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새집은 숲을 해충으로부터 보호해줘
- 국립공원 내 도봉숲속마을, ‘비오톱 1등급’지역
- 안정된 도봉숲속마을 생태계…소쩍새·붉은배새매 번식 확인
- 자라나는 세대에 생태 중요성 알려주는 살아있는 교육장
[티티씨뉴스 글·사진=왕보현 기자]
무엇보다 높은 건물이 즐비한 도시는 하늘을 나는 새들에게 위협적인 공간이다. 도시화와 재개발, 재건축 등으로 도심 녹지공간이 줄어들면서 새들은 번식공간을 빼앗기고 사람들 곁을 떠나 산으로 밀려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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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봉숲속마을의 굵은 참나무에 달린 인공둥지에 어미 소쩍새는 밤새 갈색여치 등 먹이를 물어다 3마리의 새끼들에게 골고루 나눠 먹인다. 어미가 올 시간이 지나면 새끼 소쩍새들은 둥지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울어댔다. |
“새들이 살던 집을 우리가 빼앗았으니 일부라도 집을 지어주는 게 맞는 일이죠” 북한산국립공원 내 자리한 도봉숲속마을에서 인공새집을 청소하던 그린새 서정화 대표가 주장한다.
인공새집은 조류에게 안전한 둥지자원을 제공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제작한 상자모양의 둥지를 이른다.
여름 무더위가 절정을 부리던 지난 7월 하순, 소쩍새가 이소(離巢 둥지 떠나기)를 준비하며 육추(育雛 부화한 새끼 키우기)에 한창이던 때 도봉숲속마을을 처음 방문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8월 말일, 다시 찾은 도봉숲속마을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임시 휴원 중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조용한 숲속에 사람의 발길이 끊겨서일까, 녹색마스크로 단장한 숲속은
‘코로나19’ 해방 구역으로 안전한듯 새들의 지저귐이나 날갯짓도 더욱 여유스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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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봉산새학교 생태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야생조류센터 서정화 대표가 도봉숲속마을 뒷편 숲교실에서 지역 조류생태의 모니터링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2019년 6월 자료사진)/ 올해 중순까지 조심스럽게 진행되던 도봉산새학교는 현재 사회적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일시중단되었다.(사진=도봉숲속마을 제공) |
서울특별시 도봉구 도봉산공영주차장에서 등산로 입구 오른쪽에 위치한 도봉숲속마을은 송석교육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청소년시설이다. 숲속 가족캠프, 숲 예술체험 등을 운영하는 곳으로 자연생태가 잘 보존되어있다. 도봉숲속마을 숲에는 굴참나무, 신갈나무, 팥배나무, 은사시나무, 아까시나무, 단풍나무, 잣나무, 오리나무 등이 녹색의 숲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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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봉숲속마을 전경 |
이곳 숲의 면적은 약 45,798m²로 ‘비오톱(biotope) 1등급’ 지역이다.
비오톱이란 특정한 식물, 동물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갖춘 곳으로 다른 땅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생물의 서식지를 말한다. 국토교통부는 비오톱 1등급지에 대한 일체의 개발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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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쩍새 새끼가 인공새집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바깥 세상을 살피고 있다. |
이처럼 도봉숲속마을에서 살아가는 동식물에게는 사람의 간섭을 피해 살 수 있는 천국 같은 곳이다.
2018년부터 도봉숲속마을에서는 그동안 진행해오던 다양한 숲 프로그램과 함께 도봉숲속마을 내의 조류 생태계를 조사하고 생태교육 프로그램인 도봉산새학교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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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생조류센터 그린새 이진아 교육팀장(사진 왼측)은 “몇 번 새집(인공둥지)에 어느 새가 새끼를 키우며 살아가는지를 관찰하고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일은 큰 즐거움이고 새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보람이다. 올해는 유달리 비가 많이와서 번식기에도 새들을 많이 관찰하지 못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야생조류센터 그린새 서정화 대표(오른쪽)가 필드스코프로 새 둥지를 관찰하고 있다. |
도봉산새학교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야생조류센터 그린새 서정화(58) 대표는 새들의 번식생태를 확인함과 동시에 교육적 측면에서 인공새집(nest box)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19년 2월 도봉숲속마을 뒤편 숲에 3cm, 6cm, 9cm 등 3종류, 알기 쉽게 번호를 붙인 30여 개의 인공새집을 설치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중이다. 인공새집은 구멍 크기에 따라 번식하는 새의 종류도 틀리다.
3cm에서는 인공새집을 가장 좋아하는 박새를 비롯 곤줄박이, 쇠박새들이 번식하고 6cm와 9cm에서는 소쩍새를 비롯해 원앙, 파랑새, 꾀꼬리, 솔부엉이 등 몸집이 큰 새들이 번식한다.
