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전선 남진중 - 드론으로 본 강원도의 가을

여행 / 왕보현 기자 / 2020-10-25 17:07:48
- 산 아래는 만산홍엽, 정상은 이미 초겨울
- 해발 1,000m 이상 도로에는 이미 낙엽이 가득
- 단풍 구경 겨를 없이 배추‧무 등 가을걷이 분주
- 단풍객 피해 호젓하게 산간도로 ‘드라이브 스루’

[티티씨뉴스 정선 · 태백 · 영월 · 홍천= 글 · 사진 왕보현 기자]

강원도의 가을이 단풍을 앞세워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강원도의 산과 들을 울긋불긋 물들이던 단풍이 어느새 산 정상을 떠나 500고지까지 내려왔다. 

▲ 해발 650m 홍천군 내면 율전초등학교에서 해발 500m 서석면사무소까지 꼬부랑길이 이어지는 하뱃재에 가을이 내려앉았다.

단풍의 남하속도는 시속 1km. 하루 약 25km씩 국토를 물들이며 남쪽으로 내려간다. 설악산을 출발한 단풍이 지리산 이남까지 도착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계절의 변화는 코로나 팬데믹과 상관없이 진행 중이다. 주말을 앞두고 서둘러 강원도를 향했다. 올가을 단풍관광은 ‘드라이브 스루’다. 차를 타고 강원도 고지 곳곳을 지나며 단풍의 화려함과 가을바람의 상쾌함을 맛보는 여행이다.
▲ 평창군 용평면(오른쪽)과 강원도 홍천군 내면(왼쪽쪽)의 경계에 있는 해발 1,089m의 운두령 고갯길을 하늘에서 내려보았다.

드라이브 스루 단풍여행은 차로 오를 수 있는 고개 중 국내서 가장 높은 해발 1,330m 함백산 망항재에서 시작했다. 망항재는 강원도 정선과 태백 그리고 영월이 경계를 이룬다.
▲ 태백과 정선, 영월이 만나는 함백산 만항재에서 바라 본 풍력발전 단지
23일 새벽, 정선 고한읍에서 출발해 첩첩산중 굽이굽이 고갯길을 돌고 오르막과 내리막을 오가며 아침 해가 뜨기 전 도착한 만항재 정상은 이미 초겨울이다. 밤잠을 설치며 올라왔는데 수십 대의 풍력발전기와 멀리 고산 준봉들만 취재진을 맞는다. 아쉬운 마음에 발길을 돌려 산 아래 향했다.
▲ 만항재 동쪽하늘에서 아침해가 솟아 오르고 있다.
7부 능선쯤 내려왔을 때 아침 해가 산봉우리를 넘으며 햇살이 쏟아진다. 산 위와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침엽수림과 섞여 완전히 붉고 노랗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을이 완연하다.
▲ 아침해를 받은 함백산 능선

드론을 날렸다. 뱀처럼 접었다 폈다 굽은 도로 사이로 뜨문뜨문 차들이 보이고 추색에 물든 가을빛이 따사롭다.

산 아래 어평재 휴게소에서 정갈한 아침 식사를 끝내고 정선군 남면에 있는 민둥산에 올랐다. 코로나 19로 어디든 마찬가지이지만 올해 민둥산억새꽃 축제는 취소됐다. 

▲ 민둥산은 높이는 1,119m로, 산의 이름처럼 정상에는 나무가 없고, 드넓은 주능선 일대는 참억새밭이다. 능선을 따라 정상에 도착하기까지 30여 분은 억새밭을 헤쳐 가야 할 정도이다. 억새가 많은 것은 산나물이 많이 나게 하려고 매년 한 번씩 불을 질렀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억새꽃을 보기 위해 드문드문 사람들이 발길이 산 정상을 향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은빛 물결 출렁이는 갈대숲 사이에서 인생샷 만들기에 한창이다. 민둥산 억새군락 역시 이미 절정기를 조금 지나 억새꽃이 많이 진 상태다. 올여름 긴 장마로 인해 예년만큼의 화려함에 못 미친다.

 

 


산에서 내려와 정선의 문치재를 찾았다. 꼬부랑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몰운대와 정선 소금강을 드라이브하며 가을을 만끽한다. 이름 그대로 ‘바위에 그린 그림’(畵岩) 같은 단풍이다.

▲ 정선 소금강
정선 화암면 몰운리를 벗어나려는 순간 만산홍엽의 가을 산 아래 푸른색이 넓게 펼쳐졌다. 가을배추 밭이다. 대형트럭 옆에서는 작업자들이 배추를 수확해 열심히 싣고 있다.
▲ 화암면 몰운리의 배추밭


정선을 벗어나 31번 국도를 한참을 달려서 이승복 기념관과 노동 계곡을 지나 홍천과 평창의 경계를 이루는 운두령 정상에 올랐다.

 

▲ 운두령 정상
계방산(桂芳山) 자락에 있는 운두령은 해발 1,089m로 남한에서 자동차로 넘나드는 고개 중 만항재(해발 1,330m) 다음으로 높다. 항상 운무(雲霧)가 넘나든다는 뜻에서 ‘운두령(雲頭嶺)’이란 지명이 유래하였다.

▲ 운두령 정상의 풍력발전기와 정상으로 오르는 꼬불꼬불 고갯길
정상휴게소에 서니 ‘윙윙’ 풍력발전기 돌아가는 소리가 사람들을 잠시 움츠러들게 할 정도로 위압적이다. 예상은 했지만, 이곳 역시 산정상의 나무들 잎이 모두 떨어진 상태다. 올해는 한 주일가량 일찍 진 셈이다. 자연의 섭리를 인간이 어찌 알까, 파란 하늘 아래 이어진 백두대간 풍경 감상으로 위안으로 삼았다.
▲ 홍천 내면의 하뱃재

가을 단풍 만산홍엽을 찾아 홍천 내면 칡소폭포 가는 길목의 아름다운 고갯길을 찾았다. 해발 500m에서 650m 사이의 고갯길인 하뱃재에는 예상대로 단풍이 곱게 내려앉아 있었다. 서산에 해가 걸리기 전 서둘러 드론을 띄우고 강원도의 가을 색을 예쁘게 담았다.
▲ 홍천에서 가을 무 수확현장을 만났다.

귀경길 하늘에서 본 무밭이나 자작나무숲에서도 좋은 풍경을 담았다.
▲ 홍천 자작나무숲

강원도에 곧고 빠른 길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꼬불꼬불 산길을 추억의 고갯길이 되어 넘는 이들이 많지는 않다. 단풍은 이미 산정상을 떠나갔다. 하지만 호젓하게 늦가을 풍경을 여유롭게 즐기려면, 답답했던 가슴에 맑은 공기를 불어 넣고 싶다면… 

▲ 고양산과 각희산, 곰목이재 등 해발 1,000m가 넘는 산에 둘러싸인 문치재는 정선군 화암면 북동리로 들어가는 문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문치재는 사진동호인들 사이에서 야간 자동차 궤적 촬영의 명소로 소문 난 곳이다.
백두대간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큰 고개 정상을 찾는 것도 코로나 19시대 여행법의 하나이다.

높은 산 고개에 올라 백두대간을 조망하며 자연과 하나 되는 시간은 언제나 상쾌하다.

▲ 운두령 상공에서 조망한 백두대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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