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은 지나고 신록이 봄을 맞는다.

자연 / 왕보현 기자 / 2023-04-06 09:21:01
- 50년 내 가장 더운 3월 봄꽃 서둘러 개화
- 빨리 개화한 벚꽃, 5일 봄비로 ‘벚꽃 엔딩’

[티티씨뉴스=글·사진왕보현 기자]

▲ 지난 1일 야간 벚꽃축제가 개막된 렛츠런파크 서울의 벚꽃이 5일 내린 비로 낙화되었다. 점심식사 후 벚꽃길을 걷는 마사회 직원들이 떨어지는 벚꽃을 아쉬워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10여일 일찍 개화한 벚꽃이 5일 전국에 내린 비로 절정에 다다르지 못한 채 사실상 ‘벚꽃 엔딩’을 맞았다.
4년 만의 마스크 벗고 ‘노마스크’ 대면 벚꽃축제에 기대가 많았던 시민들은 속절없이 떨어지는 벚꽃을 아쉬워하고 있다. 하늘을 밝고 아름답게 장식한 벚꽃이 1주일도 안되어 땅에 내려와 단비에 쓸려가고 있다. 

 

▲ 5일 전국에 내린 단비는 봄꽃을 일찍 떨구었지만 극심한 가뭄에 시달려 온 남부지방에는 생명의 물이 되었다.

식목일인 5일 전국적으로 내린 봄비는 긴 가뭄에 시달린 남부지방에는 단비가 되어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게 되었다.
▲ 5일 국립현충원으로 현장 학습 나온 고등학생들이 우산을 받쳐들고 수양벚꽃길을 걷고 있다.

 

도심의 벚꽃은 떨어지지만 그 자리에 새로운 봄꽃들이 피어나며 나무들은 활력을 되찾고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전해준다. 화려한 축제를 준비한 시내 각 자치구들에겐 아쉬움이 묻어나지만 극심한 가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쁨도 엿보인다.


기후변화로 봄꽃 개화 시기가 점점 빨라지면서 화려한 봄꽃의 향연은 지나고 신록으로 단장했다.

 

▲ 서울숲 벚꽃터널의 벚꽃은 봄비와 함께 모두 떨어졌지만 알록달록 튤립들이 고개를 들고 봄 소식을 전한다.

 

취재진은 동작구 국립묘지, 여의도 윤중로, 과천 렛츠런 파크, 남산 순환도로, 송파구 석촌호수의 벚꽃 낙화 상황을 둘러보았다.

 

▲ 조팝나무 꽃에 비가 내려 영롱한 물방울이 맺혔다.


바람에 흩날리는 꽃비 보다 가문 땅 적시는 단비는 꽃잎에 잠시 내려 앉아 영롱한 물방울로 세상을 담아 놓았다. 바람이 불어와 물방울과 함께 날리는 꽃잎은 포도위에 쌓여 분홍빛 둔덕을 만들었다. 그 곁을 따라 빗물을 흘러간다. 

▲ 여의도 윤중로

 

현충원 정문에서 들어서면 바로 만나는 수양벚나무의 꽃들이 봄비에 흠뻑 적었다. 연분홍 꽃잎을 다 떨구고 연록의 새순이 돋아나고 있다.


▲ 서울숲을 찾은 시민들이 스마트폰으로 봄풍경을 담고 있다.


동백꽃 - 매화 - 산수유 - 목련 - 개나리 - 진달래 - 벚꽃 - 유채꽃- 철쭉으로 순으로 이어지던 봄꽃 개화 시기가 합쳐지기 시작했다. 벚꽃이 낙화한 자리에 개나리, 진달래, 조팝나무와 사과나무가 화사한 꽃을 피웠다.


▲ 국회앞 여의도 윤중로의 벚꽃은 내년을 기약하며 모두 떨어졌다. 시민들이 우산을 들고 봄비 내리는 윤중로를 산보하고 있다.

