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물결 이룬 진분홍의 향연 ‘황매산 철쭉’
- 관광 / 왕보현 기자 / 2020-05-15 18:47:08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 진분홍 꽃밭에서 힐링
-축제는 미뤄도 생활 속 거리 두기 전환에 합천·산청군 산행 허용
-사진동호인들, 거리 지키며 자신만의 작품 만들기 몰두
-탐방객들도 스마트 폰으로 인생샷 즐기며 웃음꽃
[티티씨뉴스=경남 합천 왕보현 기자] 어둠을 뚫고 산길을 달려 경상남도 합천군 황매산(1,108m) 정상아래 오토캠핑장 주차장에 닿았다. 아직 밤이 깊은 시간이지만 가득한 승용차들로 주차할 곳 찾기 쉽지 않았다. 그래도 차들이 줄지어 들어서고 서둘러 카메라 백과 삼각대를 준비해 차에서 내리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대전에서 은퇴 후 첫 번째 부부여행을 왔다는 한 부부는 두 손을 꼭 잡고 떠오르는 해를 응시한다. “당신 건강해야 해, 평생 일만 하느라고 수고 많으셨어요.”
일출시간을 지나 떠오른 늦은 해여서 붉은색은 덜 했고 꽃도 절정을 조금 지나 아쉬운 감이 있다. 그래도 코로나 19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에는 충분하다. 멋진 작품을 구상한 작가들의 아쉬움이 섞인 자조보다는 새벽잠을 설치며 산바람을 맞은 보람으로 사람들의 표정이 밝다.
사진동호인들은 어느 정도 해가 올라 퍼지고 해돋이 꽃 촬영이 끝나자 새로운 촬영 포인트를 찾아 나선다. 삼삼오오 혹은 개인별로 부지런히 장소를 옮겨가며 작품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지금부터가 진짜 자신만의 창의적 구도와 테크닉으로 실력을 발휘하는 시간이다.
초보 사진동호인들은 선배들의 뒤를 쫓으며 카메라 앵글에서부터 촬영기법까지 질문이 이어진다. 십 대부터 노익장을 과시하는 80대 작가들까지 다양한 연령의 남녀 사진동호인들이 최신기종의 카메라와 다양한 자세로 작품 만들기에 구슬땀을 쏟아낸다.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광선은 한낮보다는 사선으로 광선이 렌즈에 들어오는 해 뜨는 시간과 해 지는 시간이 좋다. 특히 해 뜨고 내리기 전후의 오묘한 광선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다. 그래서 사진동호인들은 “이 황금 시간대를 메직아워”라고 말한다.
황매산에는 사진동호인들만 찾아온 것이 아니다. 철쭉을 보기 위해 전국각지에서 온 탐방객들도 스마트 폰으로 ‘인생 샷’ 담기에 분주하다.
서울 아현동에서 온 김선원(51) 씨는 “일출과 함께 만개한 철쭉을 보기 위해 부지런을 떨었던 것 이상의 힐링이 된 것 같다”며 행복해 했다.
합천군 대병면(大幷面)·가회면(佳會面)과 산청군 차황면(車黃面)의 경계에 위치한 황매산은 소백산과 지리산 바래봉과 함께 철쭉 3대 명산이다. 해발 700~900m의 황매평전에 넓게 펼쳐진 철쭉 군락지는 드넓은 진분홍빛 산상화원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황매산 정상 주차장에서 민속음식을 판매하는 윤병용 씨는 “사실 이곳 황매평전의 철쭉군락지는 30여 년 전 만 해도 대규모 목장지대이었다. 1970년대 배고픈 시절 정부에서 우유생산을 위해 전국 몇 군데 대규모 목장단지를 개발했는데 그 대상지 중 하나가 황매산이었다. 목장을 조성하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고 소나 양들이 풀을 뜯어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소나 양들은 잡목의 새순과 풀을 뜯어 먹으며 번식했으나 유독 독성이 강한 철쭉의 새순만은 먹지 않았다. 자연적으로 다른 관목은 사라지고 철쭉만 번성했다. 이후 목장이 철거되면서 자연스럽게 황매산은 상황이 비슷했던 지리산 바래봉과 더불어 국내 최대의 철쭉군락지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황매산을 끼고 있는 합천군과 산청군은 코로나19 사태로 5월 예정이었던 철쭉제를 취소했고, 최근까지 진출입로와 주차장을 폐쇄하는 등 사실상 관광객들의 출입을 통제해 왔었다.
