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엔 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을까?
- 자연 / 왕보현 기자 / 2020-06-12 18:08:34
- 마음속으로만 보던 반딧불이의 군무 환상적
- 반딧불이 사진은 장노출로 촬영해 3~40장 붙인 것
[티티씨뉴스 충남 금산=왕보현 기자]
“아무리 우겨봐도 어쩔 수 없네/ 저기 개똥 무덤이 내 집인 걸/ 가슴을 내밀어도 친구가 없네/ 노래하던 새들도 멀리 날아가네/ 가지 마라 가지 마라 가지 말아라/ 나를 위해 한 번만 노래를 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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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딧불은 반딧불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개똥벌레’ 혹은 ‘반딧불이’라고 부른다. 반딧불은 배의 끝마디에서 빛을 내는데 이는 교미를 하기 위한 신호이다. 빛을 낼 때까지의 시간이 종(種)마다 다르므로 종을 구분하는 중요한 특징이 된다. |
80년대 중반 발표된 신형원의 개똥벌레는 ‘홀로아리랑’의 작가 한돌의 작품이다. 청년의 삶이 쉽지 않았던 당시 버스 정류장 앞 전파사 스피커를 통해 들려진 노랫말이다.
엄혹한 시기를 살아 낸 젊은이들이 밤마다 느낀 그 감정이 바로 녹아 있다. 톡톡 끊어지는 듯한 운율에 “외로운 밤 쓰라린 가슴 안고, 오늘 밤도 그렇게 울다 잠이 든다”는 노랫말이 세태와 잘 어울렸다. 군사정권이 강권으로 통치하던 시절 은유와 풍자로 폭력에 저항하고자 하는 시대상이 반영되었다. 직접적으로 저항의 의지를 다지던 운동권 가요와 달리 귀에 익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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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정벌레목 반딧불이과의 곤충을 통틀어 반딧불이라고 칭하는데 반딧불이는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는 기관이 있는 대표적인 발광생물이다 |
천연기념물 제322호인 반딧불이는 딱정벌레목 반딧불이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꽁무니에 있는 발광기로 반짝반짝 빛을 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형설지공(螢雪之功)’이란 한자어를 배우며 옛날 조상들은 반딧불이를 잡아 어두운 밤에 책을 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6월이면 성충이 되어주로 밤에 활동한다. 반딧불이는 물만 먹으며 1주일 정도밖에 살지 못한다. 그동안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은 후 일생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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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설지공(螢雪之功)’이라는 말이 전해오는데 이는 중국 진(晉)나라 때 차윤(車胤)이 반딧불빛 밑에서, 또 손강(孫康)이 달에 반사되는 눈(雪)빛으로 글을 읽고 출세했다는 뜻이다. 예로부터 반딧불은 청소년의 교육상 큰 가치가 있는 곤충으로 알려져 왔다. |
오래전 입가에 맴돌던 노랫말을 흥얼거리며 개똥벌레(반딧불이)를 찾아 나섰다. 충남 금산은 우리나라 중간쯤에 위치해 어디에서건 접근이 편리하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개통 이후 교통이 더욱 편리하다. 충남 금산군 제원면 용화리 마달피 금강변 반딧불이 군락지를 찾았다. 이곳은 전국의 사진동호인들이 반딧불이 촬영의 최적지로 여기는 곳이다. 주변의 인가가 없고 강변을 따라 이어지던 편도 1차선 포장도로는 마달피수련원에서 멈춘다. 취재진이 찾은 2일은 평일이었지만 전국 각지에서 40여 명의 사진동호인들이 해질무렵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밤이 깊어가고 완전히 어둠이 내려앉은 10시가 넘어서자 반딧불이의 유영이 시작되었다. 살짝구름 낀 하늘에 별들은 빛을 잃고 더욱 어두워진 강가 습지에 하나 둘 노란빛을 발하며 반딧불이가 나타나 어느덧 풀밭 전체를 누비고 다닌다. 노란 섬광체가 눈앞에 날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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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속에서 마음 속으로 보아왔던 반딧불이가 불을 밝히고 찾아온다. 반딧불이는 배 부분에 노란 부분이 산소와 만나 빛이 난다. 짝을 찾기 위해 반짝이는데 수컷은 2개가 빛이 나고 암컷은 한 개가 빛이 난다. 암컷은 이끼나 나무뿌리에 알을 낳는다. 애벌레는 물속에서 10달을 산 뒤 땅으로 나와 번데기가 된다. 껍질을 벗고 날개를 달고 반딧불이가 된다. |
마음속으로 보았던 반딧불이가 눈앞에서 나타난다. 수 많은 사진동호인들의 셔터소리가 일 순간 터져 나온다. 사진가들 모두 마음의 눈으로 반딧불이의 궤적을 쫓는다. 수 천마리 반딧불이 동시에 나온 것 같은 사진은 실은 합성이다. 자연의 풍광은 마음속에서 더 아름답다. 시각적으로 표현된 사진은 현실적이지 않다. 마음으로 본 반딧불이를 사진은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애니메이션 작품처럼 적게는 2~3컷에서 많게는 100여 컷 이상을 합성한 것이다. 1컷의 노출시간이 30초인데 100컷이면 약 3,000초 컷과 컷 사이의 간격을 빼고도 족히 50분이상은 촬영해야 한 장의 작품이 완성되는 것이다.