 

여의도 윤중로에서 만난 김인환(57, 마포구) 씨는 “매년 이맘때면 여의도로 들어오는 길이 막히고 윤중로에는 걷기도 어려울 정도였는데 올해는 벚꽃이 일찍 떨어지고 비까지 내리니 꽃구경 나온 사람들을 만날 수 없다”고 말했다.

▲ 남산순환로에 떨어진 벚꽃이 꽃길을 만들었다.

지난 1일 나만 알고 싶은 벚꽃 명소 렛츠런파크 서울 ‘야간 벚꽃축제’가 개막되어 주말 내내 과천시민을 비롯한 경기도민과 서울 시민들의 사랑을 받은 렛츠런파크 벚꽃도 엔딩을 맞았다. 이날 주민 등 일반인 관람객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점심시간 산보에 나선 마사회 직원들만 비에 적은 벚꽃을 보며 봄 축제를 마감하는 분위기였다.

서울 시내의 벚꽃들 보다는 1주일에서 열흘가량 늦게 절정을 이루던 남산 남측순환로의 벚꽃들도 오늘 내린 비를 피해가지 못했다. 꽃잎은 아스팔트 바닥에 떨어졌고, 벚꽃터널은 흔적만 남았다.

김인호(67, 용산구)씨는 “남산의 벚꽃은 하늘을 가릴 정도로 찬란하게 피고 또 바람에 흩날리는 꽃비가 특징인데. 올해는 봄비로 벚꽃터널이 다 망가졌다”며 아쉬워했다.

 

▲ 과천 렛츠런파크 서울의 벚꽃터널
파주에서 친구와 함께 석촌호수에 온 이서은(20) 씨는 “친구와 함께 모처럼 서울 나들이를 했다.”면서 “벚꽃이 많이 떨어져 조금 아쉽긴 했지만 봄비 속에 친구와 많은 이야기도 나누면서 힐링하는 시간이 되었다.”고 말했다.

▲ 석촌호수를 찾은 시민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날부터 오는 주말까지 석촌호수 일대에서 벚꽃축제를 준비한 송파구는 벚꽃축제 대신 봄꽃축제로 이름을 바꿔 계획대로 진행했다. 이날 저녁 6시 개막식 ‘벚꽃맞이’를 시작으로 5일간 다양한 장르의 공연 펼쳐졌다. 밤이 깊어지면서 2.6km 호수 산책로를 따라 1,120주 벚꽃나무를 아래에서 위로 비추는 조명은 내리는 보슬비와 함께 황홀한 야경을 선사하고 있다. 

 

▲ 송파구가 5일 저녁 석촌호수 동호 수변 무대서 “아름다운 봄 이야기 호수의 봄 축제” 개막식을 갖고 9일까지 봄 축제에 들어갔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4년 만에 재개되는 축제인 만큼 호수를 찾는 모든 분들의 안전한 관람과 편의를 위해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면서 “아름다운 봄 이야기 <호수의 봄축제>에 많이 오셔서 행복한 송파의 봄을 안전하게 만끽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 가뭄과 산불로 지친 시민들의 답답함을 식히는 봄비가 하루 종일 내린 가운데 송파구 석촌호수를 시민들이 산책하고 있다. 

한편, 여의도 윤중로 봄꽃축제를 지난 4일 부터 진행한 영등포구는 벚꽃 낙화로 인하여 6일 12시부터 봄꽃축제 교통통제 구간 중 여의2교 북단에서 국회3문까지 등 일부 구간에 대하여 교통통제를 조기 해제한다. 그러나 여의서로 벚꽃길(서강대교 남단~국회3문)은 10일 12시까지 차량 진입이 통제된다.
▲ 5일 오후 호수공원 내 때이른 철쭉이 만개해 시민들을 반기고 있다.


서울의 대표적 벚꽃 명소인 석촌호수와 영등포구 윤중로 일대 뿐 아니라 성북구, 서초구, 서대문구 등 자치구에서 준비한 봄축제는 ‘벚꽃 없는 벚꽃축제’가 진행되는 상황이 됐다.

 

▲ 서울숲에 핀 사과나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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