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19로 멈춰 선 고향 발길 택배 행렬이 대신해
- 추석 선물세트는 예년보다 많은 주문
- 전통한과, 산전복과 건어물, 굴비 등 선물 포장과 배송에 분주
[티티씨뉴스 전북 정읍 · 전남 완도·영광 = 왕보현 기자]
티티씨뉴스’는 코로나 19의 유행으로 인해 처음 맞는 비대면 추석을 준비하는 고향 마을을 찾아 ‘만남과 정’이 어떻게 바뀌어 가고 있는지 알아보는 ‘올 추석에는 고향에 오지 마세요.’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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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오후 전남 완도읍의 전복거리에서 전복 및 해조류, 건어물 선물세트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대형트럭에 실리고 있다. |
추석 명절은 1년 농사의 수확을 감사하며 헤어져 지내던 부모와 친지를 만나 기쁨으로 정을 나누는 소중한 명절이다. 민족의 대이동이라 표현되던 추석의 풍경을 올해는 기대하기 어렵다. 고속도로마다 꽉 막힌 고향길, 추석 열차 예매로 늘어선 긴 줄이 그리운 옛 추억 속 한 장면이 된 것 같다.
방역 당국에서는 “추석 연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차단을 위해 '따뜻한 거리 두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전국의 지자체장들도 앞장서 고향 방문 자제를 부탁하고 있다. 올 추석은 만남을 잠시 뒤로 미루고 ‘벌초 대행서비스’와 영상통화를 이용하는 등 비대면 명절을 부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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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19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각 지지체에서는 추석 고향 방문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덕분에 한가위 명절을 앞두고 고향에 있는 부모나 친인척, 지인에게 선물 택배는 크게 늘었다. 17일 오후 전남 완도의 한 건어물 및 해조류 유통업체에서 명절선물세트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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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이동이 멈춘 자리를 택배 서비스가 채웠다. 명절의 만남을 대신해 선물로 정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티티씨 뉴스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대표적 명절 선물인 전통한과, 전복, 건어물, 굴비 제작업체 몇 곳을 돌아보면서 추석 경기를 체감했다.
전통한과지난 16일 ‘바쁘다 바빠’를 입에 달고 있는 전통한과 포장에 여념이 없는 전라북도 정읍의 전통한과 공장 ‘선혜청’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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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오후 전북 정읍시에 위치한 한과 제조업체에서 추석 명절을 앞두고 직원들이 전통 한과 만들기에 분주하다 |
이 공장은 40년 한과 기술자인 노정호(61) 씨가 2004년 아내와 함께 창업한 곳이다. 전통방식을 고수하며 입소문을 타고 성업 중이다. 지난해 공기업에 다니던 둘째 아들이 부모님의 사업에 합류했다. 젊은이가 경영하며 온라인시장을 공략한 경영 포인트가 코로나 19시대를 만나 매출의 신장을 가져왔다. 시설의 자동화와 공정의 표준화를 진행하며 재료의 고급화를 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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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혜청 한과는 좋은 식용유를 사용하면서 한 번 사용한 식용유는 재활용하지 않고 전량 폐기한다. 인공색소를 전형 사용하지 않고 복분자나 양파에서 착즙하거나 쑥, 백년초를 말려 천연 분말을 만들어 자연그대로의 색을 입힌다”며 “그래서 색깔은 타사 제품처럼 화려하지는 않다. 빵에 들어가는 팽창제나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발효 방식으로 한과를 생산한다. |
둘째 아들 노주안(32)씨는 “우리 같은 소상공인은 수수료 부담이 큰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에 납품하는 것보다는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것이 좋다.”며 “온라인시장은 수수료 부담이 없어 재료의 고급화와 공정관리는 물론 판매가격을 저렴하게 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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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혜청 노주안씨는 "제품도 일인시대에 맞춰 저렴하고 간편한 몇 천원 대에서 9만9천원의 고급 선물세트까지 다양화시켰다. 더욱 올해 들어 ‘코로나19’ 소비시장이 바뀌면서 온라인에서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말한다. |
“한과 만들기는 명절 한 철에만 반짝 바쁜 게 아닙니다. 여름내 찹쌀을 발효해 저장하고 봄에는 ” 기자와의 대화를 듣고 있던 박혜자(61) 씨가 “우리는 한 번 사용한 식용유는 재활용하지 않는다. 인공색소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색소만 사용한다. 팽창제나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발효 방식으로 한과를 생산한다.”라고 생산원칙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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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오후 전북 정읍시에 위치한 한과 제조업체에서 추석 명절을 앞두고 직원들이 전통 한과 만들기에 분주하다 |
완도 전복전국 전복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전남 완도군 완도읍 전복 거리가 활기차다. 거리를 누비는 1t 택배 차량이 분주하고, 대형운송 차량은 곳곳에서 전복과 각종 해조류 포장 상자 싣기에 바쁘다.
“완도 전복은 청정바다에서 생산되는 해조류(다시마, 미역)만을 먹고 성장하므로 품질이 우수하며 육질이 연하고 부드럽고, 맛과 영양이 특별하다.” 15년 경력의 영업담당 박준호(58) 이사가 완도 전복을 자랑한다. 그는 “코로나 19가 기승을 부리면서 온라인 쇼핑몰과 홈쇼핑을 통한 주문이 늘어나 휴일 없이 포장하고 배송하느라 하루 해가 짧다. 특히 올 추석에는 부정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의 농축 수산 선물 상한액이 한시적으로 상향되면서 '명절 특수'도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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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도의 한 대형 전복 판매업체에 한가위 선물용 전복세트를 주문하는 전화가 쉴새없이 걸려오고 있다. |
완도 전복의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취급하는 ‘전복마을’에서는 산 전복의 포장과 배송이 한창이다. 사무실에는 계속 전화벨이 울리고, 프린터에서는 택배 전표 출력이 이어진다.
