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숭어는 다 어디로 갔나?”, 김포 전류리포구

기획·특집 / 왕보현 기자 / 2021-01-24 08:58:12
- 전류리포구 겨울숭어잡이
- 만선 꿈꾸며 얼음사이로 배를 띄운다.
- 어종 풍부한 한강과 서해바다가 만나는 기수역
- 서울에서 뿌린 염화칼슘 “한강하구 생태계에 영향”

[티티씨뉴스 김포=·사진 왕보현 기자]

봄을 부르는 겨울비가 그친 22일 새벽, 김포시 하성면 전류리 포구에 물안개가 자욱하다. 새벽안개의 정적 속으로 어부들이 하나 둘 모여 든다. 오늘 조업 순서를 정하기 위해 제비뽑기가 한창이다. 

▲ 어둠이 가시기 전 전류리 포구 뻘밭위에 정박해 있던 어선들은 굴삭기에 이끌려 한강으로 내려간다. 미끄럼타듯 볼링공이 미끄러지듯 뻘을 타고 강으로 풍덩 빠져든다.

한강 하구를 가득 채웠던 얼음이 녹으며 유빙사이로 조업이 가능해지자 전류리포구는 다시 활기를 찾아간다. 전류리 선단장 김대선(68) 선장은 “어제(21일) 올 겨울 처음 조업을 시작했는데 한 50kg 정도 잡았다”라며, “전류리에는 새우잡이 배 4척을 포함해 모두 26척의 어선이 있는데 오늘은 숭어잡이 어선 9척만 출어했다.”고 말했다. 

 

‘조선지지자료’에 전류리주막이 기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전류리 포구는 예전에도 사람의 왕래가 빈번했던 곳임을 알 수 있다. 헌종8년(1842)에 간행된 ‘통진부읍지’에 전류리 나루 근처에 전류정에 대한 기사가 있으나 지금은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김포의 최북단 포구로 유일하게 어업활동을 하고 있는 곳으로 임금님의 수라상에 올랐다는 웅어가 특산물이며, 실뱀징어, 잉어, 황복, 참게, 참숭어, 새우, 붕어 등이 많이 잡힌다.

▲ 갯벌 위 얼음에 갇힌 고깃배를 굴삭기가 제비 뽑은 순서에 따라 한 척씩 강으로 밀어 내려주면 준비를 마친 어선들은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바삐 포구를 빠져나간다.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전류리 포구는 해병대가 관할하는 비무장지대로 포구 입구에 통문이 설치되었다. 통문 옆에 부착된 인터폰을 통해 군부대에 어부들이 신분을 밝히면 확인 후 통문이 열린다.

 

한강 최서북단 전류리포구는 바다와 민물을 오가는 회귀성 물고기들의 보고이다. 민물과 바닷물이 하루 두 번 교차하며 뒤섞이는 기수역으로 사철 다양한 어종이 나온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는 전류리포구 어민들의 삶도 바꾸어 놓았다.
출어 순서를 기다리던 우정호 선원 심미섭(52)씨는 “작년 초까지는 어판장에서 회센터를 운영했었는데 코로나로 손님도 끊어지고 문 닫게 되자 아버지의 뒤를 잇기 위해 어부의 길로 들어선 1년차 초보어부”라며, “오늘은 ‘조금’이어서 물때가 맞지 않는다. 고기가 별로 없을 것이다. 11시에 밀물이 들어오면 2시에 만조가 되는데 그전에 돌아온다.”고 말했다.

 

전류리에서는 봄이면 임금님 수라상에 올라갔다는 웅어, 복중의 최고인 황복과 봄새우가 제철이고, 여름에는 자연산 농어와 장어, 가을에는 참게, 김장새우가 나오고 겨울에는 참숭어가 잡힌다. 심미섭씨는 “숭어는 지금이 제철이다. 영양분을 잔뜩 비축해 육질이 찰지고, 단맛이 난다. 겨울에는 숭어가 최고예요.”라며 “ 예전에는 이 작은 배가 한 번에 1톤씩 잡기도 했다. 그때는 숭어 잡이만 해도 대기업 연봉이상 나왔는데 기후변화로 이제는 그렇게 나오질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기후변화의 파고를 몸으로 겪고 있는 현장이다. 


