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꼬리수리의 먹이 다툼... “내 밥그릇에 손대지 마라”

자연 / 왕보현 기자 / 2024-01-06 06:06:52
- 흰꼬리수리, 날카로운 발톱과 부리로 무장한 최강 사냥꾼
- 남대천 하구는 새들의 천국
- 매년 겨울이면 50여종의 새들 찾아들어

[티티씨뉴스=글 왕보현 기자 · 사진=강릉 이종원 사진가

▲ 3일 오후 강릉 남대천 하구 모래톱에서 먹이를 잡은 흰꼬리수리(왼쪽) 날카로운 발톱에 먹이를 꽉 움켜쥐고 동료의 공격을 피해 날아 오르고 있다.

 

남의 밥그릇에 슬쩍 숟가락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 야생의 세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숟가락을 얻는 정도를 지나 아예 탈취를 감행한다. 먹잇감 앞에는 적도 동료도 없다. 적은 노력으로 큰 수확을 올리려는 것은 인간사나 동물 세상에서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금수만도 못한...’이라는 말이 퍼지는 것 아닐까?

 

겨울답지 않게 한낮의 기온이 영상을 오르내린 지난 3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남대천 하구 솔바람다리 아래 모래 둔덕에서 흰꼬리수리 두 마리가 치열하게 먹이다툼을 벌이고 있다.

▲ 3일 오후 강릉 남대천 하구 모래톱에서 흰꼬리수리 두 마리가 치열하게 먹이다툼을 벌이고 있다.


전날 이들은 수차례 남대천 하류에서 물고기 사냥에 나섰으나 실패를 거듭해 모두 배가 고픈 상황이다. 햇살이 따사롭게 퍼진 점심 무렵 유속이 느린 강 하구 모래톱에서 잽싸게 물고기를 낚아챈 모습을 멀리 나뭇가지에서 지켜보던 동료 흰꼬리수리가 이를 빼앗기 위해 재빠르게 달려들었다. 그러면서 숨 막히는 먹이 쟁탈전이 벌어졌다.


▲ 진홍가슴


먹이를 잡은 흰꼬리수리 날카로운 발톱에 먹이를 꽉 움켜쥐고 동료의 공격을 피해 날아올랐다. 한 마리는 공중에서 먹이를 빼앗기 위해 날카로운 발톱으로 공격하고 어렵게 사냥에 성공한 또 한 마리는 먹이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이다.

▲ 고대갈매기(뒤)와 청둥오리(앞)

이들은 서로 날카로운 발톱을 걸고 공중에서 회전하며 공격을 이어갔고 땅에서는 까마귀들이 혹이라도 싸움 도중에 먹이를 놓치지 않을까 기다리고 있다.
결국은 먹이를 쥐고 있던 흰꼬리수리가 먹이를 빼앗기지 않고 동료의 추격을 피해 달아나면서 이들의 숨 막히는 먹이다툼은 끝이 났다.


▲ 긴 꼬리양진이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흰꼬리수리는 한반도를 찾아오는 최강의 대형 맹금류다.
▲ 호사비오리

남대천을 비롯해 경포호 등 큰 호수와 하천, 바다를 아우르고 있는 강릉지역은 매년 겨울이 시작되면 흰꼬리수리 외에도 큰고니 가족, 청둥오리, 흰비오리 등 오리류, 물닭, 말똥가리 등 대형 맹금류 등 다양한 겨울철새들이 깃들고 있다.
매년 겨울을 나기 위해 강릉 지역을 찾는 ‘겨울진객’은 50여 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 멋쟁이


20년 넘게 남대천을 비롯해 강릉 지역에서 생태 사진을 전문으로 촬영해온 이종원(강릉·75) 씨는 “은퇴 후 나의 건강비결은 매일 카메라를 둘러메고 강릉 지역을 돌아보는 것”이라며 “특히 남대천에서 희귀한 새들을 많이 촬영했다. 지역의 생태지킴이로서 역할과 또한 생태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 노년의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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