오늘 생산해서 배송까지 마쳐야 할 주문이 2,500박스에 이른다. 1초에 3박스씩 15시간을 쉬지 않고 꼬박 일해야 하는 물량이다. 수작업에 의존하는 작업으로 채우기에는 벅찬 양이다. 수조에는 성장한 전복이 크기별로 가득하고, 숙달된 일꾼들은 선별된 전복을 방수용 봉투에 정확하게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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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기별로 선별된 산전복을 방수용 봉지에 담는 손길이 분주하다 |
수조에 담긴 플라스틱 박스를 가져오면 한 줄로 늘어선 아주머니들이 전복을 꺼내 방수용 봉투에 정확하게 무게를 맞춰 담고, 벨트를 따라가며 열처리로 밀봉되고 물기를 닦아 아이팩과 함께 스티로폼 상자에 담는다. 숙달된 손길로 박스를 포장하고, 택배 배송 전표를 붙이고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가며 대형트럭으로 옮겨 싣는다. 이후 영암의 우편집중국에서 전국 각지로 배송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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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복판매업체의 대형수조에는 크기별로 분류되어 프라스틱 상자에 담긴 전복들로 가득하다. |
수조와 작업대를 분주히 오가는 이방인을 만났다. 스리랑카가 고향인 우 풀(39)씨는 “16년 전에 완도에 들어오면서 전복양식장 일을 해오고 있는데 현재의 포장일은 4년째 하고 있다. 여기서 일하는 한국 사람들도 나보다 오래된 사람은 없다”라고 너스레를 떨던 그가 돈 벌어서 뭐 할 것이냐는 질문에 “열심히 일해서 고향에 있는 아내와 아들에게 자동차를 사주고 싶다”라며 숙연해진다.

완도 해조류 |
▲ 건어물과 해조류 세트를 제작 유통하는 대한물산 정대한 사장은 “멸치 등 건어물과 해조류는 다양한 건강성분을 함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용에도 좋은 식품”이라며 “다가오는 한가위에 완도산 건어물과 해조류 선물세트 구입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
30년 경매사로 눈썰미가 남다른 아버지가 창업한 해조류 유통회사에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정대한(32) 씨는 “우리나라 전통의 멸치 맛을 지닌 완도 멸치는 청정바다에서 나는 바다의 칼슘 창고로, 싱싱함이 살아 있고, 칼슘과 미네랄이 풍부하여 자연 그대로의 맛과 영양이 풍부하게 살아 있다.”라면서, “완도의 해조류 역시 청정바다에서 채취해 정성껏 말려 더욱 깊고 풍부한 자연의 맛과 향을 담고 있다.”라면서 “우리 가족이 먹는 음식이다는 생각으로 멸치, 김, 미역, 다시마 등 다양한 구성품을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비대면 추석을 맞아 만남은 자제하지만, 정은 나누어야 배가 된다. 해조류 선물세트도 예년의 1.5배 정도 주문이 늘었다. 전 직원이 종일 일해도 주문량을 맞추기 쉽지 않다. 야근과 특근이 이어진다.
영광굴비 |
▲ 영광굴비의 본고장 법성포에는 굴비를 말리는 집, 굴비를 선별하는 집, 굴비를 포장하는 집, 굴비를 배송하는 집, 굴비 정식을 판매하는 집만 이어진 거리에 굴비 굽는 구수한 냄새보다 굴비 말리는 비릿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하늘에서 본 법성포 전경 |
시원한 녹찻물에 밥을 말아 고들고들하고 짭조름한 굴비 살을 한 점 얹어 먹는 별미는 한여름 더위를 쫓아낸다. 지난 18일 기자는 영광굴비의 본고장 법성포를 찾았다.
굴비를 말리는 집, 굴비를 선별하는 집, 굴비를 포장하는 집, 굴비를 배송하는 집, 굴비 정식을 판매하는 집만 이어진 거리에 굴비 굽는 구수한 냄새보다 굴비 말리는 비릿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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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광굴비는 전남 영광군 법성포에서 천일염으로 간을 해 2~3개월 바닷바람에 건조한다. |
고가 선물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영광굴비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명절 특수가 사라지고 판매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10여 일 남은 18일에도 명절 특수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았다. 법성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영희(61) 씨는 “법성포에는 명절을 앞두면 관광버스들이 줄지어 들어와 각 상점을 돌며 굴비 세트를 샀었는데 올해는 관광객이 전혀 찾지 않아 명절 기분이 나지 않는다”라고 귀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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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 명절을 앞두고 주문받은 굴비세트를 제작하고 있는 영광군 법성포의 한 굴비 판매업체 |
그러나 기자를 안내한 임형표 법성면장은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을 통한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온라인 쇼핑몰에는 예년보다 주문량이 30%는 증가한 것 같다. 다음 주가 되면 매출은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상인들은 예측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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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 명절을 앞두고 주문받은 굴비세트를 제작하고 있는 영광군 법성포의 한 굴비 판매업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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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광군 법성포의 한 굴비 판매업체에 추석 선물로 제작한 굴비세트가 가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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