“바닥에 고기가 하나도 없어요” 막 조업을 마치고 포구로 올라온 조선녀(54)씨가 말한다. 그는 “1주일 전에만 해도 고기가 참 많았는데 그 때는 유빙이 벌어지지 않아 조업을 할 수 없었다. 적당히 추워야한다. 오늘은 좀 따스해 조업조건은 좋지만 영하 4~5도 일 때 조황이 최고다.” 라고 했다. 이어서 “작년에는 얼음이 하나도 없어서 작업을 못했는데, 올해는 날씨가 도와주나 했더니 물때가 맞질 않는다.”고 말했다.

▲ 한강 최서북단 전류리포구는 민물과 바닷물이 하루 두 번 교차하며 뒤섞이는 기수역으로 사철 다양한 어종이 낚인다. 어선들이 유빙사이로 다니며 조업하고 있다.

 

조업을 시작한지 1시간 남짓 지나 포구로 돌아 온 어부들은 "연초 수도권에 큰 눈이 내리고 제설작업을 위해 대량 살포된 염화칼슘이 한강에 흘러들면서 숭어들이 올라오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입을 모았다.
 

4대강 중 한강하구는 둑으로 막혀있지 않은 유일한 자연하구이다. 바다와 이어지는 끝부분은 기수역으로 그야말로 생태계의 보고이다. 한강하구는 자연성과 생태 다양성이 높은 그래서 생산성도 높은 지역이다. 천혜의 자연을 지키기 위해 지역 주민뿐 아니라 도시민들도 함께 지키고 가꿔나가야 한다.

▲ 전류리 앞강에서는 봄이면 임금님 수라상에 올라갔다는 웅어와 황복, 봄새우가 그물에 가득하고 여름에는 자연산 농어와 장어가 수족관을 채웠다. 가을에는 참게, 김장새우가 나오고 겨울에는 참숭어가 잡힌다.

 

한편, 한 야당 국회의원에 따르면 서울시가 지난번 폭설 당시(6일~13일) 40억 상당(1만 9190톤)의 제설제를 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17일~18일에는 적설량이 1cm에 그쳤지만는 2000톤 가량의 제설제를 뿌린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적설량도 많았을 뿐 아니라 낮은 기온으로 인해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제설제를 반복적으로 뿌렸다”는 서울시의 설명이 있지만 제설제로 인한 환경문제도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할 문제이다.

 

전류리 어민들의 어로구역은 한 눈에 들어온다. 포구에서 10분 정도 나가면 강 한가운데로 어로한계선이 지나간다. 북측과 남측의 경계선이다. 이 선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만 조업해야 하기 때문에 어선 마다 각자 조업하지만 서로 돕고 보살피며 일을 해야 한다. 

▲ 오늘 한강에서 건진 유일한 수확인 숭어 한마리를 들어 보이는 조선녀(54)씨는 결혼 후 어부가되어 남편 장성환씨와 함께23년째 한강의 어부로 살아가고 있다.

 

더 멀리 나가서 물고기를 잡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 꿈은 통일 후로 미루고 오늘도 강으로 나간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따스한 봄이 찾아오듯 그저 빨리 통일이 돼서 한강을 통해 북녘까지 왕래하는 게 우리 어민들의 바람이다.


김대선 선단장은 “한강은 내가 나고 자란 고향이다. 40년 넘게 봄, 여름, 가을, 겨울 배를 타고 한강의 물고기를 잡으며 살아왔다. 살아가는 동안 힘이 닿는 데까지 고기를 잡을 것이다. 얼음 속 차가운 물속을 헤치고 올라오는 숭어처럼 힘차고 싱싱하게 살아가고 싶다” 고 말했다.



▲ 강을 덮었던 얼음이 녹아 유빙사이로 그물을 놓는 동안 온몸은 얼음 덩어리가 된다. 어선에서는 소금물을 끓여 그안에 몸을 잠시 담궈 언몸을 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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