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고, 잠기고, 쓰러지고, 빠지고… 예천 문경지역 호우 피해 복구현장
- 환경 / 왕보현 기자 / 2023-07-19 00:33:41
- 경북 예천
[티티씨뉴스 문경·예천=글·사진 왕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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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부터 쏟아진 집중호우로 사망·실종자가 발생한 경북 예천군 진평리 마을의 절반이 펄밭으로 변했다. |
대구 경북 등에 호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자와 실종자는 모두 50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18일 오후 8시 기준 전국 누적 인명피해는 사망 44명, 실종 6명, 부상 35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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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시 수평2리 산사태로 마을 전체가 엉망으로 망가졌다. 중장비가 동원되어 물길을 바로 잡고 있다. |
경북 예천에서는 산사태로 인한 실종자 3명의 시신이 수습됐다. 이날 오전 10시30분쯤 예천군 용문면 제곡리 하천에서는 해병대가 여성 시신 1구를 수습했다. 오후 12시10분쯤에는 감천면 진평리 마을 인근 하천에서 70대 여성 실종자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어 오후 3시35분쯤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에서 '나는 자연인이다' 출연자 장병근씨(69)가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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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순옥(74)씨가 산사태 당시를 이야기 하고 있다. |
17일 오전 토사가 마을전체를 뒤덮은 문경시 수평2리에는 복구를 위한 장비들의 움직임이 바쁘다. 계곡을 넘어 선 토사를 긁어내고, 과수원을 덮은 뻘을 제거하는 손길이 바쁘다.
수평2리에서 만난 오순옥(74)씨는 “15일 아침 머리위에서 헬리콥터 돌아가는 소리가 10분 정도 나면서 산이 무너져 내렸다.”면서, “이 마을에 시집와서 54년을 살았는데 이번처럼 무서웠던 것은 처음이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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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 50사단 칠곡대대 장병들이 피해주민들 집안에 가득 쌓인 뻘을 제거하고 있다. |
집중호우로 침수된 주민들의 침수가옥을 복구하고 주변 토사를 제거하고 있던 육군 50사단 칠곡대대 우현식(23) 소위는 “집피해 현장에 오니 마음이 아팠는데 내 가족, 우리 동네라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주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마음으로 복구작전에 임하고 있다”면서 “몸은 지치고 힘들지만 군인으로서 지역 주민들의 안전과 일상회복을 위해 땀 흘리고 어르신들께서 고마워하시는 모습을 보니 다시 힘이 솟는다”고 말했다.
대부분 연로한 마을주민들은 손자뻘 군인들이 땀 흘리며 가재도구를 정리하고, 물청소와 쓰레기 제거 작업하는 것을 바라보며 조그마한 위안을 받는다.
산사태로 전기와 통신이 두절되자 외부와 단절 된 마을을 한전과 KT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전봇대를 정리하던 한전 직원은 “길가의 전봇대들이 거의 모두 물에 휩쓸여 있어 대부분 다시 작업을 해야 한다”면서, “주민들이 한시라도 빨리 안정적으로 전기가 공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며 바삐 움직인다.
무너진 다리를 연결하고 꺼진 도로를 복구하는 등 대부분의 일을 중장비들이 나서서 하지만 결국 마지막 정리는 사람 손으로 해야 해서 일손이 부족한 것이 주민들의 가장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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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진입로등 꼿곳의 도로가 유실되었다. |
취재진은 오후에 이번 폭우로 가장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예천군을 찾았다. 예천군 진평리와 벌방리에도 수색작업과 함께 복구작업이 한창이다. 날이 밝자 구조당국은 예천지역 5개 마을에 소방구조대와 군인 등 2천4백 명의 인력을 투입해 수색작업과 복구작업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산이 무너지고 물이 뒤짚힌 땅에 복구를 위한 땀방울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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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천군 벌망리 피해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실종자 수색 작업중이다. |
진평리 마을에서 오전 내내 실종자 수색작업을 마치고 수해복구 지원에 나선 해병대 7여단 김호준(29) 대위는 “국민의 군대인 해병대 장병들이 아버지 어머니를 향한 아들의 마음으로 복구작전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비도 많이 오고 습해서 어렵긴 하지만 저희의 구슬땀이 큰 피해로 망연자실하는 아버지어머님들의 시름을 작게나마 덜어드릴 것이라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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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로 인해 수도관로가 유실되어 물 공급이 끊기자 한국수자원공사 예천수도지사 직원들은 수돗물 공급을 위해 임시관로 설치에 바쁘다. 수자원공사 직원은 “지금은 마을회관에 병물을 공급해 식수로 사용하고 물차를 지원하고 있지만 하루 빨리 수돗물이 나와야 복구작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내리는 빗속에서 수도관을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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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수자원공사 예천수도지사 직원들이 상수도 긴급복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
이득호(75) 진평리 노인회장은 “40여 가구 60여 명이 형님 아우하며 지내던 마을이 산사태로 무너졌다. 5년 전 귀촌해 마을에 들어 온 부부가 산사태로 희생되었고, 과수원들이 모두 뻘에 덮혀 올해 농사는 물론 몇 년 동안은 수확이 불가능하게 되었다.”면서,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랐는데 초등학생때 겪은 59년 사라호 태풍이후 이렇게 큰 피해는 처음 겪는다. 비가 더 온다는데 앞으로 피해가 더 늘어날까 걱정”이라며 고개를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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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평리 옆 벌방리에도 실종자 수색작업과 복구작업이 한창이다. 벌방교회앞에 설치된 커피트럭에서는 자원봉사자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제공한다. 푸드트럭에 핸드드립 기구, 커피추출기, 전기 보온통, 소형 냉장고 등이 갖춰 울산에서부터 달려온 백두용(50)씨는 “큰일을 당한 지역 주민들과 복구하는 자원 봉사자들에게 커피 한 잔이라도 대접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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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용(50, 왼쪽)목사는 수재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울산에서부터 푸드트럭을 끌고 벌말리 현장을 찾아 커피와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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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병대원들이 복구활동을 마치고 진흙펄을 씻어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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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말리 마을 주민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복구 작업을 바라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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