올해는 솔부엉이 등 번식해야 할 큰 인공새집에 불청객 청솔모가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바람에 큰 새들은 인공새집에서 번식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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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봉숲속 인공새집에서 알을 품고 있는 소쩍새(사진=야생조류센터 그린새 서정화 대표) |
서정화 대표는 “일반인들은 숲속에 들어가서 새소리는 쉽게 들을 수 있지만 새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인공새집은 이런 점에서 새들에게는 안정적인 번식과 쉼터를 제공하고, 사람들에게는 새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직접 확인하면서 생태와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특히 산새학교는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산교육장이다. 새들이 인공새집을 들락거리는 모습을 필드스코프를 통해 확대해 보여주면 새들을 대하는 자세가 틀려진다. 책으로만 통해 접하던 생태를 생생하게 확인하면서 자연스럽게 생태를 보호하고 지켜려는 마음이 생겨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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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앙(사진=야생조류센터 그린새 서정화 대표) |
새들에게 안전한 보금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제작한 상자모양의 인공새집은 1875년 독일에서 고안했다. 새들의 번식을 도와주고 산림해충방제에도 효과를 얻자 세계적으로 널리 퍼졌다.
야생조류센터에서는 20여 년 전부터 인공새집을 달기 시작해 미사리조정경기장, 남산공원, 하남 나무고아원, 서울식물원, 군포 초막골생태공원 등 지금까지 서울 인근에 500여 개의 인공새집을 달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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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생조류센터 서정화 대표가 도봉숲속마을 뒤편 숲에 달아준 인공새집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서 대표는 “도봉숲속마을은 도심 인근에서 생태보존지역으로 가치가 높은 곳이다. 올해는 코로나 19로 야생조류 모니터링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향후 몇 년 간은 좀 더 상세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곳"이라고 말했다.(사진=야생조류센터 그린새 서정화 대표) |
서 대표는 “특히 인공새집을 즐겨 찾는 박새는 보통 5~12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면서 “한 연구에 의하면 박새 한 마리당 연간 약 10만 마리의 곤충을 잡아먹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이중 약 15%를 유해곤충으로 봤을 때 이를 방제하기 위해 항공방재에 드는 실비용으로 계산해 볼 때 인공새집 하나에 박새 열 마리가 번식한 것으로 가정하면 인공새집 하나는 약 48만원의 해충방재 기능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며 인공새집이 숲을 해충으로부터 보호하는 효과를 설명했다.
인공새집은 자연스럽게 자연의 먹이사슬 형성에도 도움을 준다. 작은 새들이 많은 곳에 이들을 잡아먹고 사는 맹금류 등이 모여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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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연기념물 제324-6호인 소쩍새가 육추를 위해 잡아 온 갈색여치를 물고 인공새집 앞 횃대에 앉아 주위를 살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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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뭇가지에 앉아 자태를 뽐내는 천연기념물 323-2호 붉은배새매/ 도봉숲속마을에서 상위포식자인 붉은배새매와 소쩍새의 번식이 관찰되는 것은 이곳이 북한산국립공원 내에서 안정적인 생태계를 이루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사진=야생조류센터 그린새 서정화 대표 제공) |
인공새집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관리가 쉬운 곳에 빗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약간 경사지게 달아주어야 한다. 새들의 번식이 끝나면 습기가 차지 않도록 깨끗하게 청소를 잘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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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새 (사진=야생조류센터 그린새 서정화 대표 제공) |
국립생태보존지역인 도봉숲속마을의 녹색공간에는 6cm 구멍의 인공새집에서 번식에 성공한 천연기념물 제324-6호인 소쩍새 외에도 붉은배새매(천연기념물 323-2호), 솔부엉이(천연기념물 324-3호), 원앙(천연기념물 327호), 흰눈썹황금새, 파랑새, 꾀꼬리, 아물쇠딱따구리, 오색딱따구리, 청딱따구리 등 다양한 종의 야생조류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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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랑새 (사진=야생조류센터 그린새 서정화 대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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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꾀꼬리 (사진=야생조류센터 그린새 서정화 대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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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앙숫컷(사진=야생조류센터 그린새 서정화 대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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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색딱다구리 (사진=야생조류센터 그린새 서정화 대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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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눈썹황금새(사진=야생조류센터 그린새 서정화 대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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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m 높이의 참나무 상단에 둥지를 튼 붉은배새매 어미의 눈이 둥지사이로 보인다. 붉은배새매와 솔부엉이는 자신들보다 앞서 청솔모가 인공둥지에 새끼를 낳자 어쩔 수 없이 참나무에 둥지를 틀었다. 도봉숲속마을의 새들은 살기 편한 인공새집도 좋아하지만 대부분 나무가지 사이에 둥지를 틀거나 나무 구멍에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운다.(사진=야생조류센터 그린새 서정화 대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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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물새딱다구리(사진=야생조류센터 그린새 서정화 대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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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부엉이(사진=야생조류센터 그린새 서정화 대표 제공) |
도봉산새학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도봉숲속마을 김민주 사원은 “도봉산새학교는 올해 코로나 19로 인하여 인원을 확장하여 진행하지 못했다”면서 “생태계가 건강히 회복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숲에서 새의 세계를 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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