고성능 DSLR카메라가 보급되면서부터 반딧불이 사진에 도전하는 사진동호인들이 늘어난 이유이다. 필름카메라 시절에는 극소수의 전문가들만이 반딧불이 촬영을 할 수 있었다.
조상이 물려준 ‘깊은 산 맑은 물’이 자연의 선물이고 대대로 보호하고 가꾸어야 하는 것을 깨달은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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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촬영을 일찍 끝낸 한 무리의 동호인들이 자동차의 시동을 걸었다. 백라이트가 화면에 들어오면서 작품을 망쳤다고 할 때 다시 보니 또 다른 이미지가 표현되었다. 반딧불이 촬영은 어두운 밤에 진행되므로 촬영시 지켜야할 예절이 많다. 무엇보다 인공적인 빛을 발산하면 안된다. 조용히 전방만 주시하며 자연속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찾아야 한다. |
한밤중 어두운 전방을 주시하며 100여 컷에서 300여 컷을 찍는 동안 반딧불의 유영을 지켜보는 것은 행복이다.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사람만이 참으며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미지는 한 컷 한 컷 따로 존재하지만 마음속의 반딧불이는 한 장면으로 완성되어 세상에 선보인다. 긴 밤 지새우며 자연과 함께하는 그런 아름다움이다.
코로나19 탓에 한층 맑아진 세상에서 밤하늘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를 보며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반딧불이의 유영과 함께하며 포스트코로나의 답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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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떨어지기 전에 이미 많은 사진동호인들은 자신만의 작품을 위해 일찌감치 자리 잡고 반딧불이를 기다린다. |
※ 반딧불이 종류와 특징
국내 서식 반딧불이는 애반딧불이, 파파리반딧불이, 운문산반딧불이, 늦반딧불이 등이 있다. 충북에서 연구하고 있는 애반딧불이는 수생이다. 논과 저수지 등 고인물 주변에 서식하며 유충 상태에서는 물속 돌 밑에 숨어 있다가 야간에 물달팽이나 다슬기를 먹고 성장한다. 성충이 되면 이슬을 먹고 산다. 늦반딧불이와 파파리반딧불이는 육생으로 산기슭과 논·밭둑 등에 서식한다. 반딧불이의 발광은 루시페린이라는 물질이 체내 효소작용으로 산화하면서 빛을 내게 되는데, 열을 동반하지 않아 '냉광'이라 부른다. 불빛은 구애의 신호로 수컷은 배의 5~6째 마디에서, 암컷은 5째 마디에서 빛을 내고 수컷이 암컷보다 두 배 가량 더 밝은 빛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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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여름 밤 반딧불이가 유영하는 충남 금산군 제원면 용화리 마달피 금강변의 한 낮 풍경이다. |
※ 반딧불이 사진 촬영팁
반딧불이의 촬영을 위해서는 밝은 렌즈와 장타임 노출이 가능한 DSLR카메라를 준비해야 한다. 촬영이 어두움 속에서 진행되므로 밝을 때 카메라를 셋팅해 놓아야 한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구도를 잡고 아무것도 없는 풀밭위에 반딧불이의 궤적을 상상하여 프레임을 잡아야 한다.렌즈는 표준이상의 망원계열의 렌즈를 사용하고 조리개는 개방한다. 노풀시간은 컷당 30초가 적당하다. ISO감도는 1000~2000 정도가 적당하다. 감도를 더 올리면 노이즈가 심해지고 낮추면 노출을 맞추기 어렵다. 역으로 광각렌즈를 사용해 넓은 지역의 반딧불이의 궤적을 정확하게 촬영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는 반딧불이의 불빛이 아주 작은 점으로 촬영되어 결과물이 생각보다 안 좋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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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달피 강변에 어둠이 내리면서 반딧불이를 기다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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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밤에 반딧불이의 유영을 감상한 강변에 옅은 아침 안개가 피어나 또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우측에 보이는 건물이 마달피수련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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