최근 들어 며칠 사이에 황매산을 찾는 사진동호인들이나 탐방객 수가 크게 는 이유는 정부의 생활 속 거리 두기 전환 시행에 따라 지난 9일부터 산행이 허용되고 진출입로와 주차장이 개방되었기 때문이다.
황매산 철쭉 군락지의 낮은 쪽 철쭉은 이제 막 절정을 지나고 꽃이 조금씩 지기 시작했고 정상부는 지금이 절정이다. 합천군에 따르면 황매산은 매년 봄뿐 아니라 억새가 흐드러진 가을에도 많은 방문객이 찾는 명소로 올가을에는 첫 억새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합천군 관계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철쭉 군락지인 황매산에서 연분홍 철쭉을 감상하며 그간의 답답함을 해소하고자 하는 분들이 많다”며 “황매산을 찾으시는 탐방객께서는 생활 방역 수칙을 반드시 준수하는 한편 무리한 산행을 자제해 안전하고 즐거운 나들이를 하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축제는 미뤄도 생활 속 거리 두기 전환에 합천·산청군 산행 허용
-사진동호인들, 거리 지키며 자신만의 작품 만들기 몰두
-탐방객들도 스마트 폰으로 인생샷 즐기며 웃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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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매산은 영남의 소금강으로 일컬어지는 합천의 진산(鎭山)으로, 특히 5월 초순에 절정을 이루는 철쭉이 유명해 매년 이맘 때면 합천군에서 주관하는 황매산철쭉제가 열린다. 그 가운데서도 황매산의 북서쪽 능선 정상부에 펼쳐진 수만 평의 황매평전을 붉은색으로 물들이는 고산 철쭉의 정경이 뛰어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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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은 날이면 멀리 지리산 천왕봉의 모습도 한눈에 들어오는 황매산은 다채로운 포토존과 함께 여러 방향으로 접근 가능한 트레킹 코스가 마련돼 사진가와 탐방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13일 철쭉이 만개한 황매산 철쭉 군락지를 찾은 사진작가들이 일출과 함께 작품 만들기에 몰두하고 있다. |
14일 새벽 5시. 새벽 여명에 산의 윤곽이 확실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해돋이가 얼마 안 남았다. 사진동호인들은 철쭉 군락지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종종걸음으로 10여 분가량 오르자 정상 부근에 철쭉 군락지가 펼쳐진다. 활짝 핀 철쭉 사이로 수 많은 사진작가들은 커다란 삼각대에 카메라를 올리고 동쪽 하늘을 주시한다. 해돋이를 함께하기 위한 탐방객들도 한 손에 스마트 폰을 들고 붉은 해가 솟아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다. 예보된 일출시간이 지나도 짙은 구름은 가실 줄 모른다. 뒤늦게 도착한 사람들도 철쭉 사이 촬영 포인트를 찾아 자리를 잡을 무렵 구름 위로 둥근 해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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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천군과 산청군은 그동안 차량 운행을 통제했던 황매산 진출입로와 주차장을 개방했다. 다만 산행 시에는 △기침·발열 등의 증세가 있는 경우 방문 자제 △사람과 사람사이 2m 이상 거리두기 △손을 자주 씻고 기침할 땐 옷소매로 가리기 △마스크 착용 및 무리한 산행 자제 등 생활 속 거리두기 수칙을 반드시 준수해 줄 것을 당부했다 |
일출시간을 지나 떠오른 늦은 해여서 붉은색은 덜 했고 꽃도 절정을 조금 지나 아쉬운 감이 있다. 그래도 코로나 19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에는 충분하다. 멋진 작품을 구상한 작가들의 아쉬움이 섞인 자조보다는 새벽잠을 설치며 산바람을 맞은 보람으로 사람들의 표정이 밝다.
