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카프카식 이별'...삶의 에스프리 담은 아침 시편
- 예술 / 왕보현 기자 / 2020-07-04 17:05:35
- KBS-1FM <김미숙의 가정음악> 오프닝 시로 매일 한 편씩 발표
[티티씨뉴스=왕보현 기자]
“나보다 더 구름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와보라!”
2018년 7월의 어느 토요일 아침 생방송 25분 전 진행자인 연기자 김미숙 씨로부터 문자가 왔다. “아침 날씨가 너무 눈부시고 아름다워 그러는데 혹시 오프닝을 좀 바꿔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날부터 토, 일요일 오프닝시를 직접 썼다. 일주일에 7편씩 쓰다가 현재는 평일 닷새만 쓰고 있다.
그렇게 매일 한 편씩 쓴 시들이 넉 달, 다섯 달을 지나 쌓여가면서 시작에 대한 변화가 찾아들고 울창하고 무성한 시의 숲을 거니는 묵직함으로 다가왔다.
![]() |
▲ KBS-1FM 〈김미숙의 가정음악〉 오프닝 시로 낭송되어 아침마다 애청자들을 시인으로 태어나게 하던 ‘시’와 경쾌한 에스프리로 엮은 ‘시-이야기’ 시집, <카프카식 이별>이 문학판에서 출간되었다. |
KBS-1FM <김미숙의 가정음악> 오프닝 시로 낭송되어 매일 아침 애청자들을 시인으로 태어나게 하던 시와 경쾌한 에스프리로 엮은 이야기를 모은 시인 김경미의 시집 <카프카식 이별>(문학판 펴냄, 1만 4000원)이 나왔다.
시집 <카프카식 이별>에는 시인 스스로의 존재론과 삶에 대한 깊은 사유와 감각을 아름다운 언어와 운율에 버무려 놓았다. 헤겔의 말처럼 시 한 편 한 편이 지니는 삶의 행복과 축복, 또는 명랑성과 자기충족의 서사가 담겨 있다.
<7월 7일의 한국 구름>은 “헤르만 헤세는 나보다 더 구름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와보라고 했다.”로 시작한다.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가 그의 소설 <페터 카멘친트>에서 주인공의 이름을 빌려 구름을 예찬한 내용을 패러디한 것이다.
시인의 눈에 비친 여름 하늘이 어느 날 문득 깊게 다가와 가을 하늘이나 가을 구름 못지 않게 아름다운 7월 7일의 한국 구름으로 재탄생했다.
김경미 시인은 서문에서 “그동안 철저히 구분해왔던 본격시와 대중시란 두 트랙의 시들이 서로 범람하고 넘나들면서 시가 내게 새롭게 말을 건네는 것 같다”고 이야기 한다.
![]() |
▲ KBS-1FM 〈김미숙의 가정음악〉 오프닝 시로 낭송되어 아침마다 애청자들을 시인으로 태어나게 하던 ‘시’와 경쾌한 에스프리로 엮은 ‘시-이야기’ 시집, <카프카식 이별>이 문학판에서 출간되었다. |
2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아침 방송마다 쓴 시가 낭송된다는 건 시인에게 거대한 고통이고 라디오 청취자에겐 삶을 감사하게 만드는 기쁨이다.
김경미 시인이 아침마다 전해주는 그녀의 시 주머니에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언어의 천둥과 낡은 추억을 꿰매 조각보를 만드는 투명한 바늘, 잃어버린 기억을 찾게 하는 나침반, 희미한 사랑에게 건네는 커피 한 잔, 이별마저 사랑이라고 부르는 따뜻한 패러독스, 수첩과 공책의 줄무늬를 사랑하게 만드는 마력, 삶이라는 지도에서 벗어나게 하는 짜릿한 일탈, 사소한 것에 이름 붙여주는 애련 미, 창가에 불을 밝혀두는 그리움... 등 다양한 소재로 시 사랑하고 그 사랑을 전한다. <카프카식 이별>에는 아침마다 그녀의 시를 듣기 위해 라디오 앞에 귀를 세우는 사람들에게 전한 101편의 시가 시작노트 혹은 해설격인 오프닝멘트와 함께 수록되었다.
시인은 서문을 통해 <카프카식 이별>이 본인이 지었던 방송 코너 제목 ‘가볍지 않게, 무겁지 않게’처럼 읽히길 바란다고 했다.
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는 “김경미의 시는 삶을 향한 원심력과 스스로를 향해 들어오는 구심력의 균형을 통한 긍정과 비밀이 담겨 있다”며 “시인의 직관과 지성의 활동을 결합시켜 예술적 상상력의 복합적 구성체로 완성한 김경미의 시가 은은하게 번져가는 김경미식 .사랑‘과 ’이별‘의 존재론이다”고 말했다.
KBS1FM <김미숙의 가정음악> 진행자인 배우 김미숙 씨는 “김경미 시인은 시의 언어로 늘어진 정신을 탄력있게 하는 정신의 수선공”이라며 “시집 <카프카식 이별>은 망각된 추억과 접어버린 꿈과 멀리있는 희망을 불러내 마음속 제3의 눈을 뜨게 한다”고 말했다.
![]() |
▲ KBS-1FM 〈김미숙의 가정음악〉 오프닝 시로 낭송되어 아침마다 애청자들을 시인으로 태어나게 하던 ‘시’와 경쾌한 에스프리로 엮은 ‘시-이야기’ 시집, <카프카식 이별>이 문학판에서 출간되었다. |
김경미 시인은 198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비망록>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쓰다만 편지인들 다시 못쓰랴>(실천문학사), <이기적인 슬픔을 위하여>(창비), <쉿, 나의 세컨드는>(문학동네), <고통을 달래는 순서>(창비), <밤의 입국심사>(문학과지성사)가 있으며, 에세이집으로 <바다, 내게로 오다>, <행복한 심리학>, <심리학의 위안>, <그 한마디에 물들다>, <너무 마음 바깥에 있었습니다> 등이 있다. 노작문학상(2005), 서정시학 작품상(2010) 등을 수상했다.
미국 아이오와대학 주최 〈국제창작 프로그램(IWP)〉 참여 작가로 선정되어 활동했으며, 한국참여작가로는 처음으로 IWP 발행 웹진 〈92ST MERIDIAN〉지에 영역 시 2편이 수록되었다. 한라대학, 경희사이버대학 강사를 역임했다.
방송작가로 〈별이 빛나는 밤에〉를 시작으로 〈명작의 고향〉 〈양희경의 가요응접실〉 〈전기현의 음악풍경〉 〈노래의 날개 위에〉 등 다수의 라 디오 프로그램 원고를 썼으며 한국방송작가협회 라디오작가상(2007)을 수상했다.
현재 활발한 시작활동과 함께 KBS 1FM의 〈김미숙의 가정음악〉 라디오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방송 오프닝에 소개되는 ‘가정음악을 위한 시’를 통해 애청자들에게 행복의 전율을 전하고 있다. 이 시집에 실린 시편 들은 매일 아침 9시면 어김없이 청취자들을 마법에 걸린 사람처럼 라디오 앞에 귀를 세우게 하던 바로 그 심미적 언어의 꽃이다.
[ⓒ 티티씨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