨울 다시 만나자는 간절한 바램을 담아 북쪽 번식지로 떠나는 고니의 든든한 한 끼 식사를 전달하기 위한 행사가 열린 것이다.


▲ 25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산곡천 하류 어도를 따라 하남시민들이 큰고니에게 공급할 고구마와 밀을 옮기고 있다. 


김초롱(11· 초등학생) 어린이는 “3학년 때 부터 엄마 아빠 따라서 여기서 새를 봤는데 지금은 훨씬 많아진 것 같다”면서 “여기 하남에서 4개월 동안 잘 먹고 잘 쉬었으면 건강하게 고향 다녀와서 내년에 또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는 하남시 푸른교육공동체와 기후위기하남비상행동이 공동 주최했다.

이날 고니환송회에는 기후위기하남비상행동, 푸른교육공동체 회원들과 고니학교 수강생, 일반 시민 등 50여 명이 참여했다.



행사를 주관한 서정화(60) 고니학교 교장은 “오늘이 고니학교의 마지막 날이다. 지난 4개월간 우리 하남에서 월동한 고니들이 이제 번식지인 중국과 몽골, 멀리는 시베리아까지 떠나 그곳에서 새끼들을 키워 11월경 다시 이곳으로 오게 될 것이다.”면서, “이동 거리가 짧게는 3,000km에서 길게는 8,000km에 이르는 대장정”이라고 말했다.


 

서정화 대표는 “지난1994년 26마리의 고니가 관측되었는데 지난해 말 하남 당정섬 겨울철새 동시 센서스 조사 결과 23과 56종 3,244마리의 조류를 확인했다.” 면서, “멸종위기야생생물 I급 고니, 흑고니, 호사비오리, 흰꼬리수리, 참수리와 II급 큰고니, 참매, 흰목물떼새가 조사되었다”고 말한다.

 

▲ 하남시민들이 고니에게 줄 고구마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서울과 인접한 하남시에서 천연기념물등 야생 조류를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것은 큰 복이다.”면서, “특히 올해 팔당대교 주변의 큰고니가 최대 1,560마리까지 확인되었다. 한강개발의 기계음이 멈추고 자연의 퇴적으로 당정섬이 살아났듯 하남시에서 환경을 잘 가꾸고 이들을 보살펴 더 많은 겨울 철새들이 우리 고장에 찾아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고 고니환송식의 의미를 밝혔다.
▲ 고니환송식에 참여한 시민들이 강변에서 고구마와 밀을 고니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하남시환경교육센터 길영숙(46)강사는 “하남시 당정섬 인근은 검단산이 북풍을 막아주고 팔당댐에서 수력발전을 해서 강이 얼지 않아 먹이가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등 월동지로서 천혜의 조건을 다 갖추었다.”면서, “이곳의 고니들은 팔당댐 하류 암반으로 된 강바닥에 서식하는 민물담치, 다슬기 등을 주로 먹는다. 일반적으로 수초나 개흙(뻘) 바닥에서 풀뿌리를 먹는 고니들과 달리 이곳에 사는 큰고니들은 영양이 풍부하고, 맑은 물에서 살아 외모도 아주 깔끔하다.”고 하남시에서 겨울을 보내는 큰고니의 특징에 대해 설명했다.


 

당정뜰 철새 탐조대에서 초망원렌즈로 큰고니를 촬영하고 있던 용환국(춘천· 61)씨는 “지난 10월부터 거의 매일 하루에 3~4시간 씩 새를 보고 있다”며 “"끠욱 끠욱" 고음 톤으로 힘차게 울어대며 날개를 퍼덕이는 고니의 모습은 바로 발레 공연장의 화려한 조명과 발레리나들의 현란한 춤연기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 파란 겨울하늘을 유영하는 고니가족들


아파트 단지 작은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탐조프로그램을 통해 고니학교에 온 김태훈 (미사초등학교 3) 어린이는 “친구들과 함께 고니에게 고구마 먹이를 주게 되어 기뻤다”며 “특히 새끼들이 많이 먹고 고향에 잘 가고 잘 자라서 올 겨울 또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먼 길 떠나는 큰고니들의 영양보충을 위해 이날 공급된 먹이는 고구마 200kg와 밀 100kg 등 300kg이다. 이날 제공된 고구마는 사전에 큰고니들이 먹기 좋게 하남시민들이 각자 채로 썰어와 직접 먹이터에 공급했다.


▲ 서정화(왼쪽 두 번째)고니학교 교장은 “지난 4개월간 우리 하남에서 월동한 고니들이 이제 번식지인 중국과 몽골, 멀리는 시베리아까지 떠나 그곳에서 새끼들을 키워 11월경 다시 이곳으로 오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25일 고니환송식에 참여한 고니학교 학생들과 시민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고니들은 지금부터 무리지어 떠나기 시작해 3월 중순 경에는 대부분 번식지로 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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