사진동호인들은 어느 정도 해가 올라 퍼지고 해돋이 꽃 촬영이 끝나자 새로운 촬영 포인트를 찾아 나선다. 삼삼오오 혹은 개인별로 부지런히 장소를 옮겨가며 작품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지금부터가 진짜 자신만의 창의적 구도와 테크닉으로 실력을 발휘하는 시간이다.
초보 사진동호인들은 선배들의 뒤를 쫓으며 카메라 앵글에서부터 촬영기법까지 질문이 이어진다. 십 대부터 노익장을 과시하는 80대 작가들까지 다양한 연령의 남녀 사진동호인들이 최신기종의 카메라와 다양한 자세로 작품 만들기에 구슬땀을 쏟아낸다.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광선은 한낮보다는 사선으로 광선이 렌즈에 들어오는 해 뜨는 시간과 해 지는 시간이 좋다. 특히 해 뜨고 내리기 전후의 오묘한 광선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다. 그래서 사진동호인들은 “이 황금 시간대를 메직아워”라고 말한다.
서울 아현동에서 온 김선원(51) 씨는 “일출과 함께 만개한 철쭉을 보기 위해 부지런을 떨었던 것 이상의 힐링이 된 것 같다”며 행복해 했다.
합천군 대병면(大幷面)·가회면(佳會面)과 산청군 차황면(車黃面)의 경계에 위치한 황매산은 소백산과 지리산 바래봉과 함께 철쭉 3대 명산이다. 해발 700~900m의 황매평전에 넓게 펼쳐진 철쭉 군락지는 드넓은 진분홍빛 산상화원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황매산 정상 주차장에서 민속음식을 판매하는 윤병용 씨는 “사실 이곳 황매평전의 철쭉군락지는 30여 년 전 만 해도 대규모 목장지대이었다. 1970년대 배고픈 시절 정부에서 우유생산을 위해 전국 몇 군데 대규모 목장단지를 개발했는데 그 대상지 중 하나가 황매산이었다. 목장을 조성하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고 소나 양들이 풀을 뜯어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소나 양들은 잡목의 새순과 풀을 뜯어 먹으며 번식했으나 유독 독성이 강한 철쭉의 새순만은 먹지 않았다. 자연적으로 다른 관목은 사라지고 철쭉만 번성했다. 이후 목장이 철거되면서 자연스럽게 황매산은 상황이 비슷했던 지리산 바래봉과 더불어 국내 최대의 철쭉군락지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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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만의 앵글을 만들기 위해 일행과 떨어져 작품활동에 몰두하는 사진동호인 |
황매산을 끼고 있는 합천군과 산청군은 코로나19 사태로 5월 예정이었던 철쭉제를 취소했고, 최근까지 진출입로와 주차장을 폐쇄하는 등 사실상 관광객들의 출입을 통제해 왔었다.
최근 들어 며칠 사이에 황매산을 찾는 사진동호인들이나 탐방객 수가 크게 는 이유는 정부의 생활 속 거리 두기 전환 시행에 따라 지난 9일부터 산행이 허용되고 진출입로와 주차장이 개방되었기 때문이다.
황매산 철쭉 군락지의 낮은 쪽 철쭉은 이제 막 절정을 지나고 꽃이 조금씩 지기 시작했고 정상부는 지금이 절정이다. 합천군에 따르면 황매산은 매년 봄뿐 아니라 억새가 흐드러진 가을에도 많은 방문객이 찾는 명소로 올가을에는 첫 억새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합천군 관계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철쭉 군락지인 황매산에서 연분홍 철쭉을 감상하며 그간의 답답함을 해소하고자 하는 분들이 많다”며 “황매산을 찾으시는 탐방객께서는 생활 방역 수칙을 반드시 준수하는 한편 무리한 산행을 자제해 안전하고 즐거운 나들이를 하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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