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에는 고향에 오지 마세요.①

기획·특집 / 왕보현 기자 / 2020-09-18 12:34:43
- 벌초 대행 서비스 현장을 가다.

[티티씨뉴스 전남 완도=왕보현 기자] 

 티티씨뉴스’는 코로나 19의 유행으로 인해 처음 맞는 비대면 추석을 준비하는 고향 마을을 

찾아 ‘만남과 정’이 어떻게 바뀌어 가고 있는지 알아보는 ‘올 추석에는 고향에 오지 마세요.’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애들아 이번 벌초는 아부지가 한다. 너희는 오지 말고 편히 쉬어라. 잉~”
완도대교를 건너자마자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현수막을 만났다. 고향 방문을 환영하던 예년의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그만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확산을 막아내는 것이 올가을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어젯밤부터 내리던 비는 날이 밝아도 그칠 줄 모르고 남도의 가을을 적시고 있다.
전라남도 완도군 고금면 농상리 측백나무가 나란히 경계를 이루고 해송 숲이 둘러싼 야트막한 동산에 자리 잡은 가족 묘원에 예초기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17일 오전 우의와 안전장비를 갖춘 완도군 산림조합 벌초 작업 일꾼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 올 추석 명절에는 고향 방문을 자제하자는 운동이 불고 있다. 코로나 19의 확산세가 멈추지 않자 민족의 대이동이라 불리는 한가위 명절을 집에서 지내달라는것이 방역당국의 권고이다. 완도군산림조합에서 출향주민을 대상으로 벌초대행 서비스를 하고 있다.
지난봄 한식 때에도 깨끗하게 벌초를 했는데 한여름을 지나며 잡초들이 봉분과 석물을 가득 덮었다. 예초기 날이 돌아가면서 봉분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벌초 작업은 2인 1조로 한 사람을 예초기를 작동하고 한 사람은 잘린 풀을 갈고리로 한데 모아 쌓는다. 내리는 가을비는 작업을 더디게 만들고 우의와 안면 보호대에는 풀 조각이 달라붙어 있다.
▲ 완도군산림조합 최상록 계장은 "오늘도 저희팀에서만 40여 곳의 벌초서비스를 마쳤다"며 "오고 싶어도 못오는 가족들의 마음을 알기에 최선을 다해 깔끔하게 묘소를 정리하고 다듬고 있다"고 말했다.
2시간여 작업이 끝나고 가족묘 전체의 윤곽이 시원하게 드러났다.
묘지 상석에 과일 접시가 조촐하게 차려지고 제초작업을 마무리한 일꾼들이 늘어서고 완도군산림조합 박진옥 조합장은 하얀 국화 한 송이를 헌화한다. 단순히 노동이 아니고 조상의 묘소에 예를 다하는 풍경이다.
▲ 완도군산림조합 박진옥 조합장을 비롯해서 벌초를 마친 직원들이 고향을 방문하지 못하는 가족들을 대신해 간략하게 차례를 지내고 있다

코로나 19의 확산이 계속되면서 방역 당국과 각 지자체에서는 올 추석에는 고향 방문을 자제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완도군은 추석 명절 대이동이 코로나 19 재확산의 기폭제로 연결되지 않도록 벌초를 하러 오지 못하는 ‘벌초 대행 서비스’를 25일까지 시행하고 있다. 애초 18일까지 접수하기로 했지만 17일 현재 신청 폭주로 더 접수가 안 된다.


벌초 작업 현장에서 작업을 지휘한 완도군산림조합 박진옥 조합장은 “벌초 대행 서비스는 완도군과 완도군산림조합이 협약을 체결하여 고향에 묘지를 관리할 수 있는 지역 연고자가 없고, 벌초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여 고향 방문을 안 하고자 하는 출향인을 대상으로 벌이고 있다.”라며, “올해는 평년의 2배가 넘는 약 1,300기의 벌초를 대행하게 되면서 산림조합 전 직원이 휴일 없이 강행군 중이다”고 말했다.
▲ 추석을 앞두고 벌초(추석묘지관리) 대행 의뢰가 쇄도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방역당국에서도 벌초 대행서비스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지난 17일 비가 오는 가운데 전라남도 완도군 고금면 농상리의 한 가족묘에 완도군 산림조합 소속 벌초지원단이 봉분 위를 뒤덮은 잡초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다.

한편 신우철 완도군수는 “코로나 19 확산을 막기 위해 추석 명절 군민과 향우가 함께 하는 ‘이동 멈춤’ 운동으로 벌초 대행 서비스, 온라인 부모님 안부 살피기, 홀로 계신 어르신들을 위한 명절 음식 나눔 서비스 등을 전개하고 있다.”라면서 “가족을 만나지 못해 아쉽더라도 우리의 안전을 위해 추석에 이동을 최대한 자제해줄 것”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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